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파카 51
보스톤코리아  2022-03-21, 12:58:05 
추억은 과거를 전제로 한다. 현재나 미래를 추억 할 수는 없다. 현재와 미래는 생각커나 추측할 수는 있겠다.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짝궁이 똑똑하게 생긴 눈이 큰 아이였다. 그가 파커만년필을 쓰고 있는게 눈에 띄였다. 입학선물로 누나에게서 받았다고 두어달 후에 말했다. 나야 군침만 흘렸는데, 내 만년필은 국산 파이롯트 만년필이었다. 

그의 만년필을 한번 구경하자 청했다. 너그러웠던 친구는 선뜻 그 귀한(?)걸 보여 주었다. 마크도 선명한 Parker 51. 진한 청색 몸통에 은빛나는 뚜껑을 갖고 있었다. 썩 잘생긴 고급스런 만년필이었던 거다.  51이란 숫자가 뭘 의미하는지 설명도 필요치 않았는데, 미군납품이었다 던가. 당시 미국에선 흔한 필기구였다걸  나중에 알았다. 무려 80여만 자루나 팔렸다던가.

나 역시 만년필로 아내에게 연애편지를 썼다. 내 형이 줬던 파카 51이었는데 사랑은 연필로 쓰라할 적이었다. 사랑은 연필로 쓰세요. 누군가에겐 추억속의 필기구이고 노래일 수도 있다. 

사랑을 쓸려거든/연필로 쓰세요
사랑을 쓰다가/쓰다가 틀리면
지우개로 깨끗이/지워야 하니까
처음부터 너무/진한 잉크로
사랑을 쓴다면/지우기가 
너무너무/어렵잖아요
(전영록 노래)

노래 가사가 재미있다. 연필은 지울수 있는데, 잉크글씨는 지울 수없단다. 그럴적에 추억은 연필이 아닌 만년필로 쓰여져 있는지도 모르겠다. 쉬이 잊혀질 수 없는 추억도 있으니 말이다. 

만년필은 추억의 필기구라 말한다. 그러나 난 아직도 만년필을 사용한다. 파커 51은 아닌데 이따금 생각 날적엔 꺼내 드는 거다. 그리고  공책에 몇자 끌적이곤 한다.  내겐 만년필이 추억이 아닌바 현재사용형일 수도 있겠다. 

참, 형이 선물해줬던 파카만년필은 미국에도 가지고 왔었다. 몇년 잘쓰다가 언젠가 잃어버렸다. 잉크가 막혔는데 이사다니면서 슬그머니 내 손을 떠났던 거다. 아쉽고 형에게 미안하기만 하다. 

한국에선 입학시즌이다. 요즈음은 입학기념으로 뭘 선물하는가? 만년필은 아닐텐데 스마트 폰인가? 그런데 연필은 왜 대부분 노란색일까? 

손가락으로 땅에 쓰시니 (요한 8:6)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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