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느그 아버지 뭐 하시노?
보스톤코리아  2015-12-28, 14:58:22 
  날씨가 괴이쩍다. 추워야 하고, 눈이 와야 할텐데 아무 기척도 없다. 겨울 척후병의 염탐도 아직은 없는듯 싶다는 거다. 눈폭탄이 쏟아져 내릴 시간이 이미 지났다. 전면포격 전야마냥 차라리 두렵기도 하다. 에라, 때가 되면 오겠지. 덕분에 한가한 날씨가 싫지않고, 오히려 고맙다. 안녕하신지. 

  한국영화 ‘친구’에 나오는 대사중 한 대목이다. 담임선생이 학생에게 물었다. ‘느그 아버지는 뭐 하시노?’ 학생의 대답이다. ‘건달 입니더.’ 선생의 질문은 정당했고, 학생의 대답은 당당했다. 하지만, 대답은 선생을 화나게 하기에 충분했다. 선생은 손목시계를 풀었다. 체벌을 준비하는 거다. 무지막지한 체벌이 화면을 가득 메웠다. 오래전 한국 고등학교 교실 풍경이다. 

  아버지는 뭘 하시냐? 어려서 이따금 받던 질문이다. 숫기없던 어린 내가 우물쭈물 대답하지 못했다. 어머니는 매우 못마땅해 하셨고, 조기교육(?)이 시작되었다. 내 선친의 체면을 위해서 인게다. ‘교편敎鞭을 잡고 계십니다.’ 어머니가 일러준 모범 대답이었다. 미당未堂의 자화상중 몇 구절이다.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
파뿌리같이 늙은할머니와 대추꽃이 한주 서 있을뿐이었다.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건 팔할八割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하드라
어떤이는 내눈에서 죄인을 읽고 가고
어떤이는 내입에서 천치天痴를 읽고 가나
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진 않을란다.
 (서정주, 자화상)

  어릴 적 국민학교에 다닐 적이다. 학년 초가 되면 ‘가정환경 조사서’ 라는 걸 적어서 내야했다. 몇 가지 기억나는 질문항목이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 이름, 학력, 나이, 형제들 이름 학력. 집에 텔레비전, 피아노, 전축은 있는지. 시시콜콜 이런저런 항목들인게다. 더 중요(?)한 것도 있었다. ‘느그, 아버지는 뭐하시냐?’ 아버지의 직업이 뭐냐는 거다. 아이들을 지도하기 위해 필요했을 거다. 하지만, 난감하고 상처받는 아이들도 있었을 터. 필요없는 항목들이 너무 많았다. 학교에도 피아노가 없는데, 무슨 피아노? 라디오도 없는데, 무슨 텔레비전? 질문항목중 어머니를 쫓아 다니며 물어야 했던 것도 있었다. 집은 전세專貰를 사는가? 도대체 전세가 무슨 뜻인지 이해할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 젊은이들이 직장을 잡기가 매우 어렵단다. 언제 직장을 구하기 쉬운 적이 있었던가만 말이다. 한국에서 몇몇 대기업에서 입사원서에 ‘가정환경 조사서’ 비슷한 걸 요구 한단다. 부모의 자산을 포함해 물어 봐서는 안 되는 것들도 물어 보는거다. 반세기도 넘은 구태한 질문들이 여전하다. 집에 텔레비전과 라디오는 있는지, 그건 물어 보지 않는가? 직접 대 놓고 물어 보지 않아 다행이다.  ‘느그 아버지 뭐 하시노?’ 

  풍문으로 들었다. 돌아간 전직대통령 아들이 정치판에 뛰어들지도 모른단다. 그의 아버지가 최고권력자였을 적에, 정치를 배운 모양이다. 일욕심도 과 했던 모양인데 감옥에도 갔었다 들었다. 그에게만은 물을 필요는 없겠다. ‘느그 아버지 뭐 하시노?’ 라고 말이다. 그가 쓰는 호가 소산小山이라 카더라. 

  사족蛇足이다. 내 친구가 입사원서를 쓰면서 난감해 했다. 가족 사항란을 적어야 하는데, 칸이 부족하단다. 부모와 형제자매들을 차례대로 적다보니, 칸이 모자란다는 거다. 그는 팔 남매중 여섯 번째였다. 그 친구 말이 걸작이다. ‘칸도 부족한데, 동생들은 빼지 뭐.’ 그 친구 졸지에 막내가 되었다. 

아버지는 ‘능력보다 존재’라 했다. (이영길 목사 설교 중에서)

‘이는 그 목수의 아들이 아니냐 그 어머니는 마리아, 그 형제들은 야고보, 요셉, 시몬, 유다라 하지 않느냐’ (마태 13:55)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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