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도로명주소 전면 시행, 시행 초기 혼선은 불가피
보스톤코리아  2013-12-09, 11:06:45 
(보스톤 = 보스톤 코리아) 오현숙 기자 = 내년 1월 1일부터 도로명주소가 전면 시행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제도를 알리기 위한 막바지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각종 캠페인과 정부의 지속적인 계도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반응은 시원찮다. 

여전히 도로명주소로 전환된 자신의 집주소조차 모르는 시민들이 많은 데다 도로명주소 활용률도 저조한 상황이다. 정부는 제도가 전면시행되면 서서히 정착될 것이라는 반응이지만 ‘공공기관용 주소’로만 사용될 뿐 실생활에서는 외면받는 ‘반쪽짜리 주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부동산표시는 지번 사용
2014년 1월 1일부터 시•군•구, 읍•면 다음에 ‘동•리+지번’으로 돼 있던 지번주소 대신 ‘도로명+건물번호’로 표기하는 도로명주소가 전면 시행된다.

 당초 전면 시행은 2012년 1월 1일부터였지만, 급하게 기존 주소 체계를 변경하는 것이 무리라는 지적에 따라 2014년 시행으로, 기존 지번주소와의 병기사용 기간이 2년 연장된 것이다.

따라서 내년부터는 공공기관에서 전입•출생•혼인신고 등 각종 신청이나 서류를 제출할 때에는 반드시 법정주소인 도로명주소를 사용해야 한다. 

다만, 기존 사용하던 지번주소는 토지관리 등을 위해 부여된 번호로 계속 사용되기 때문에 부동산표시에는 지번을 계속 사용하게 된다. 예를 들어, 부동산매매•임대차계약시 계약서상의 물건 소재지는 기존과 같이 지번을 사용하고(건물의 경우 도로명주소 병기), 계약당사자의 주소는 도로명주소를 사용하게 된다.

안전행정부(장관 유정복)는 도로명주소 전면사용 30일을 앞두고 전 국민에게 세대별 도로명주소를 안내하기 위해 12월 2일부터 14일까지 전국 2,040만 전 세대에 도로명주소 사용 안내문을 배부한다. 안내문은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세대별 우편으로 전달, 또는 통장․이장 등이 직접 방문하여 전달하게 된다.

국제표준 부합 도로명주소에 4천억 투자
도로명주소는 2007년 4월 5일부터 시행하기 시작했지만 실제로 정부는 이미 17년 전부터 이 제도의 도입을 추진해왔다. 정부는 지번주소 체계가 21세기 물류, 정보화시대에 맞지 않다는 지적에 따라 도로명주소 도입을 결정했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도로명주소를 사용하고 있어 국제 표준에 부합하다"는 점과 지번주소가 일제에 의해 도입됐다는 점에서 '일제 잔재 청산'도 명분으로 제시됐다. 

정부는 도로명주소 도입을 결정한 이후 사용 활성화를 위해 금융, 쇼핑, 물류, 법률, 방송 등 36개 중앙행정기관, 457개 협회로 구성된 민관 협의회를 통해 범국가적인 노력을 지속해왔다.

안행부는 도로명사업을 추진한 이래 현재까지 도로명판•건물번호판 설치 등 시설비 3415억원, 시스템 구축 등 정보화사업비 254억원, 대국민 홍보비로 238억원 등 총 3907억원을 들였다. 특히 2010년부터 올해까지 4년 동안 집중적으로 도로명주소를 알리는 데에만 205억원을 썼다. 앞으로도 홍보, 유지관리, 관련사업 확대 등을 위해 상당한 예산이 추가 투입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민 인지도•활용률 저조
하지만 그 실효성은 의문이다. 그간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도로명주소에 대한 국민들의 인지도와 활용률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안행부가 국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자기집 도로명주소를 정확히 알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011년 12월 20.6%, 지난해 12월 32.5%에서 지난 6월 34.6%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도로명주소 전면 시행을 반년 앞둔 지난 6월 조사에서 내년부터 제도가 전면 시행된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응답도 전체의 절반(50%)을 차지했다. 특히 도로명주소를 사용해본 적 있다는 응답은 23.4%에 불과해 공공분야에 비해 활용률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정사업본부의 조사에서도 우편물에서 도로명주소를 사용하는 비율이 10월 말 기준 17.2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분야는 도로명주소 전환이 사실상 완료돼 정부 부처에서 쓰는 서류와 각종 민원 서류 등 공공문서에서는 이미 도로명주소가 사용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처럼 도로명주소 사용이 저조한 이유는 새주소 사용에 따른 불편함에 더해 오랜동안 사용한 지번주소를 버리는 데에 따른 거부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정부는 기존 동(洞)ㆍ리(里)의 명칭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주민센터나 마을회관의 이름은 물론이고 토지대장, 건축물대장 등에 여전히 사용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안국동, 서린동…역사의 뒤안길로
전문가들은 시행에 앞서, 도로명 주소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골목길 하나하나까지 길 이름을 짓다보니 억지스러운 이름도 많고, 기존 지번 주소보다 훨씬 길고 복잡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최인욱 좋은예산센터 사무국장은 "한꺼번에 수많은 길 이름을 새로 붙여야 해 마구잡이로 이름을 붙였다"고 비판했다.

 "지역 특성과 전혀 상관없는 '화수목금토'를 따 화성길, 수성길, 목성길 등의 이름이 나오거나, 황천길, 할렘가 같은 부적절한 도로명이 제시돼 논란이 되기도 했었다"는 것.

 또 지번주소는 '서초구 서초동 1540-5'인 반면, 도로명주소는 '서초구 반포대로 23길 6(서초동)' 식으로 길고 복잡해진다는 것도 문제다.. 

서울 시민들은 이름만 대면 모두 알만한 '삼성동 아이파크 102동'도 '강남구 영동대로 640 102동'으로 표기된다.

 이같은 어려움으로 도로명 주소 끝에 괄호를 달아 아파트를 쓰도록 했지만, 결국 기존 주소보다 훨씬 길고 복잡해지는 결과만 낳게 됐다.

 특히 이런 과정에서 유서깊은 마을 이름 등이 실종되기도 했다. 역사가 깃든 안국동, 체부동, 서린동 같은 고유 지명이 내년부터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

 황평우 문화유산정책소장은 "지명 자체가 문화이고 역사인데 도로 중심으로 바꿔버린다면 역사와 문화가 다 사라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행 초기 혼선 불가피
도로명주소가 전면 사용되는 다음달부터 각종 불편과 혼선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택배, 온라인쇼핑몰, 배달업체 등 주소를 토대로 근무하는 이들의 업무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익명을 요구한 한 택배원은 “도로명주소가 체계적이어서 길찾기가 쉽다고 하지만 보통 주소 위치를 외워서 배송하지 번지수를 헤아리면서 하지 않는다”며 “도로명주소만 적힌 택배물품은 고객에게 전화로 위치를 묻거나 인터넷으로 지번주소를 검색해 배송하다보니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에서 발행•발급하는 모든 문서에는 도로명주소만 법정주소로 사용되는 만큼 도로명주소가 익숙지 않은 노인들은 물론 상당수의 시민들도 각종 민원처리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주석 안행부 지방재정세제실장은 "도로명주소 개편은 국민의 길 찾기 편의성을 도모하고 국제표준 주소체계 도입으로 국가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국민들께서 초기에 다소 불편하시더라도 일상생활에서 도로명주소를 적극 활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전면시행을 앞둔 도로명주소는 도로명주소검색 사이트 www.juso.go.kr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으며, '주소찾아' 스마트폰 앱을 설치하여 모바일로도 도로명주소 검색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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