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무화과
보스톤코리아  2022-06-13, 11:30:37 
한국은 ‘시詩의 나라’ 라고 했다. 오랜 적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로 시작한다. 노래하고 춤추던 낭만적인 민족이었다는 거다. 유전자와 피는 도도히 흐른다. 이젠 케이 팝과 케이 컬쳐의 열풍속에 있다고 말한다. 말을 듣다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시는 즐거울 적에 흘러나온다. 그러나 은근히 슬퍼 읽기에 거북하고 괴로울 때도 있다. 

시인 김지하가 돌아갔다. 그를 시인이라 부르기엔 뭣하다만 그의 시 한편이다. 제목이 무화과無花果 이다. 
이봐
내겐 꽃시절이 없었어
꽃 없이 바로 열매 맺는 게
그게 무화과 아닌가
어떤가
(무화과 중에서, 김지하)

김지하는 괴로워서 문학을 한다했다.  그역시 괴로움중에 시를 지었을 게다. 그런 시인은 물었다.  무화과가 꽃없이 열매를 맺는가. 아니면 열매속에 꽃이 있는가.  무화과 역시 괴로움중에 필것이고, 이젠 열매가 곧 무르익어 갈게다. 분명한건 암수와 꽃이 없다면 열매를 맺을 수 없다.

시詩에게 이렇쿵 저렇쿵 질문하는건 부질없다. 시인에 관한 짧은 글이다. 날것으로 옮긴다. “세상에는 아마추어 아재 시인이 너무 많다…. 뒷산을 보는데 여성의 가슴이 떠오른다면? 쓰지 마라… 강을 보고 있는데 분만의 생명력이 떠오른다면? 쓰지 마라. 당신은 정말 자격이 없다. 당신의 시는 아직도 고집스레 만년필로 시를 쓰고 있는 수첩 속에 머무를 때 가장 아름답다.’ (조선일보, 김도훈) 

그래서 그런가.  요즈음엔 시인도 시를 쓰지 않는단다. 내 궁금증이 도졌다. 시는 쓰는 것인가. 아니면 짓는 것인가. 헷갈리는데, 시인이 시를 쓰지 않는다면 짓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글쓰기를 작문이라 한다면 시를 짓는 걸 작시作詩라 해야 할터.

이순신 장군의 손글씨중 작作자는 인상적이다. 사진에 보인다. 장군이 임금에게 올린 상소문중 한대목이다. 시름에 젖어 등불밑에 앉아 글을 지었을터. 분명 어렵고 괴로운 작문이었을 텐데, 마음만은 무화과 꽃마냥 숨겨져 있다. 장군님도 탁월한 시인이었다. 

이는 무화과의 때가 아님이라 (마가 11:13)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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