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식 바꿔놓은 미국의 3월, 4월 잔인한 달 될까
3월 초 확진자 2명이 3월 말 확진자 6620명
바이러스 인종, 나이, 성별 가리지 않아
3월은 시작 정점은 4월 잔인한 한달 될 것
보스톤코리아  2020-04-02, 19:05:41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장명술 기자 =  2020년 미국의 2월과 3월은 태평양과 같은 거리였다. 2월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바이러스를 “일종의 플루”라고 했지만, 3월 중순 “아주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라고 한발 물러섰고, 3월 말 “세균 또는 플루라 부를 수 있고 또 바이러스라 부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무엇인지 누가 알 수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물러섰다. 

멀리가지 않아도 된다. 매사추세츠에서는 3월 2일 2명의 확진자로 시작했지만 3월 31일 6620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사망자는 0명에서 89명으로 늘었다. 

3월 초만 해도 공립학교는 계속 수업을 이어갔지만 지금은 프리스쿨을 비롯해 대학까지 모두가 문을 걸어 잠궜다. 사업체들도 재택근무로 바뀌었다. 

2월 말 매사추세츠 보건부는 외부 활동시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질병통제센터(CDC)와 세계보건기구(WHO)도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공표했었다. 3월 31일자 미공영라디오(NPR)는 미질병통제센터가 과거의 방침을 바꿔 마스크 착용을 권유하는 것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사추세츠 보건부 모니카 배럴 장관조차도 코로나바이러스 양성판정을 받고 자가격리를 취하고 있다. 

3월 7일 대한항공은 보스톤의 운항을 중단했다. 4월말 예정됐던 운항재개는 5월말로 미뤄질 예정이다. 3월 중순 매사추세츠주는 한국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을 14일 자가격리를 권고했다. 3월 말 미국에서 한국을 방문하는 사람은 14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하게 됐다.
 
2월만 해도 코로나바이러스는 아시아의 질병으로 인식돼 아시안 혐오를 전 세계가 뿜어 댔지만 3월 말 미국은 전세계 1위 감염국이란 오명을 갖게 됐으며 이탈리아는 현재까지 최다 사망자를 기록하고 있다. 트럼프는 더 이상 “차이나 바이러스”라 부르지 않고 있다. 차이나타운을 비롯한 아시안 식당의 매출만 떨어졌지만 이젠 모든 식당이 문을 닫고 테이크아웃과 딜리버리만 하고 있다. 

3월 2일 보스톤에 거주하는 라일리 러므릴(Riley Rumrill) 씨의 31번째 생일이었다. 외향적인 그는 늘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다. 보스톤 트랜스디브의 인사과 직원으로 일했으나 사람을 만나기 위해 우버 운전도 했다. 3월 초 친구들과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콜롬비아로 여행을 다녀왔다. 애스마가 있었던 그는 여행 후 3주째는 감기증상을 앓았다.

주 증상은 열과 피로 그리고 호흡곤란이었다. 보스톤메디컬센터을 찾았을 때만해도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2일 후 그는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산소호흡기에 의존했다. 이후 5일이 지난 3월 29일 일요일 아침 주위에 아무도 없이 세상을 떠났다. 그는 매사추세츠 최초의 30대 사망자였고, 4월 1일 새롭게 보고된 33명의 사망자 중의 1명이었다. 

4월 1일 집계된 확진자는 7738명이다. 워싱턴대학(UW)의 예측모델을 비롯 주요 예측모델에 따르면 매사추세츠의 정점은 4월 중순이다. 매사추세츠 주 사망자만 1800여명에 이를 것이란 예측이다. 

3월은 인식의 전환을 가져왔지만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 될 것 같다. 바이러스에게는 국경도 인종도 언어도 나이도 가리는 게 없다. 1800은 단순한 숫자이지만 라일리는 그 중의 한 명이었을 뿐이다. 1800이란 숫자에 누가 포함될지 아무도 모른다. 1800이란 숫자가 피부로 절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누구도 바이러스의 침범을 지켜주지 않는다. 충실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철저한 손씻기, 적절한 운동으로 최선의 보호막을 만들 뿐이다. 

TS 엘리어트는 4월이 가장 잔인한 달이라 했지만 역설적으로 죽음의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낸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의 관조처럼 코로나바이러스 속에서도 새로운 희망이 싹트고 있다. 도로변에 개나리가 활짝 폈고 목련도 꽃망울을 머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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