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덕 스토리 풀어 낸 탈북 무용수 김영순
보스톤코리아  2012-10-13, 09:56:14 
케네디 스쿨 학생들을 대상으로 북한의 실정을 증언한 김영순 탈북자(중앙)와 영어 통역을 맡은 이성윤 터프츠 대학 교수(우), 그리고 이번 강연을 주최한 보스톤사랑회 이강원 회장(좌).
케네디 스쿨 학생들을 대상으로 북한의 실정을 증언한 김영순 탈북자(중앙)와 영어 통역을 맡은 이성윤 터프츠 대학 교수(우), 그리고 이번 강연을 주최한 보스톤사랑회 이강원 회장(좌).
하버드 케네디 스쿨 이어 보스톤성결교회서도 강연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김현천 기자 = 탈북무용가로 최근 2003년 남한에 입국한 김영순 씨(76세)가 지난 5일과 6일 이틀 간 보스톤을 방문, 하버드 케네디 스쿨과 보스톤성결교회에서 120여 명의 젊은층과 노인층을 대상으로 북한의 실상을 알렸다.

5일 금요일 오후 12시부터 두 시간 가량 진행된 하버드 케네디 스쿨 강연에는 60여명의 외국인 학생 및 한인학생들이 참석해 진지하게 김 씨의 강연에 집중했으며 강연 후 앞다퉈 질문들을 쏟아냈다.

이날 참석자들 중 상당수는 외국인 학생이었고 터프츠 풀레쳐 스쿨의 이성윤 교수가 동시통역을 맡아 진행했다.

김 씨는 강연을 통해 자신이 탈북하게 된 경위를 요덕 수용소에 수감되면서 느낀 배신감 때문이라고 밝혔고, 요덕 수용소에 수감된 원인을 자신이 김정일의 세번째 부인 성혜림의 친구였기 때문이라 말했다.

친구였던 성혜림이 어느날 자신의 집을 방문해 5호댁으로 들어가게 됐다는 사실을 알렸고, 김 씨는 어느날 영문도 모른 채 전가족과 함께 끌려가 수감됐다는 것. 5호댁은 당시 김일성과 김정일이 거처하는 특별주택으로, 당시 김정일보다 연상이고 유부녀였던 성혜림이 김정일의 부인으로 들어간다는 의미였다고.

김 씨는 요덕 수용소의 생활은 인간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처참한 실태라고 증언했다. 이른 새벽 3시 30분이면 깨어 4시 30분부터 밤 늦은 시각까지 일해야 했으며, 일이 끝난 후라도 사상교육을 강요당했다고 진술했다.

더구나 먹을 것이 없어 살아 있는 모든 것, 심지어 기어다니는 것이라도 남아나질 않았고, 식독에 걸려 죽어넘어지는 사람들이 태반이었다고 알렸다.

요덕에서 9년을 버텨낸 김 씨는 그 안에서 죽은 부모와 큰아들을 가마니에 말아 묻어버린 뼈저린 고통을 겪어내야 했던 사실 또한 말했다.

남편은 알 수 없는 곳으로 끌려간 후 생사 여부조차 알 길이 없고, 딸은 입양을 보낸 후 살아남은 두 아들과 풀려났지만, 작은 아들은 탈북을 시도하다 붙잡혀 죽었다.

북한을 탈출하기로 마음 먹은 김 씨는 기회를 엿보던 중 하나 남은 아들과 2001년 탈북에 성공했다. 중국에 도착한 김 씨는 베트남, 캄보디아를 거쳐 2003년 대한민국 에 첫발을 디뎠다.

“인천공항에 도착했던 그 때를 잊을 수가 없다. 휘황찬란한 불빛들과 많은 십자가들을 보고 정말 대한민국은 축복받은 곳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 김 씨의 말이다.

북한종합예술학교를 졸업하고 한국 춤의 대가인 최승희에게서 춤을 사사 받은 김 씨는 2006년 자신의 재능을 살려 뮤지컬 ‘요덕스토리’의 안무를 맡기도 했다.

김 씨는 “한국 전쟁 이후 60여년 동안 북한 주민들을 굶주리게 만들고도 그들을 세뇌시켜 김일성과 김정일을 우상숭배하게 만든 폐쇄적인 나라가 북한이며, 그곳 수용소에 수감돼 있는 소위 정치범들은 죄몫도 모른 채 잡혀가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김정은 체재의 변화에 대한 질문을 받자, “김정은 체재가 시작됨에 따라 북한이 시장경제 도입 등 변화가 가능할 것으로 얘기되긴 하지만 하루 아침에 이루어질 일은 아니라고 본다. 김기남, 최태복 양용석, 김양권 등 김일성 시대부터 맥을 이어온 모든 간부들이 현 체재에 반기를 들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 씨가 강연을 마치자 학생들은 기립박수로 감사와 격려의 뜻을 보냈다.

하버드 에듀케이션 스쿨에 재학중인 조민경 씨는 “탈북자 입장에서 북한의 실상 뿐 아니라 세계 정세까지 반영해 주변국 대응 및 우리가 나아갈 길을 알려주는 강연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한 하버드 케네디 스쿨의 릿시 커리진칼 씨는 “북한 주민들의 실상을 생생하게 들었다.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씨는 케네디 스쿨 강연 후 6일에는 지역 단체장들과 간담회를 가진 후 오후 3시부터 두 시간 동안 베드포드에 위치한 보스톤성결교회에서 한차례 더 강연했다. 이날 강연에는 지역 한인 60여 명이 참석해 안타까운 마음으로 김 씨의 강연을 들었다.

버몬트한인회를 이끌고 있는 손문식 버몬트주립대학 교수는 “지구상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싶어 마음이 아프다. 미국 학생과 교수들에게 남북한의 과거사와 현실을 얘기하곤 한다.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부모님이 실향민이라는 정경주 씨는 “노인이 탈북을 결정한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라며 그런 사회가 지구상에 있다는 것이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hckim@bost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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