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세된 오빠, 10개월때 입양된 여동생 보스톤서 첫 상봉
기아자동차 근무 임영재씨, DNA 검사로 극적으로 동생 찾아
가족찾으러 두차례나 한국갔던 에밀리씨 마침내 오빠 만나
보스톤코리아  2022-05-12, 18:36:13 
49년만에 동생을 해우한 오빠 임영재씨와 에밀리씨가 벌링톤 소재 H마트 인근의 힐튼가든인 라운지에서 서로의 손을 맞잡고 있다
49년만에 동생을 해우한 오빠 임영재씨와 에밀리씨가 벌링톤 소재 H마트 인근의 힐튼가든인 라운지에서 서로의 손을 맞잡고 있다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장명술 기자 =  태어나서 거의 50여년간 행방을 몰랐던 두남매가 보스톤 로건 공항에서 처음으로 상봉했다. 5일 새벽 1시 보스톤 공항에 도착한 임영재씨 가족은 10개월 때 커네티컷 그리니치에 있는 가정으로 입양됐던 에밀리씨를 만났다. 에밀리씨는 현재 보스톤 서쪽 차로 2시간 거리인 버크셔에 남편 마이크와 두 아들과 거주하고 있다. 

직접상봉에 앞서 이들은 2월 16일 온라인을 통해서 화상으로 감격의 만남을 가졌다. 임영재씨는 “이 세상에 남매는 우리 둘밖에 없다. 이제 오빠가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 이제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고 감격해 했다. 

에밀리씨는 “난 정말로 정말로 오빠를 찾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코 믿기지 않았다”고 말하고 “비록 한국에 가족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나에게는 (친)가족이 없었다. 늘 나의 어느 한부분은 실종된 상태였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들의 이러한 만남이 있기까지는 끊임없이 잃어버린 부분을 찾기 위한 의지와 노력이 핵심이었다. 간절한 바램이 이 가장 큰 대양과 국경 그리고 다른 문화와 언어 차이를 넘어 두 남매 사이를 이었다. 

기아자동차에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하는 임영재씨는 2003년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사촌 누나로부터 처음으로 동생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남매는 부산에서 세번째 부인인 엄마와 아빠사이에서 태어나 자랐다. 그러나 임씨는 한국나이로 5살 때 큰집으로 보내졌고, 에밀리 씨는 한국 나이로 2살(생후 11개월) 때 미국으로 입양됐다.  큰집에서 임영재씨가 적응하지 못하자 아버지는 그를 다시 둘째 엄마에게 보내서 키웠다. 그는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동생의 존재조차도 몰랐었다. 아버지를 잃고 나서 동생 소식을 얻은 셈이다. 그러나 그것이 확실한 이야기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이후 임영재씨는 엄마와 동생을 찾아나섰다. 임씨는 “직장을 잡아 자립하고 아내를 만나고 생활이 안정되면서 KBS 아침 프로그램에서 가족상봉을 보면 눈물이 나고 부럽고, 찾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TV 출연도 고민했었다. 구청에서 호적등본을 찾았으나 뒤죽박죽이어서 찾을 길이 없었다. 경찰서에 유전자 검사의뢰도 했지만 친자는 찾을 수 있으나 형제 자매는 개인정보 보호상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았다. 

임영재씨는 “내동생은 한국에서 엄마와 살거나 아니면 입양갔었을 수도 있을 것, 두가지 중의 하나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입양갔다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럼에도 홀트 아동복지재단에서 아버지 임범석씨의 이름으로 동생의 입양여부를 확인하려 했었지만 결국 아무런 자료도 구하지 못했다. 

늘 이상한 외로움을 겪었던 임영재씨는 “어디인가에는 내동생이 있을 것이다. 비록 이복 형들이 있지만 아버지와 어머니가 모두 같은 내 동생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늘 들었다”고 말했다. 

에밀리 씨는 보육원에서 배정한 ‘김정자’라는 이름 외에는 아무 것도 알지 못한 상태였지만 어떤 일말의 희망을 가졌다. 자신 또한 언젠가는 자신의 엄마 또는 가족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고 살았다. 그러나 에밀리씨는 “나에게는 아무런 정보도 없었고 아무런 단서도 없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임영재씨와 동생 에밀리씨 그리고 임씨의 부인 김준희씨가 함께했다. 김준희씨는 동생을 찾는 오빠 임영재씨를 적극적으로 도우며 재회에 큰 역할을 했다 


제발 미국에 와달라. (오빠를) 진짜 직접 만나보고 싶다
임영재씨가 희망의 불씨를 살린 것은 우연해 네이버에서 본 325캠라(325KAMRA) 광고였다. 325KAMRA는 2015년 국제한인입양인협회(IKAA) 모임시 325호실에 모인 입양인들이 첫 발기인들이 되어 시작된 비영리 단체로 한인입양인재결합이루기(Korean Adoptees Making Reunion Attainable)을 이르는 말이다. 325KAMRA는 DNA 검사를 통해 입양 또는 실종으로 헤어진 가족들의 재회를 돕는다.

