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가을 들을 보라
보스톤코리아  2023-09-18, 11:15:22 
씨를 뿌리고 가꾸고 나면 가을엔 수확한다. 한반도 한국인들은 삼천번을 씨뿌리고 수확했을 터. 새로 바뀐 광화문 글판인데, 신달자 시인이다. 

삼천 번을 심고 추수한 후의가을 들을 보라이런 넉넉한 종이가 있나
(신달자, 가을 들 중에서)

작년 초여름이었다. 아내는 뒷마당 한구석을 갈아엎었다. 밭이라기엔 너무 작아 손뺨만한 했고, 햇볕도 제대로 들진 않았다. 그러나 재미삼아 깨 몇줄기를 심었다. 깻잎을 따서 먹을 요량이었던 거다. 

훌쩍 일년이 흘렀다. 그런데 깨나무에서 푸른 깻잎이 다시 돋아났다. 손보지 않았고, 거름은 커녕 물을 준 일도 없는데도 말이다. 한번 심었는데, 두번을 얻어 먹은 거다. 남는 장사가 되었다만 깻잎은 그닥 풍성하진 않았다. 

그러나 수확??한 깻잎은 유난히 싱싱하다. 맛이야 어디 비할 수가 있으랴만 장아찌로 담을 수는 없었다. 수확량이 너무 적었으니, 날것으로 먹기에도 부족하다. 

역시 해마다 다시 심어야 한다. 그래야 풍성한 수확을 기대할 수있다. 한국가수 남진의 오랫적 가요도 있다. 제목은 님과 함께 이다. ‘봄이면 씨를 뿌려 가을이면 풍년들고…’가사대로 라면 일년에 한번만 수확할 수 있다. 

이모작二毛作도 있긴 하다. 일년에 두번을 거둘 수있는 바. 같은 농지에서 여름엔 벼농사요, 겨울과 봄엔 보리농사를 짓는 걸 말한다. 하긴 남방 어느나라에선 한해에 세번을 심고 거둬 먹을 수있다고도 한다. 이모작을 넘어 삼三모작도 가능하다는 거다. 

요즈음엔 인생도 이모작이 가능하단다. 아니 인생 이막이라 해야 할까. 정년퇴직 후 다른 직업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는 거다. 수명이 길어 지고 삶에 남은 시간들이 늘어났기 때문일 터. 인생 후반전, 아니 이모작에서 더욱 풍성한 수확이 있을 것인가? 지나친 욕심인가?

나야 삼모작은 커녕 이모작도 바라지 않는다. 다만 내년에도 깻잎이 나올 것인가. 그것만 궁금하다. 
모두 풍성한 가을 맞이 하시라. 그런데 미국에선 가을 들판을 볼 수는 없다. 

좋은 씨를 뿌리는 이는 인자요 (마태 13:37)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의견목록    [의견수 : 0]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이메일
비밀번호
고국에서 개최한 잼버리를 다녀와서 2023.09.18
지난 여름 새만금에서 전세계 150 여 개국 45,000 명의 스카우트들이 참석한 국제적인 청소년 행사에 시설 점검 책임 부본부장으로 다녀왔습니다. 저는 고국에서..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2023.09.18
자유의 반대말이 꼭 억압, 속박, 핍박, 탄압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자신이 자유의지를 가질 때의 시점에서 본다면 말이다. 특별히 어떤 관계를 들추지 않더라도 가..
한담객설閑談客說: 가을 들을 보라 2023.09.18
씨를 뿌리고 가꾸고 나면 가을엔 수확한다. 한반도 한국인들은 삼천번을 씨뿌리고 수확했을 터. 새로 바뀐 광화문 글판인데, 신달자 시인이다. 삼천 번을 심고 추수한..
뇌혈관 질환 예방법 2023.09.18
이번 주 휴람 의료정보에서는 관심도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 뇌혈관 질환의 예방법에 대해 휴람 의료네트워크 중앙대학교병원 신경외과 권 정택교수의 도움을 받아 자세히..
유권자 44% "바이든 재선돼도 임기 못 채울 것" 2023.09.18
2024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올해 80세인 조 바이든 대통령의 나이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더라도 임기를 못 채울 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