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다람쥐와 도토리
보스톤코리아  2019-10-28, 10:12:47 
지난달 말 즈음이었다. 도토리가 떨어졌다. 한밤중에 떨어지는 소리는 제법 컸다. 자다가도 깜짝 놀란적도 있다. 지붕위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처음 이집으로 이사오면서, 참 별스럽다 했다. 집 마당에 토끼와 다람쥐가 지천으로 동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몇해 전이다. 친구 가족이 우리를 찾아 왔다. 뒷뜰에 나갈 적에, 마침 다람쥐가 보였다. 내가 자랑스레 말했다. ‘우리집 애완 다람쥐’. 그의 대답이다. 우리집에도 다람쥐를 방목한다. 

그 말에 급히 화제를 바꿨다. 다람쥐는 왠만한 동네엔 매우 흔한 모양이다. 다람쥐들도 한창 월동준비중일 게다. 곧 겨울이 닥칠 것이고, 하늘에 별이 유난히 반짝이는 계절이 올것이다. 시인은 눈이 어두우니 서울에서도 별이 보인다 했다. 서울에선 다람쥐를 보지 못했다. 

반짝 반짝 서울 하늘에 별이 보인다.
풀과 나무사이에 별이 보이고
사람들 사이에 별이 보인다.
(신경림, 별 중에서, 광화문 간판, 2017년 가을)

어느 스님이 다람쥐집을 발견했다. 다람쥐 집안엔 도토리가 반말나윗 저장되었더란다. 스님은 반가운 마음에 ‘옳거니’ 모두 가져다가 묵을 만들었다고 했다. 도토리 묵인게다. 하지만 다음날 새벽 일어난 일이 괴이쩍고 섬찟하다. 다람쥐가 스님의 방문앞 댓돌위에 죽어있더란다. 스님의 신발을 물고 있었다고도 했다. 약탈자를 향한 죽음의 항거였던 거다. 글을 읽으면서 등골이 서늘했더랬다. 저장된 도토리는 다람쥐 식구들의 겨울 식량이었던 거다.

한동안 한국에서 생다람쥐도 수출되었다. 국산품 애용이란 말이 귀에 익었을 적이다. 어느 해인가. 한해에 무려 30만마리까지 수출선을 탔다니 대단한 물량이다. 다람쥐는 집에서 사육할 수 없을 터. 분명히 야생을 포획했을 것이다. 그래도 멸종되지 않았으니 생존력과 번식력 또한 대단하다. 

몇일전, 다람쥐를 집 뒷뜰에서 봤다. 그 놈인가 한데, 그가 그 놈인지 확인할수는 없다. 지난해 겨울 쌓인 눈위를 쏜살같이 달리고 있었다. 눈에 덮인 뜰에서는 분명코 먹이를 구할 수없었을 터. 무슨일로 나섰는지 궁금했더랬다. 하긴 거리를 지나다 보면, 도토리가 찻길까지 무수히 떨어져 있다. 다람쥐들이 물어가지 않았다. 

한국에선 그놈이 잡혔다던가. 추가 범행이 발각되었다던가? 아니 그놈이 그 넘이라 던가.

야곱이 그것들을 상수리나무 아래에 묻고 (창세기 35:4)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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