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견딤
보스톤코리아  2020-11-16, 11:43:24 
고진감래苦盡甘來란 말이 있다.‘고생 끝에 낙이 오는 법’. 내 어머니의 해석인데, 뜻도 과히 나쁘지 않다. 역경을 이겨내면 성취할 수있다 라고 풀수도 있겠다. 댓구對句로는 흥진비래興盡悲來도 있다.

오래전엔 앉은뱅이 책상앞에 이런 글귀들을 써붙였다. ‘인내는 쓰다. 그러나 열매는 달다.’ 고진감래와 뜻은 비슷할게다. 인내는 견딤이란 말과 통한다. 하지만 인내라는 한자말보다 견딤이란 낱말이 더 굳세 보인다. 안락하고 편안한 견딤은 없을 터. 시인 천양희는 견디는 자만이 살수 있다고도 했다.  

견디는 자만이 살 수 있다
그러나 누가 그토록 견디는가
(견디다. 천양희 시중에서)

누구는 꼿꼿하다는 말을 좋아 한다고 했다. 꼿꼿함은 선비의 인상이다. 대쪽이란 말과 더불어 쓰는데, 최익현선생이 떠오른다. 한편, 꼿꼿은 형용사 냄새가 날 적에 꿋꿋은 동사처럼 읽힌다. 또한 꿋꿋함에 더해 굳셀수만 있다면 더욱 좋겠다. 굳셈은 강도剛度를 말하고, 굳세어라 금순아 는 김정구선생이 불렀다.

가수 나훈아가 다시 한번 성가聲價를 높였다. 화려한 무대였고, 녹슬지 않은 가창력이라고 했다. 그가 던진 한마디가 회자膾炙된다. "우리는 지금 많이 지쳐있다. 지금까지 저는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것을 본 적이 없다.’

테스형. 소크라테스을 지칭한다고 했다. 다시 나훈아 노래 가사이다. "세상이 왜 이래/ 세월은 왜 또 저래/ 먼저 가 본 저세상 어떤가요". 글쎄,  세상과 세월은 버팀이고 견딤이 아닐까? 내가 억지로 가져다 붙였다만, 언제까지 그리고 어디까지 삶을 꿋꿋이 버티고 견딜 것인가. 

설마 지쳐 있는 국민들에게 더 견뎌라 요구하는 건 아니겠지. 뾰족한 비책이 없는게 문제라면 문제다.

나훈아 다른 노래중 한 소절이다. 노래를 듣고 가사를 되뇌이며 울컷했더랬다. 홍시가 열리는 계절이었기 때문만은 아닐터.‘생각난다 홍시가 열리면 엄마가 생각난다. 자장가 대신 젖가슴 내어주던 울엄마가 생각난다.’ 

홍시가 열리고 엄마가 생각나는 계절이다. 견디고 이겨내시라.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고린도전서 13:7)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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