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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디드니 대학살 (계속)

살아남은 부상당한 인디언 51명은 그날 밤에야 파인릿지 군부대에 도착했다. 들어갈 막사가 없어서 포장도 없는 마차위에서 떨고 있을 때에 한 장교가 성공회 교회의 의자를 끌어낸 후 마룻바닥위에 마른풀을 깔아서 거기서 자도록 배려해 주었다. 크리스마스가 며칠 지나지 않아서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이 아직 그대로 있었으며 교회 안에 붙어 있는 배너(banner)에는 '땅에는 평화, 사람들에겐 적선'(PEACE ON EARTH, GOOD WILL TO MEN)이라고 쓰여 있었다. (디 브라운의 전게서 524 페이지 인용) 그 때까지도 인디언은 미국 법에 의한 사람(시민)이 아니었으며 전쟁상황속에서 죽여도 문제가 되지 않는 적군 집단으로 취급되고 있었다. 미국의 인디언 정책에 저항하여 지정된 인디언 거주지역을 벗어나 있는 인디언들을 적대적 인디언으로 규정하고, 미군에 잡혀온 인디언들을 전쟁포로로 취급한 사실 등으로 당시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1924년 인디언 시민권법(Indian Citizenship Act of 1924)이 제정됨으로써 인디언들도 드디어 미국의 시민지위를 얻게 되었다.

13. 크레이지 호스의 부활

크레이지호스의 생애

크레이지호스(Crazy Horse;Tašúŋke Witkó, Tasunke Witko)의 출생연도에 관하여는 여러 가지 서로 다른 자료가 있는데 대체로 1840년이 맞을 것으로 추정된다. 태어날 때 붙여진 이름은 '대자연 속에서' 또는 '나무들 속에서'의 뜻을 갖는 Cha-O-Ha이었다고 한다. 모계 중심 사회인 인디언들의 이름에는 성과 이름이 따로 있지 않고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사물에다 수식어를 적절히 보태어서 이름을 짓는 전통이 있다. 그래서 다양한 종류의 어쩌면 시적이나 낭만적으로 들릴 수 있는 이름들이 만들어진다. 크레이지 호스라는 이름은 원래 그의 아버지의 이름이었는데, 그가 성인이 되어 전사로서의 자격을 갖춘 것을 확인한 후 그의 아버지는 그 이름을 아들에게 물려주고 아버지는 다른 이름 '벌레'(Worm)로 바꾸었다고 한다. 라코타어 이름인 Tašúŋke Witkó의 원래 뜻은 'His Horse is Crazy'인데 백인들이 부르기 쉽게 'Crazy Horse'로 불렀다고 한다. 아버지는 라코타(Lakota; Teton Sioux) 부족의 오글라라지파(Oglala)이나 어머니 Rattling Blanket Woman은 같은 라코타이긴 하나 미니콘주지파(Miniconjou) 출신이다. 어머니는 크레이지 호스가 네 살 때에 돌아가셨다.

크레이지 호스의 친가와 외가에는 뛰어난 추장과 전사들이 즐비하다. 그의 삼촌인 작은 매(Little Hawk)는 오글라라의 유명한 전투 추장이었으며 작은 매와 같은 이름을 가진 친동생은 용감한 전사로 이름을 날렸다. 그의 외삼촌 점무늬 꼬리(Spotted Tail)는 미니콘주지파와 브룰레지파가 1864년 샌드크리크 대학살 후에 연합하게 되면서 브룰레의 추장으로 추대되었고, 외사촌인 구름을 잡아라(Touch the Clouds)는 1875년부터 그가 죽은 해인 1905년까지 30년간 추장을 맡아 미니콘주지파를 이끌었다.

1854년 크레이지 호스가 열 네 살 나던 해에 그래턴 소위 사건으로 브룰레지파 추장 정복하는 곰이 미군에 의하여 피살되는 현장을 지켜보면서 백인에 대한 적개심을 품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1855년 9월 3일 하니(William S. Harney)의 부대가 네브래스카의 Blue Water Creek에 있던 브룰레 인디언 캠프를 기습하여 86명을 살해한 사건을 직접 경함하면서 백인에 대한 복수심이 더욱 커졌다고 한다. 많은 인디언 지도자들이 그리하듯이 크레이지 호스도 수차례 행한 비젼탐구(vision quest)에서 자신이 앞으로 전사로서 살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영감과 용기를 얻게 되었다. 비젼탐구란 특히 평원인디언들 사이에서 많이 행해지던 일종의 금식기도로서 비젼을 구하고자 하는 인디언(주로 젊은이들)이 깊은 숲속이나 마을로부터 멀리 떨어진 외진 광야에서 며칠간 금식을 하면서 그들이 믿는 인디언의 정령 Wakan Tanka(Great Spirit, Great Mystery)에게 드리는 간절한 기도를 통하여 자신의 사명과 인생경영에 관한 정령의 가르침을 얻는 과정을 뜻한다.

1850년대 말과 60년대 초반에 걸쳐 라코타와 적대관계에 있던 크로우족(Crow)과 포니족(Pawnee) 등과의 전쟁에서 크레이지 호스는 크게 용맹을 떨쳤다. 특히 1865년에 있었던 플래트강 다리 전투에서 보여준 그의 용감성과 리더십을 인정받아 전투추장(Ogle Tanka Un; Shirt Wearer 또는 war leader)으로 추대되었다. 그러나 그도 인간적인 약점이 있었다.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Black Buffalo Woman이라는 이름의 여자가 크레이지호스가 청혼하기도 전에 다른 남자와 결혼해버렸다. 크레이지 호스는 고민 끝에 1867년 가을에 그 여자와 함께 사랑의 도피를 실행하였는데 그녀의 남편이 그들이 묵고 있는 티피로 찾아와 크레이지호스에게 총을 쏘았다. 다행히도 크레이지 호스는 큰 상처는 입지 않고 턱에 가벼운 부상만을 입었다. 이 일로 물의를 일으켜서 전투추장의 지위를 박탈당하게 된다. Black Buffalo Woman과의 결혼 계획은 실패로 돌아가고 1871년 Black Shawl과 결혼하여 They Are Afraid Of Her라는 이름의 딸을 낳았다. 그러나 그 딸은 1873년에 사망하였다.

(다음 호에 계속)

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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