한번 이곳에 DNA키트를 보내볼까 생각했지만 바쁜 생활로 잠시 잊었다가 다시 한번 찾았다. 방문하려 했더니 코로나가 터져서 방문도 불가능했다. 작년 여름 8월경에 이메일로 사연을 보냈다. 한참 후 10월경에 무료 키트가 날아 왔다. DNA 자료와 사연을 적어 다시 보냈다. 임씨는 “집사람은 이것으로 끝이다. 할 만큼은 다 한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꼭 만날 수 있을 거란 확신은 가시지 않았다. 

이후 편지를 보냈던 사실을 잊어버릴만한 즈음인 지난 2월 13일 캠라 자원봉사자의 카톡을 받게 됐다. DNA가 100% 일치하는 동생을 발견했다는 내용이었다. DNA는 기술이 좋아서 수치로 사촌에 팔촌까지도 알 수 있을 정도다. 심지어 동생은 100% DNA가 일치했으며 부모가 친형제보다 수치가 낮게 나오게 된다. 

임씨는 “너무 떨려서 말이 안나왔지만 사진을 보니 자신의 모습과 너무 닮았고, 늘 컴플렉스였던 8자 주름이 있는 것을 보니까 똑같은 것이 소름이 돋았다”고 말했다. 

임씨는 동생을 위해 자신의 일생에 대해 자신의 아내에게도 털어놓지 않았던 부분까지 편지를 써서 동생에게 보냈다. 그동안 시시콜콜한 것까지 카톡을 해서 떨어져 있고 직접적으로 대면하지는 못했지만 늘 같이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임씨는 동생을 막상 만났지만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비행기 안에서 쏟아지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임영재씨는 “(어렸을 때) 가정 환경이 좋지는 않았다. 그러나 기아 자동차도 들어가게 되고 복을 받은 것 같다. 진심으로 살려고 했고 그래서 복이 들어 오려 하는 것 같다.”며 “친형제 자매도 돈 때문에 못만나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소중하고 이쁜 동생을 만나서 감사하고 행복하게 잘 살 수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에밀리씨는 커네티컷의 유태인계 백인 가정으로 입양됐다. 그에게 주어진 정보는 한국에서 왔다는 것 외에 버려졌음, 아빠-모름(Unknown), 엄마–모름(Unknown)이 전부였다. 그는 자신이 입양아란 사실을 알았기에 다른 아시안들과도 어울리지 않았고 아시안이란 사실을 의식적으로 부인하고 살았다. 부모님들이 한국의 이벤트가 있을 때 뉴욕으로 데려갔지만 그렇게 큰 관심을 갖지 못했다. 그녀가 감당했어야 할 외로움은 익히 짐작할 수 있다. 

결혼해서 아이들을 가진 이후부터서야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20대에 한번 그리고 30대에 한번 두번이나 한국을 방문했었다. 그 때마다 한국의 에이전시에 가족을 찾아달라고 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만을 들었다. 그들은 TV쇼에 나가라고 권장했지만 그렇게 하고싶지 않았다. 

그러다 DNA서치에 관심을 돌렸고 325Kamra에서 입양인들에게 보내주는 무료 DNA키트를 받아 생체정보를 보냈다. 무료이며 이로 인해 어떤 불이익도 없으니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2월 11일 9시에 페이스북을 통해서 연락이 왔다.  전화통화로 20년간 당신을 찾던 오빠를 발견했다는 내용을 들었다. 에밀리씨는 “연락을 받은 순간 완전한 쇼크 상태였다. 내 남편은 울기 시작했다. 난 정말로 정말로 오빠를 찾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코 믿기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보스톤에 도착한 임영재씨는 버크셔에 있는 동생집을 방문하고 이후 아내와 쌍둥이 남매 그리고 동생 가족들과 함께 뉴욕도 둘러볼 예정이다. 

비록 친남매지만 너무도 다른 환경에서 자랐고 오랜시간을 거쳐서 만났기에 이제부터 오누이의 정을 쌓아가고 적응해야 하는 과정은 이들에게 남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임영재씨의 보스톤 방문과정에서 통역을 자원봉사 한 한인회 장인숙 이사장은 “이들을 맞이하기 위해 비디오를 보고 정말 내가 설레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하고 “오누이의 열정도 감동적이지만 옆에서 마치 자기 일처럼 내조한 임영재씨의 부인의 헌신적이 노력도 감동이었다”고 덧붙였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오빠와 동생으로 만난 남매는 그 역할에 아직 익숙치 않았지만 하나하나 쌓아가는 친숙함과 시간이 감동으로 전달됐다. 사진을 찍을 때 동생 손을 잡아보란 부탁에 여전히 쑥쓰러워하는 임영재씨였고, “영재오빠”라고 불러달라는 오빠의 부탁에 영재오빠를 부끄럽게 부르는 에밀리씨의 눈가는 촉촉히 젖었다. 감동의 눈물을 지켜보는 주위도 모두가 감동과 행복을 함께 나누는 순간이었다. 

­editor@bost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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