이민생활, 부모보다 자녀가 더 힘들다
부모도 힘들지만 청소년들 늘 부담가져
아시안 청소년 스트레스 가장 높아
부모가 자녀에게 학업 등 부담 덜어줘야
보스톤코리아  2019-06-13, 21:58:59 
아시안 청소년들의 정신적 웰빙의 문제를 지적한 BU 사회사업학과 함혜욱 교수
아시안 청소년들의 정신적 웰빙의 문제를 지적한 BU 사회사업학과 함혜욱 교수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장명술 기자 = 몇 년 전 한 한인 여고생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모자란 것이 없는 것 같던 학생이었다. 좋은 타운에서 자랐고 가정 환경도 유복했다. 사립 고등학교에 다니던 그녀는 훌륭한 바이올리니스트였다. 미모는 물론 학업성적도 극히 뛰어났으며 주위 친구들에게도 인기가 많았다. 그런데, 고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면서 이 여학생에게 우울증이 찾아 들었다. 숨어있던 우울증은 그녀를 앗아갔다. 동료 학생들뿐만 아니라 그를 아는 모든 사람이 충격을 받았다. 

사건 1년 후, BU 사회사업학과 함혜욱 교수는 학교의 요청으로 이 사립학교의 아시안아메리칸 학생들을 만났다. 함 교수는 받고 있는 심리적 압박을 이야기 해보자고 제안 했다. 학생들은 봇물 터지듯 자신들이 느끼는 압박들에 대해 털어놨다.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도록 이들의 이야기는 계속됐다. 

학생들의 고충을 자세히 분석한 함 교수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학생들은 완벽주의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었다. 학교 성적(performance)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자신에게 가혹하다. 함 교수는 "(심지어) 하버드, 예일대에 다니는 (아시안) 학생들도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실패에 대한 강박관념이 많다"고 지적했다. 

가족, 즉 부모들로부터 너무 과다한 부담을 받는다. "(부모들이) 성적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대감을 갖고 있으며 '공부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너 때문에 이민 왔다. 너 때문에 고생한다"는 부담도 준다. 돈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공립학교에 다니는 자녀에게는 물론 사립학교 다니는 학생들에게 "너에게 투자하고 있다"는 등 늘 돈을 의식하게 만든다. 

사회 생활도 스트레스다. 아시안 학생의 상당수는 자신들이 미국인 사회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남학생들은 근육이 없고 왜소한 것을 싫어한다. 여학생들은 자신들이 예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백인 학생들이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인기가 많다고 여긴다. 

아시안이란 인종의 굴레도 무섭다. 모델 마이너리티(Model Minority), 고정관념 때문에 당연히 수학을 잘하는 것으로 여긴다. 열심히 노력한 것인데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한인 여학생은 자신을 ‘눈에 띄지 않는 소수민족(invisible minority)’라고 표현했다. 

이러한 압박감은 반갑지 않는 손님, 우울증을 불러 들인다. 2010년 연구에 따르면 아시안 청소년은 절반에 가까운 47%가 우울증에 시달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백인학생의 30%에 비하면 월등히 높은 것이며 히스패닉(40%), 흑인(44%)에 비해서도 높았다. 어려서부터 가진 문제는 해결이 되지 않은 채 지속적으로 삶을 따라 다닌다. 같은 2010년 조사에서 아시안 대학생은 50.17%가 (무언가를) 우려하고 있으며, 이는 백인(48.72), 흑인(45.95)에 비해 높았다.

가장 큰 아이러니는 아시안들이 자신의 문제를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정신건강 전문의를 찾는 비율은 현저히 낮았다. 2011년 <유-청소년 정신건강 아카데미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아시안 청소년이 정신과 전문의를 찾은 비율은 15.6%로 백인 31.5%의 절반에 가까이 적었다. 

함 박사는 5월 28일 뉴튼 도서관에서 “아시안어메리칸 청소년들의 사회, 정서적 웰빙”을 주제로 발표 및 토론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도서관이 꽉찰 정도로 많은 160여명의 중국 부모들이 참여했다
함 박사는 5월 28일 뉴튼 도서관에서 “아시안어메리칸 청소년들의 사회, 정서적 웰빙”을 주제로 발표 및 토론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도서관이 꽉찰 정도로 많은 160여명의 중국 부모들이 참여했다
 
우울증을 겪는 비율은 많은데 전문의를 찾는 비율은 적다. 다시 말해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2014년 미건강통계센터에 따르면 아시안 여성 청소년, 대학생(15-24세)의 사망요인 중 자살은 23%였다. 백인(12.9%)에 비해 2배 가까이 높다. 34세 이하 25세 사이의 여성의 사망 요인중 아시안의 자살은 15.2%, 백인은 9.3%로 여전히 높았다. 

함 박사는 5월 28일 뉴튼 도서관에서 “아시안어메리칸 청소년들의 사회, 정서적 웰빙”을 주제로 발표 및 토론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도서관이 꽉 찰 정도로 많은 160여명의 중국 부모들이 참여했다. 함 박사는 “비도 오고 추운날 저녁이었는데 그처럼 많은 사람들이 찾은 것은 그만큼 부모들이 절박하기 때문”으로 본다고 해석했다.

