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내년에 가도 된다
보스톤코리아  2012-04-30, 12:21:08 
여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어떤 사람들은 노출의 계절인 여름을 준비하며 몸매 만들기에 한창이고, 혹은 휴가를 받아 가볼 만한 관광지 검색에 몰두하기도 한다. 멋진 몸매를 기록하기 위해서나, 휴가철에 방문했던 아름다운 장소에 대한 추억을 사진으로 남겨보자. 요번 컬럼에선 휴가 중의 백미인 여름휴가를 맞아 사진촬영에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를 해보자.

휴가지로 바다 외에 산이나 강, 그리고 해외의 도시를 생각하는 경우도 많지만, 여름휴가지는 역시 바다다. 더구나 여름휴가는 대부분 가족들, 아니면 친구, 혹은 사랑하는 애인과 떠나기 마련. 휴가로 떠난 바다는 대부분 동행이 있다, 밋밋하게 바다만 찍기보다는 함께 간 사람들을 바다와 함께 찍으면 의미있고 재미있는 사진들이 많이 나온다. 애인과 그리고 가족과 친구들에게 두고두고 칭찬받을 만한 바다사진을 찍고 싶다면 다음 사항을 염두에 두고 촬영에 임해보자.

날씨가 흐리면 어쩔 수 없지만 바다 하면 떠오르는 색은 시원한 파란색이다. 파란 하늘과 그 하늘색을 머금고 있는 바다의 색깔을 진하게 뽑아내려면 조리개는 F8.0 이상으로 조이는 게 좋다. 조리개를 개방하면 아무래도 빛이나 색의 손실이 많다. 또한 하늘에 떠있는 구름, 파도의 디테일 등을 심도 있게 표현하려면 역시 조리개를 조여야 한다. 단 너무 조이면 화질저하가 생기니, 조리를 조이는 최대치는 F11 정도가 적당하다.

바다는 알다시피 무지 넓다. 해안가에서 찍는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바다의 광활함을 표현하기에는 아무래도 망원 계열보다 광각 계열의 화각이 효용성이 좋다. 과감하게 앵글을 잡자. 그리고 함께 간 가족이나 동료들을 황금분할에 맞게 적절히 프레임을 잡는다면, 인물과 바다가 동시에 사는 시원한 바다사진을 얻을 수 있다.

대낮의 파란 하늘도 좋지만 바다에 가서 노을이 지는 황금시간대를 놓친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낮에 신나게 물놀이를 하더라도 노을 지는 저녁 무렵엔 서둘러 촬영을 하도록 하자. 노을 촬영은 기본적으로 스팟 모드로 측광을 하면 좋다. 노을은 생각보다 밝기 때문에 어두운 영역을 측광하면 카메라가 지레 빛이 부족한 줄 알고 지나치게 사진이 밝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밝은 영역에 대고 측광을 하고, 한 두스텝 정도 언더로 촬영하면 하늘이나 바다의 디테일이 산다. 풍경만 있으면 심심하니 사람들의 실루엣을 넣어보자.

바다에는 알다시피 수평선이 있다. 수평선이 안 나오게 찍을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수평선이 사진에 자주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더더욱 사진의 수평에 신경을 써야 한다. 조그만 구도 차이가 사진의 안정성을 좌지우지한다는 사실을 유념하자. 인물을 수평선과 함께 찍을 때는 수평선과 인물의 교차에 신경 써야 한다. 예를 들어 얼굴이 수평선에 걸리거나 어중간한 비율이면 영 사진이 불안해 보이니 주의하자.

여름이 왔지만, 힘든 생활로 휴가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사람들도 많다. 그렇다고 여름사진을 찍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파란 하늘과 아름답게 빛나는 바다는 마음 한구석에 뭍어 두고, 주말에 가족들과 함께 가까운 공원에라도 가자. 그곳에도 파란하늘이 있고,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이 파란 물결처럼 빛나고 있다. 옷이 젖는 줄도 모르고 분수대 근처에서 뛰노는 어린이들의 모습도 사진의 좋은 소재이다. 가족들도 찍어보고, 친구들도 찍어보자.

사진은 자신의 상상력이고, 한 장으로 들려주는 이야기다. 글을 쓰는 사람은 자신의 머릿속에 있거나, 마음속에 있는 그 무엇을 글자로 표현하고, 화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종이와 물감으로 그려나간다. 음악가는 자신에게 맞는 악기를 선택해서 자신의 감정을 소리로 표현한다.

우리도 우리들의 이야기를 하자. 비록 빛나는 태양 아래, 넘실대는 파란 바다 물결이 없더라도 슬퍼하진 말자. 사진의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세상의 모든 사물의 순간을 정지시켜 사각 프레임 안에서 살아 숨쉬게 하자. 바다는 내년에 가도 된다.

Nabis Studio Creative Director 양성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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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목록    [의견수 : 1]
Boston
2012.05.01, 08:08:10
와우~
제목이 마음에 진하게 앵겨붙습니다.
카플리 분수앞인듯 한데 경비원의 방해는 없었는지요?
저번 주 카플리에서 키스하는 장면의 칼럼에서도 그랬고
이번주 칼럼에서도 나직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려 주시듯 하시네요.
양성대선생님의 글은 참 따뜻한 느낌입니다.
진솔하고 순수함이 느껴집니다.
다음 주에는 또 어떤 주제의 칼럼을 올려 주시려나 기대가 됩니다.
매주 유익한 글을 올려 주시니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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