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순간
보스톤코리아  2012-11-12, 15:35:17 
우리는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그러나 그 순간이란 과연 우리 눈에 보이는 세상일까? 가끔 사진을 찍고 확인해 보면, 평상시 멋있어 보이는 가족이나 친구의 웃긴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게 된다. 과연 이런 순간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의아해지곤 한다. 사람의 눈은 카메라에 비해 매우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때론 기계보다 부족한 면이 있다. 이번 컬럼에선 사진촬영을 함에 있어, 순간을 포착해 좋은 사진을 촬영하는 것과 무엇을 찍을 것인지에 대해 얘기해 보자.

우리는 사진은 보이는 것을 그대로 찍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사실은 보이지 않는 것을 찍는 것일 수 있다. 인간의 눈으로 카메라의 셔터 스피드 1/8000초로 잡을 수 있는 순간을 볼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볼 수 없는 순간 순간을 찍는 것이 바로 사진이 된다. 그렇다고 해서 그저 셔터를 누른다고 사진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진을 찍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하겠고, 순간순간 벌어지는 동작과 분위기의 흐름을 이해하고, 이제 곧 벌어질듯한 장면을 그려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좋은 사진을 위해선 창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멋진 순간을 제대로 촬영한 사진을 보면, 적당한 운이 따랐다고 볼 수도 있지만, 역시 이런 사진은 의도적인 목표를 잡고,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포착되는 것이다. 생각할 틈, 아니 숨쉴 틈도 없이 바라던 피사체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 순간, 본능적으로 셔터를 눌러 멋진 작품을 만드는 것은 절대 쉬운 이야기가 아니다. 수 많은 시간과 머리 빠지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이런 순간은 절대 그냥 오지 않는 것이다.

순간을 포착하는 사진에 대해, 조금 고민하다가 쉽게 정리해버리면서 단순히 셔터스피드를 올려 촬영하면 되는 것으로 잘못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사진이 그리 단순한 것이라면, 딱히 공부를 오랫동안 하거나, 경험을 쌓거나, 고민을 할 필요가 전혀 없을 것이다. 순간을 제대로 잡기 위해선 상황에 따라 셔터스피드를 빠르게 혹은 느리게 적용하는 것이지, 단순히 빠르게만 적용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눈은 순식간에 벌어지는 찰나는 인지하지 못하기도 하지만, 느림 속에 존재하는 피사체의 변화를 놓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젠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고민도 하도록 하자. 우리가 하늘을 찍었다면, 하늘을 찍으려 했던 이유가 분명히 존재하고,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다거나, 단순히 예뻐서 찍고 싶었다거나, 단지 지금 우리의 눈에 보이는 하늘의 풍경을 가슴에 담아두고 싶었을 수도 있다. 어찌되었건 그냥 찍는 것은 없고, 우리가 의식을 갖고 이야기를 담아내려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겠다.

‘좋은 사진은 무엇인가?’ ‘나는 왜 사진을 찍는가? 하는 질문을 항상 염두에 두고 많이 찍어보자. 사진의 퀄리티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 피사체에 대한 애정도 한층 높아질 것이다. 그리고 피사체에 대한 관심과 애정, 고민이 있다면 더 좋은 이미지를 찍을 수 있을 것이다.

광고, 신문, 방송 등 우리가 눈으로 접하며 사는 이 세상의 이미지는 마치 동화 속에 들어간 것처럼 예쁘고 잘생기고 유명한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있어 가장 소중하고 아름다운 대상은 바로 부모, 자식, 친구같이 가장 가까운 이들일 것이다.

소중한 순간을 찍되, 보이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말고, 보이지 않은 순간을 잡으려 노력하자. 아마도 보이지 않는 순간은 우리들 마음 속에 있고, 그것을 의식한다면, 우리들이 찍은 프레임 안에서 살아 숨쉴 것이다.


Nabis Studio Creative Director 양성대 ozic@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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