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내 제자됨을 알지니
보스톤코리아  2015-06-01, 12:15:27 
  스승의 날이 지났다. 오월은 스승의 가르침을 기리는 달이다. 군사부 일체라 했던가. 중국사람들 뭐든 과장한다만, 임금과 스승과 부모는 동격이라 했던 말엔 고개를 끄덕인다. 스승의 은혜 노래 이절 가사다. 일절 보다 이절이 더 가까워 진 나이인게다. 어릴 적엔 목청껏 불렀는데, 머리 큰 고등학생이 되고는 쑥스러워 소리내어 부르지 못했다. 스승님이 마음을 길러주셨는데도 말이다. 떠나면 잊기도 쉽다.

태산 같이 무거운 스승의 사랑,
떠나며는 잊기 쉬운 스승의 은혜. 
어디간들 언제인들 잊사오리까 
마음을 길러주신 스승의 은혜. 
아아, 고마워라 스승의 사랑. 
아아, 보답하리 스승의 은혜 
(강소천작사 권길상 곡, 스승의 은혜 이절)

  선친은 초등학교장이셨다. 선친께 제자의 첫 주례 부탁이 있었다. 결혼식 전에 선친은 맹렬히 연습하셨다. 요새 말로 열공인게다. 하객대역으로 어린 나와 어머니가 앞에 앉았다. 듣고 계시던 어머니 모습은 편안하지 않았다. 손가락이 오그라 든다는 표정이었고, 실수하시면 어쩌나 하는 조바심이었다. 어머니의 주의 사항이다. ‘ 주례사가 길면 하객이 지루하다.’ ‘연설하듯 하지 마시라.’ 어머니가 그러시건 말건, 아버지의 표정은 진지했고 심각했으며,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시는 듯했다. 주례는 아무나 서는 게 아니니 말이다. 존경하는 선배나 은사들에게 부탁하지 않던가. 

  버스켓 리스트라는 게 있다. 죽기전에 하고픈 일이란다. 어원은 그리 유쾌하지 않다. 내게도 몇가지 하고픈 일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고등학교 선생님을 하는 거다. 교장이라면 더욱 그럴듯 하다. 그리고 내 선친마냥 제자들 주례를 서는 거다. 하지만 이 일은 물 건너간듯 하다. 나는 학교선생님도 아니며, 게다가 미국에 살고 있지 않은가. 미국에서야 결혼식 주례는 신부님이나 목사님들의 독과점이니 말이다. 그렇다고, 아직 어린 후배들에게 결혼할 적에 주례를 하겠다고, 로비에 청탁을 할 수도 없다. 게다가, 한국까지 여행할수도 없는 일이다. 언감생심焉敢生心 이고, 꿈은 애저녁에 접었다.

  나와 같이 일하던 젊은 친구가 있다. 그가 더 공부하기 위해 다시 학교로 돌아가기로 했다. 내게 추천서를 부탁했다. 당연히 기쁜 마음으로 응했고, 좋은 소식이 왔다. 축하하면서 내가 말했다. ‘직접 제자는 아닐지라도 기쁩니다.’ 그가 즉각 응답했다. ‘제가 제자입니다.’ 내겐 충격이었고, 그가 내 소원을 풀어 주었다. 내가 훌륭한 제자를 둔 거다. 아쉬운 건(??) 그 ‘제자’는 결혼했고, 아이까지 뒀다. 

  주례날 저녁 선친은 찹쌀떡을 답례품으로 가지고 들어 오셨을 게다. 나야, 그것보다 더 반가운 답례품은 없었다. 주례 연습에 하객대역으로 참가한 값진 보상이었고, 내 선친께는 제자가 은사께 드리는 작은 선물이었던 거다. 내 선친이 오히려 감사하셨을까? 당신의 제자인 줄 알아 감사하다고 말이다. 
  보스톤 한인교회 올해 표어다. 성경의 한구절이고, 뜻이 깊어 기막힌 문장이다. 오월 스승의 날에 어울린다. 

‘내 제자인 줄 알리라.’ (요한복음 13:45)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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