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대산 사고지 (史庫址) 답사기 > 3
보스톤코리아  2014-04-28, 13:59:57 
한국 역사에 그 이름이 자주 오르 내리는 고개는 이 대관령과 금강산으로 통하는  천마산의 단발령이다. 단발령은 그 옛날 신라 경순왕의 태자, 마의태자(麻衣太子)가 검은 머리를 자르고 이 고개를 넘어 금강산으로 들어갔다고 하여 이름을 단발령이라 하였다는데, 영동으로 통하는 오대산의 대관령은 동방의 대철학자이며 정치가인 율곡선생이 여섯살 때 어머니 신사임당의 손에 끌려 이 대관령을 넘었다는데 그 이름이 더욱 유명하게 된 것 같다.

우리가 대관령을 넘어 월정사로 향한 것은 해가 질 무렵이었다. 진부면 소재지에서 버스를 내려 청계옥류의 물소리를 들으며 월정사로 통하는 산길을 따라 한참 걸어가니 월정사의 문루가 보였다. 

월정사에 도달하였다고 좋아서 대웅절 앞뜰에 들어서니 인적이 없었다. 다 어디를 갔을까. 

역사에 그 이름이 높은 이 월정사에 스님이 보이지 않다니 참으로 이상했다. 우리가 월정사를 찾은 것은 불공을 드리러 간 것이 아니라 월정사가 상원사로 가는 초입이며 이 절이 신라시대에 창건된 고찰 (古刹)일뿐만 아니라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팔각구층 석탑이 유명하고, 더구나 오대산 사고의 수호사찰로 역사에 그 이름이 높이 알려져 있기 때문에 큰 관심을 가지고 찾아간 것이다.

그런데 월정사에서 스님을 볼 수 없었고 치성을 드리러 온 시주님들도 보이지가 않았다. 오래된 고찰이어서 그럴까 아니면 촌락으로부터 멀리 떨어져서 그럴까,  그것도 아니면 불교가 쇠퇴해서 신도의 발길이 끊어져서일까. 여러 생각이 떠올랐다. 행여나 누가 있을까 하고 이리저리 둘러 보았더니 사미(沙彌) 하나가 부엌에 쭈그리고 앉아 아궁이에 불을 때고 있었다. 

주지스님이 계시느냐고 물었더니 “큰스님은 출타하여 아직 돌아오지 않으셨다.”고 하였다. 그후에 알았지만 법률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월정사는 38번사의 하나이다. 월정사의 창건 유래는 석일련의 삼국유사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으므로 길게 말하지 않겠다. 

해는 이미 져서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당시의 월정사를 본 소감을 이렇게 읊어본다.
오대 명산 월정사(五臺 名山 月情寺 )                       
불전 향로 부향촉(佛前 香爐 焚香燭 ) 
주증 원행 미귀래(主憎 遠行 未歸來 )
일모 청산 만종선(日暮 靑山 晩鐘聲 )     

주지스님이 아니 계시니 절에서 하룻밤을 지내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는 절에서 멀지 않은 민가를 찾아가 사정을 말하고 하룻밤 신세질 것을 부탁했다. 주인은 우리를 공손히 맞으며 저녁 식사까지 지어 주었다. 이튿날 아침 조반도 거른 채 일찌감치 상원사로 길을 떠났다. 

알림: 지난번 글 <사고지를 찾아서>에서 ‘선덕여왕’이라 한 것은 성덕왕(聖德王)의 오기이므로 정정합니다.


백린 
(보스톤코리아 컬럼니스트
역사문제 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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