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208회
보스톤코리아  2009-08-04, 11:37:22 
언제나처럼 7월은 넉넉하다.

물먹은 여름 나무들은 가지 끝마다 촉촉한 기운으로 유유히 바람을 타고, 작렬하는 여름 볕은 나뭇잎을 반짝이며 은빛 물결을 만든다. 하늘을 뚫고 사정없이 부어지는 소낙비는 7월의 무더위를 식히려는 듯 떨어져 땅에 박힌다. 여름은 젊음의 계절이라 했던가. 젊은 가슴이 아니더라도 여름은 몸과 마음과 가슴을 뜨겁게 하기에 충분한 열기다.

한낮의 무더위를 식히려면 밤의 공기가 필요하다. 젊은 가슴의 열정을 식히려면 잠시 사색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듯 사는 일이란 이렇듯 언제나 하나일 수 없는 둘이 공존하며 사는 것이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화를 부르는 일처럼 잠시 쉼을 얻을 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뜨거우면 식힐 시간이 필요하고 차가우면 데울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그렇게 조화를 이루며 사는 삶이 아름다운 인생이다.

세상에는 가질 수 있는 것보다 가질 수 없는 것들의 수가 훨씬 많다. 그 가질 수 없는 것들의 각기 다른 색깔과 모양의 욕심들을 다독이며 놓아주는 연습과 훈련이 인생이 아닐까 싶다. 내게 맞는 색깔과 모양으로 다듬고 색칠하며 사는 오늘은 그 누구에게나 값진 삶이기 때문이다. 어릴 때는 욕심도 하나의 꿈으로 이어진 길이었다. 자식을 낳고 기르며 부모가 되고 보니 욕심은 그저 욕심일 뿐임을 깨닫는다.

다른 사람의 욕심마저도 내게 꿈으로 다가올 수 있기를…. 오늘, 이 맑고 고운 아침에 소망해 본다. 남의 눈치를 살피기에는 이제는 너무 늙은 아이가 되어버렸다. 나와 다른 사람의 장점뿐만 아니라 단점마저도 받아들일 수 있는 가슴이길 기도한다. 남을 의식하기보다는 나를 의식하며 살 수 있기를 오늘 마음의 묵상을 가져본다. 나를 알아가는 어리석음은 참으로 깊기도 깊다. 나를 알아가는 깨달음은 참으로 길기도 길다.

살면서 가질 수 없는 것들의 수가 많은 것처럼 삶에서 버릴 수 없는 것들의 수도 만만치 않다. 사람이나 사랑이나 물질이나 그 어떤 것들도 내 것처럼 느끼던 것을 내어놓기란 쉽지 않음을 깨닫는다. 머릿속에서 맴맴도는 생각으로는 수십 번을 수백 번을 타일러 보지만, 가슴에서 놓지 못하고 움켜쥔 것들이 또한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나 자신의 생각과 마음이 하나이지 못해 혼란과 방황 속에 보냈던 그 수많은 시간의 편린들이 오늘의 작은 용기를 준다.

칠월은 깊은 그리움을 낳는다. 철철 부어지는 빗줄기를 보면서, 흠뻑 물먹은 칠월의 나무들을 보면서, 칠월 햇살에 반짝이는 나뭇잎들을 보면서 더욱 깊어진다, 그리움은. 여름은 더욱 젊은 날을 그립게 한다. 꿈도, 사랑도, 사람도 그립게 한다, 칠월은. 그렇게 칠월은 보낼 사람 보내고 싶지 않게 한다. 보낸 사람 다시 보고 싶게 한다. 칠월은 가뭄에 앓는 마른 땅처럼 가슴 터지게 하고 소낙비에 흠뻑 젖게도 하고 훌쩍 떠나버리기도 하는 그리움을 낳는다.

칠월은 넉넉해서 좋다. 무엇인가 특별히 줄 게 없어도 주고 싶어진다. 딱히 누구에게라 말할 것도 없이 그저 넉넉해서 주고 싶다. 잠시 감았던 눈을 떠 창밖을 보면 더욱이 그렇다. 저 자연이 내게 주는 것들을 보면서 내가 누리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저 맑고 고운 햇살과 칠월의 나무 그리고 바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넉넉하다. 눈을 감고 느끼면 온몸에 전율이 흐른다. 가만히 아주 가만히 눈을 뜨면 더욱더 행복한 마음은 이 칠월이 주는 귀한 그리움의 선물이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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