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바람
보스톤코리아  2022-02-03, 11:58:24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오래전 명화 제목이다. 제목은 길다만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많이 들어 귀에 익었기 때문인가. 하긴 바람은 영화나 문학작품 제목에 자주 들어간다. 눈도 그러하고 비 역시 그러하며, 안개도 있다. 시인묵객들 뿐만 아니라 많은 예술작품에 등장하는 소재이기도 하다. 

오랜 가수 양희은은 노래했는데, 아름다운 것들 이다. 귀에 익은 몇절만 같이 듣는다. 가사 역시 아련하다. 

꽃잎 끝에 달려 있는
작은 이슬 방울들..
빗줄기 이들을 찾아와서. 
음~ 어디로 데려갈까
바람아 너는 알고 있나 
비야 네가 알고 있나.
무엇이 이 숲속에서
 음~ 이들을 데려 갈까..
(아름다운 것들, 양희은 노래)

미국 북동부역시 크게 다르지는 않다. 여름이면 카리브해 근방에서 비바람이 올라온다. 무섭게 북진하는데, 이 비바람 역시 일기예보를 볼적엔 가슴 떨려온다. 한편 겨울이면 북서풍이 부는데, 캐나다에서 발달한 게 남동쪽을 향해 돌진해 온다. 

한국 역시 계절마다 계절풍이 있었다. 봄이면 샛바람이요, 여름엔 맞바람이라 했다. 한편 가을엔 하늬바람이며 겨울엔 삭풍이다. 삭풍이란 말은 어렵다만 북쪽바람이라는 뜻이다. 

바람중에 샛바람과 하늬바람이란 말은 예쁘다. 바람이 예쁘거나 미울수야 있겠나 싶다. 하지만 샛바람이나 하늬바람은 미풍微風이 아닐까 한다. 아니면 실바람이나 산들바람이라 해야 할까. 

곧 봄이다. 한국에선 봄바람이 불텐데, 샛바람과 더불어 황사가 시작될 게다. 중국에서 불어 오는 고약한 바람이다. 안불거나 아예 없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어디 샛바람뿐이랴. 한국에선 선거바람이 분다. 아니 선거폭풍이나 태풍이 될수도 있겠다.  부디 모든 후보들 바람을 일으키시라. 그러나 된서리는 맞지 않기만을 바램이다. 

참, 바람과 바담과 바램이 발음하기엔 비슷하기도 하다. 바담은 혀 짧은 소리인데 바람이다. 바람이나 바담이나 바램이나, 글쎄.  

강풍과 같이한 지난 폭설에 가내 두루 안녕하신지. 안부만 묻는다. 엄청나게 쌓인 눈을 바람이 데려갈 것인가. 

배에 함께 오르매 바람이 그치는지라. (마태 14:32)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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