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일전쟁과 갑오경장 16-2
보스톤코리아  2012-04-09, 15:19:42 
일본의 이토 히로부미 정부는 일본에 망명해 와 있는 박영효를 조선의 정치개혁을 위해서 귀국시켜 특사를 받아 대역죄를 사면하고, 그를 내무대신에 천거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이토 히로부미는 박영효가 일본의 조선 정책을 위해 충실히 일해 줄 것으로 믿었던 것이다. 그런데 박영효는 오히려 자신의 이념과 소신에 따라 정치를 집행해 나가는 것이다. 그는 일본의 조선 정책을 돕기 위해서 일하지 않고 오직 조선의 독립과 유신 정책을 성공시키기 위하여 혼신의 노력을 했던 것이다. 그는 일본과 같이 입헌군주주의 국가로 근대화를 성취하여 부국강병의 국가로 발전시키는 것이 내정개혁의 목표라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국왕전하께서 이미 선포하신 홍범 14조에 기초하여 개혁을 추진해갔다. 일본의 이토 히로부미정부는 박영효의 개혁 취지를 좋게 보지 않았으나, 망명생활을 통하여 뼈저리게 느끼고 경험한 정치적 식견을 쌓은 인물로 높이 평가하였다. 그리고 조선의 근대화를 위한 유신개혁은 일본의 메이지 유신을 모방한 것이었음으로 일본의 이토 정부도 그에 반대할 구실이 없었다.

이론이 궁하거나 정책에 한계가 있게 되면 모략과 중상이 따르게 된다. 어느 날 대원군이 국왕전하를 독대한 자리에서 “박영효는 대역죄를 범하여 아마도 죽음을 면치 못할 것 같습니다”라고 진언하였다. 그러나 국왕전하는 그를 믿으려 하지 않으셨다는 것이다. 하기야 철종의 사위로 일찍이 국왕과 민비의 총애를 받아 왔던 박영효를 대원군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더욱이 대원군의 손자 이준용의 역모 사건을 폭로한 후로 그에 대한 적개심이 대한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하여 박영효의 대역죄는 대원군이 일본의 양해를 얻어서 꾸민 모략이라고 널리 알려저 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과 많이 다르다. 대원군이 주관하였던 군국기무처는 이미 폐쇄되었고, 또 섭정의 자리에서 물러난 상태에서 그 같은 흉계를 꾸밀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사실은 박정양 총리가 국왕과 독대한 자리에서 박영효의 역모사실을 고해 바쳤던 것이다.

박영효가 어느 날 일본사람과 같이 한강에서 뱃놀이를 하였는데, 그때 무심코 유신사업이 참으로 어렵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대역 같은 역모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일본 공사관 측에서는 박영효가 대역죄로 궁지에 몰렸는데도 그를 구하려는 노력을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이 사실과 함께 다른 여러 측면에서 보면 박영효가 대역죄를 범했다는 혐의는 일본이 박영효를 제거하기 위하여 일본이 날조한 음모일 것이라는 것이다. 역적 박영효를 처단하라는 상소가 빗발같이 올라 왔다.

1895년 6월 6일 야밤에 박영효에 대한 체포령이 내려졌다. 박영효는 이 체포령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민비께서 사람을 몰래 보내 곧 체포령이 내릴 것이니 속히 피신하라고 일러 주셨다. 그는 준비도 갖추지 못한 채 야간에 뒷담을 넘어 마포로 도주했다. 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 결국 일본으로 다시 망명길을 찾는 수밖에. 또 다시 10년간 일본에서 이유 없이 냉대를 받으며 망명생활을 보내야 했다. 필자는 박영효의 조카 박태서 선생의 노부인을 잘 알고 있어서, 그 할머니로부터 박영효에 대한 여러 사실들을 많이 들었다. 박영효는 철종대왕의 사위로 높은 신분이었으나 갑신정변을 주도하였다가 그만 실패하고 일본 망명 10년, 그 후 갑오경장으로 귀국 특사를 받고 복권되어 내부대신으로 기용되어 유신사업을 수행하다가 대역죄의 무고로 체포령이 내리자 다시 일본에서 10년의 망명생활을 했다. 끝이 좋아야 다 좋은 것이다. 한일 합방 후 일본 정부가 조선 귀족에게 주는 직위를 거절하지 못하였고, 또 3.1 독립운동 시에도 용감히 나서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하다가 결국 친일파라는 오명을 남기고 말았다.


백린
(보스톤코리아 컬럼니스트
역사문제 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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