결국 부모의 역할이 중요한데 부모 역시 이민생활에 고달프다. 함 박사는 “이민 가정 부모와 자녀가 같이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신 및 신체적 어려움, 도움을 구할 수 있는 네트워크의 부재, 언어 및 사회적 장벽, 직업관련 스트레스, 그리고 모국을 떠나올 때 안고 온 상처 등에 힘들어 하고 있다. 이민 1세대가 고스란히 감내해야 하는 몫이다. 그렇다고 자녀들에게까지 이를 전달해서는 안된다. 

“이민자로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넓게 봐야 한다. 하버드 등 명문 대학에서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아시안들이 많다”고 함 박사는 부모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즉 부모가 자녀들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핵심이다. 가족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함박사에 따르면 부모의 유형 중 서포티브(supportive)한 부모가 자녀들에게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오며, 편안한 부모(easygoing), 그리고 엄격하고 요구가 많은 타이거 부모(Tiger), 학대하는 부모(harsh) 순이다. 

앞으로 한인사회에서 “부모의 역할”에 대해 강연도 고민한다는 함 박사는 우선적으로 “사랑한다”고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아이들의 부담에 대해 같이 대화해야 한다. 또한 이 부담의 원인이 무엇인지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아시안에 대한 불공정한 시스템을 고치고 아시안 청소년들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정치적 해결도 뒤따라야 할 것이라는 게 함 박사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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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목록    [의견수 : 4]
tool
2019.06.19, 23:06:55
글쎄요. 이런 기사는 많이 나와야한다고 생각해요. 아이들 보라고 나오는 기사가 아니라 부모님들께 미리 warning을 주는 거니까요. 제 주변에도 똑똑한 사람들, 집안에서 더 우울증 환자나 불행한 선택을 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유전적 요인도 있겠지만, demanding하고 너무 잘난 부모가 달라지면 아이도 바뀌는 것 같습니다. 실패할 여지를 주면 됩니다. 제 주변에 백인 부모 한 분이 아이가 정말 심각한 mental 문제가 있는데도 늘 자기 경험담을 이야기해주면서 parenting을 지도해주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잘난 아이가 아니라도 네가 세상에서 제일 이쁘다고 격려해주는 태도가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IP : 73.xxx.127.145
감사합니다
2019.06.16, 11:13:51
심리학을 공부하는 사람인데요. 아랫 "기자비판"분이 언급하신 Werther effect 는 연예인이나 유명인들의 자살 뉴스가 미디아에서 크게 퍼졌을때 자살시도 하는 사람들의 수가 증가하는 현상을 설명하는것이고, 우울증 이야기를 한다고 우울증 환자가 더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반대를 보여주는 연구들이 많죠. 실제로 기사를 제대로 읽어보셨다면 이미 절반정도의 아시안 학생들이 우울증이 겪고 있다고 되어있는데, 우울증이나 mental health issues 쪽에서 아시안보다 훨씬 더 오픈적인 백인 학생들이 우리 아이들보다 %가 현저히 낮은것을 보면 이런것들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positive한 영향을 줄수 있다는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되려 기사에 나온것처럼 아시안 아이들의 가장 큰 challenge는 이렇게 힘들어 하는 아이들이 적절한 치료와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 어려움의 가장 큰 이유중 하나가 바로 아시안들 사이에서 이런 우울증에 관한 stigma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아랫분도 그런 뷰를 갖고 계신것 같네요). 실제로 asian minority들의 정신적인 vulnerability는 다른 연구에서도 많이 강조되어 왔어요.. 더이상 쉬쉬하지 않고 직시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이분의 연구는 그런 아이들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부모님들에게 옳바른 parenting 방향성을 제시하는 의미있고 사회적으로 필요한 연구입니다. 기사를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IP : 65.xxx.108.155
allstar
2019.06.14, 09:17:43
이런 문제가 있었군요. 어려운 주제인데 다뤄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자님. 아시아인 부모이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하라는 기사로 알겠습니다. 저부터 미리 조심하겠습니다.
IP : 66.xxx.202.135
기자비판
2019.06.14, 09:07:03
보스톤 코리아 기자분 이런 기사 표지 기사로 하면 안됩니다. 참 우울증에 대해서 너무 모르시는 군요. 이걸 보는 청소년은 더 쉽게 우울증에 빠지게 됩니다. 기사내려주세요. 젊은베르테르슬픔을 읽고 사람 죽어나간거 아시죠? 이런 내용을 표지기사로 올리면 안됩니다. 더구나 우울증에 대한 비전문가인 사회학과 교수의 일반적 수다거리를 이렇게 대문짝하게 올린다는 것은 이해가 안갑니다. 사회학 관점에서 본 우울증 측면에서 전문적으로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이런 논리라면 사회학 관점에서 보는 어떤 논의도 전문적이 됩니다. 모순이지요. 최소한 사회학 관점에 본 일반적인 우울증은 다른 부정적인 결과를 고려하지 못하므로 다른 지면으로 최소화되어야 합니다. 사실 다 아는 얘기잖아요? 이런 내용을 청소년들이 보고 오히려 부정적인 생각을 확장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더 큽니다.
IP : 173.xxx.208.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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