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
보스톤코리아  2012-10-01, 14:36:38 
영화 ‘터미네이터’는 인간과 기계의 전쟁을 그리고 있다. 요즘처럼 기계가 일반생활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커지면서, 영화 같은 이야기가 미래에 생길 법도 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번 컬럼에선 지난 컬럼에서 얘기했던 예술의 범주에서의 사진에 대한 이해와 연결하여, 카메라와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좋은 성능의 기기가 대중화되었고, 컨텐츠의 유포가 매우 쉽고 빨라졌다. 우리는 지금 역사상 유래 없는 풍부한 컨텐츠에 둘러싸여 있다. 블로그와 유튜브, 앱스토어와 앱마켓을 통해 올라오는 컨텐츠는 평생 소비해도 부족할 정도다. 오히려 시간이 없다 보니 어느 것이 더 좋은 컨텐츠인가를 골라주는 서비스까지 나올 정도다. 소비자는 선택을 고민하고, 생산자는 단기간에 컨텐츠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킬 방법을 고민한다.

그럼, 사진은 어떠한가? 사진은 카메라를 이용해서 사람이 찍는다. 빛을 이용한 예술이라고도 불리는 사진은 사진예술이라는 말 그대로 예술의 영역이 되기도 한다. 폰카를 이용한 셀카처럼 가장 쉬운 기록수단으로써의 사진인 경우도 있고, 기자들에게는 순간을 포착해서 빨리 선보이는 보도수단으로써의 사진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특성이 다르지만 모두의 주요한 관심사는 같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좋은 사진이란 보는 사람의 관심과 감동을 이끌어낼 수 있는 하나의 컨텐츠이다. 그런데 사진은 그 특성이 그림과는 약간 다르다. 카메라와 렌즈라는 기계가 빛을 이용해서 그려주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사람이 하는 것은 간단히 말해서 구도를 잡고 셔터를 눌러주는 수고밖에 없다. 이런 특성은 결국 좋은 사진이란 좋은 혹은 비싼 장비에서 나온다는 생각으로 귀결되기 쉽다.

이런 생각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디지털로 넘어오면서 비싼 카메라는 그만큼 크고 좋은 촬상센서를 쓴다. 초점을 보다 빨리 정확하게 잡으며, 이미지를 처리하는 칩도 전문가들이 수많은 연구한 결과물을 적용한다. 사람이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요소가 점점 적어지고, 자동모드라는 것이 발달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자도 그냥 셔터만 누르면 최적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도록 만들어지고 있다.

디지털 기술인 카메라와 결합되는 아날로그 기술인 렌즈는 이보다 더하다. 칼짜이스나 라이카를 비롯해서 전통있는 독일 렌즈는 최고의 선예도와 왜곡없는 특성으로 무장하고 있다. 일본 업체들의 비싼 프리미엄급 렌즈도 밝은 조리개값과 손떨림 방지기능 등으로 소비자를 유혹한다. 마치 이런 비싼 렌즈만 사서 카메라에 달면 누구나 셔터를 누르는 것만으로 예술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결과물이 모두 비슷해지고 평준화되면서, 비싼 장비만으론 혹은 기계만으론 해결되지 않는 차별적인 개성이나, 창의적인 발상이 사진에 있어서도 부각되고 있다. 사진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도 그냥 자동모드로 놓고 셔텨만 눌러서도 그럴듯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좋은 컨텐츠는 결국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좋은 사진도 찍는 사람이 만든다. 좋은 카메라는 보조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좋은 카메라가 중요한 이유는 자동으로 좋은 사진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 아니다. 사진술을 제대로 배운 사람이 의도한 바를 더 정확히 반영해 주기 때문이다.

좋은 사진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좋은 사진이란 내가 찍은 사진을 통해 사진을 보는 다른 이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그 메시지가 바로 잘 표현된 사진 그 자체이다. 광고 포스터가 내용을 전달하고, 시가 메시지를 전달하듯, 사진 또한 메시지를 담고 살아 숨쉬는 울림이 있어야 한다.

좋은 사진은 카메라나 렌즈가 아닌 찍는 사람의 정성과 마음이 만들 수 있다. 누구나 돈만 치르면 얻을 수 있는 것은 차별성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진을 통해서 보고 싶어하는 것은 그 장비에 들인 돈이 아니라 찍는 사람이 주장하는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카메라는 하나의 기계로써, 뛰어난 컴퓨터칩과 광학기기로 무장했다.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처럼 기계와 전쟁을 할 필요는 없지만, 맹신할 이유도 없다. 그저 좋은 도구로써 가까이 두면서 사용하다 보면, 마치 친구마냥 정겨워 질지는 모르겠다.


Nabis Studio Creative Director 양성대 ozic@hotmail.com

* 디지털카메라와 포토샵, 그래픽 디자인에 대한 개인튜터링을 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부분은 문의해 주세요. (617.756.5744 ozic@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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