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제와 이미지 사이: 선거 캠페인
보스톤코리아  2014-06-09, 11:50:04 
흔들리는 흑백 필름. One… Two… Threi… For… Five… Seven… Six…Sev… Eight… Nine  데이지 꽃을 하나 하나씩 떼어가던 발음도 부정확한 두세살 된 여자 아이. 10, 9, 8… 어디선가 들려오는 카운트 다운 소리에 눈을 들어 하늘을 보는 소녀.. 7, 6, 5, 4… 그녀의 눈이 클로즈업 되고 3, 2, 1, 0. 그 순간 소녀의 눈을 가득 채운 것은 검은 버섯 구름이 피어 오르는 폭발 장면. 그리고 중년 남성 나레이터의 음성이 흘러나온다. “"These are the stakes: To make a world in which all of God's children can live, or to go into the darkness. We must either love each other, or we must die.” 1분짜리 이 영상의 결론은 마지막 5초다. “Vote for President Johnson on November 3rd. The stakes are too high for you to stay home.” 

1964년 대선에서 린든 존슨 캠프에서 내보낸 미국 역사 중 가장 유명한 대선 광고다. 사실 64년 선거에서 가장 큰 쟁점은 “복지”였을 것이다. 위대한 사회 (The Great Society)의 제하에 빈곤 및 인종 불평등을 없애기 위한 일련의 개혁 프로그램들을 제안했던 민주당의 린든 존슨, 그리고 그의 빈곤 전쟁을 기본적으로 쓸데 없는 예산 낭비라며 맹렬히 비난했던 배리 골드워터의 격돌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데이지 소녀 광고가 린든 존슨의 선거를 승리로 이끈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게다가 린든 존슨은 정치적 능력이 아주 탁월한 현직 대통령이었던데다가, 그 선거의 표 차이도 워낙 어마어마했기에 결정적인 한 방의 정치 광고였다고 주장하기에는 어쩐지 무리가 있어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작 1분짜리 데이지 소녀 광고는 매우 분명한 메세지를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공화당의 배리 골드 워터를 지지하는 것은 핵전쟁의 미래를 방치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린든 존슨은 평화를 사랑하는 사려깊은 대통령으로 이미지화되었다. 
배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사태는, 소련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냉전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을 경우, 인류가 공멸할 지도 모르는 핵전쟁이 도래할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증폭시켰었다. 1963년 8월 민주당의 케네디 행정부가 소련, 영국과 서약한 제한적인 핵 실험 금지 조약(Nuclear Test-Ban Treaty)은 바로 그러한 위기감에 대한 공동행동이었다. 

반면 골드워터는 소련 및 공산권에 대한 강경책 혹은 핵 공격을 지지하는 듯한, 그리고 정제되지 않은 군사주의적 발언을 종종 일삼았다. “소형 핵무기를 일반 무기로 개발해야한다.” “크렘린 궁에 미사일을 떨어뜨리고 싶다.” 데이지 소녀 광고가 린든 존슨의 승리 요인이라 단정할 수는 없어도, 골드워터의 참패 요인으로는 가장 중요한 듯 싶다. 

골드워터를 정신적 지주로 삼은 공화당의 레이건은 프랭클린 루즈벨트의 뉴딜 정책 이후 크게 확대된 정부의 “복지 정책”이 혈세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한편, 기업 등에 규제 완화를 주문하는 “작은 정부론”을 내세웠다. 아이러니하게도 레이건 행정부 시절의 강경한 대외 군사주의는 군비로 인한 재정 지출을 크게 증가시켰고, 레이건 재임기 미국의 나라 빚도 크게 늘었다.

그 레이건을 당선시킨 1980년 대선에 앞서, 1976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반 복지”와 “감세”를 이미 전면에 내세웠던 레이건은 정부의 복지 수혜를 받으면서 고급 자동차인 캐딜락을 타고다니는 흑인 여성인 <복지 여왕 Welfare Queen>을 비판하면서, 세금이 “엄한 곳에 새고 있다”고 했다. 당연히 복지 여왕에 분개한 ‘선량한 납세자’들은 감세와 복지 축소를 주장하는 레이건에게 호응했다. 반전은 있다. 레이건이 주장한 그 여인은 실제로 존재하는 여인은 아니었다. 

미국사에서 강력했던 선거 캠페인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아마 일명 <황금 십자가 연설 Cross of Gold Speech>로 알려진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의 캠페인일 게다. (선거에서 참패하기는 했지만) 브라이언은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상대 공화당 매킨리의 금본위제를 겨냥, 이렇게 말했다.  “민주당은 과연 어디에 설 것입니까? 돈을 가진 나태한 자본가 편입니까, 아니면 대중의 편입니까? 금본위제가 좋은 것이라 주장하려 한다면 당신들은 노동자의 이마를 가시 돋친 면류관으로 찌르는 것입니다. 인류를 황금의 십자가에 못 박으면 안됩니다.” 그리고 그 선거의 의제는 확실히 금본위제를 인정할 것인지의 문제로 귀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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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시간 어제, 한국의 자방자치제 선거 결과가 알려졌다. 투표를 할 수는 없었지만 세월이 하 수상한지라 관심가지고 볼 수 밖에 없던 선거다. 그리고 “이게 뭐지?”라고 생각했던 정치 광고 하나가 스쳐갔다. 현직 대통령이 눈물 흘리는 장면을 전면 광고에 내보내고 “도와주십시오”라고 광고한 그 광고. 그 광고가 무엇을 전달하려 했는 지, 진심이 읽혔는지 (?) 그 광고의 광고주는 무사히 당선이 되었다. 그를 선택한 사람들은 누구를 위해 그 시장을 뽑았으며 무엇을 도와줘야 할까. 그저 궁금할 따름이다. 


보스톤코리아 컬럼니스트 소피아

칼럼과 관련하여 궁금하신 점은 WisePrep 소피아선생님 (617-600-4777, [email protected])에게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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