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속에 자라나는 가정폭력 III’ (Domestic Violence)
보스톤코리아  2014-11-03, 14:58:09 
2014-06-27

지난 칼럼들을 통해 ‘신체적, 물리적 폭력’과 ‘정서적 폭력’이 주는 피해를 피력하였고, 어떻게 폭력의 피해가 ‘영혼을 죽이는 살인’의 원인이 되는가를 설명하였다. (보스톤 코리아 웹사이트에 들어가면,‘가정폭력’ I과 II의 칼럼을 읽을 수 있다). 

' 폭력'이 주는 손상은 너무나 크다. 그런데 그 손상의 과정이 조금은 다를 수 있다.  '신체 폭력'은 '정서 폭력'과 서로 연관성이 있다. 가해자가 신체 폭력을 휘두르며 발설하는 모욕적인 말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서적 폭력은 꼭 신체적 폭력을 수반하지 않는다. 그래서 치료가 더 힘들다. 왜냐하면 정서적 폭력의 피해자들은 가해자의 폭력을 의식하지 못하고, 자신을 힐책해 왔던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신체 폭력으로 고통을 이야기하는 클라이언트들의 대부분은  신체적인 폭력은 잊을 수 있지만 정서 폭력은 잊기가 힘들다고 한다. 신체 폭력은 용서할 수 있지만 정서 폭력은 용서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신체 폭력은 신체 외상이 드러난다.  외상의 상처를 감추지 않는 한 세상에 알려 가해자를 응징할 수 있다.  감춘다 하더라도 자신이 직접 상처를 눈으로 볼 수가  있기에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닌 가해자의 잘못이라 판단하기가 쉽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정서 폭력의 정신적, 감정적 손상은 자신에게 상처를 준 가해자의 잘못을 은폐하거나, 부인하거나, 외면하게 할 수 있다.  진실이라 믿었던 가해자에 대한 믿음을 깨기가 힘이 들고, 또한 가해자는 피해자에게‘가해자 없이는 살 수 없다! ’라는 수많은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래서, 피해자 자신이‘가해자 없이는 살 수가 없다’라고  믿고 있는 경우가 많다.  치료 중, 정서 폭력을 받아온 클라이언트들은 신체 폭력을 받아온 클라이언트보다, 가해자를 감쌀 때가 더 많다. 자신의 마음 속에 우상화해온 가해자를 파괴하는 것은‘자신’을 파괴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힘든‘정서적 폭력’보다 치료가 더 힘든 폭력이 있다. 그것은‘성폭력’이다. 성폭력을 당했으면서도 당했다는 사실조차 인정할 수 없을만큼 무력하다.  너무나 엄청난 투라우마이기 때문이다.

정신분열증으로 40년을 넘게 치료 센터에서 살아온 75세의 마리아가 생각난다. 몇 개월 치료를 받으면서 그녀는 필자에게 아직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그 이야기는  그녀가 어린 시절 겪었던‘성폭행’ 트라우마였다.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가 13세부터 되던 해부터 성폭행을 해 왔다. 그리고 16세가 되는 해, 그녀는 아버지의 아이를 임신했다. 아버지는 자신의 죄를 은닉하기 위해 그녀를  펜실바니아에 있는 수도원으로 보냈다. 아버지는 거짓으로 이야기를 꾸며댔다. 그녀가 다른 이에게 강간을 당해 임신했다는 말이었다. 수도원은 아버지의 말을 믿었다. 이상하게도 그녀도 그렇게 믿게 되었다. 아버지는 가끔씩 동정어린 눈빛을 하며 그녀를 방문했다. 

그녀는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아기의 얼굴도 못 보고 아기를 한 번 안아 보지도 못한 채 입양 부모의 품에 떠나보내야 했다. 수도원은 그녀가 다시 세상에 나가살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 후, 남편을 만났다. 그런데 임신 상태가 되면 그녀는 우울증에 고통스러워했고, 아기를 낳으면 정신 병동으로 보내졌다. 네 자녀를 낳을 때마다 같은 현상이 일어났다.  막내 아이를 낳고는 집에 돌아갈 수가 없었다. 정신분열증이 너무나 심해졌기 때문이다. 이 엄청난 이야기를 하는데 그녀는 아주 냉정하고 담담했다.

어떻게 마리아는 그녀의 성폭행의 투라우마를 아무런 감정없이 이야기할 수 있었을까?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 우리의 뇌중,‘중뇌’를 설명한다. 중뇌는 시상하부(Hypothalamus), 편도체(Amygdala), 해마(Hippocampus) 가 있다. 이 기관은 감정과 기억을 담당해주는 아주 중요한 기관이다.‘시상하부’는 본능(식욕, 성욕 등), 충동을 담당한다.‘편도체’는 불안, 공황, 공포의 감정을 관리한다.‘해마’는 기억을  담당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건이 생기면, 그 사건에 대한 감정이 생긴다. 그 감정은 기억에 관여하는 호르몬을 분비한다. 그 과정은 이와 같다.‘사건’- 감정을 느끼는‘편도체’-‘글루코스 호르몬의 파생’의 순이다. 사건의 크기에 따라 이 과정은 반복되어진다. 그 다음,‘해마’는 그 사건이 어땠는가를 암묵적 기억(Implicit Memory)과 외현적 기억(Explicit Memory)의 상태로 저장한다. 좋은 기억은 엔돌핀을 증가시키기에‘외현적 기억’으로 남기가 쉽고, 나쁜 기억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을 증가시켜‘암묵적 기억’이 되기가 쉽다. 

마리아가 감정 없이 자신의 트라우마를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은 감정 과정을 인식할 수도 없을 만큼 그녀의 감정에 손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성폭행 사건이 준 감정을 억압(Repression)시키고, 직접‘해마’로 연결시켰다. 즉, 감정이 없는 기억이다. 감정이 없는 기억은 무의식적으로만 기억되는 암묵적 기억이 된다. 의식에서는 감정이 기억이 나지 않는것이다. 

이러한 이유로‘성폭행’의‘피해자’들은‘생존자’가 되는데에 있어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다. 그 이유들을 조금 더 상세히 살펴보자. 

첫째, 너무나 수치스럽기 때문에 감정이 동결된다. 고통이 극에 달하면 두 가지의 결정이다. 고통을 이기고‘생존자’가 되느냐? 아니면 고통을 피하고‘피해자’가 되느냐? 이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아닌‘척’을 한다.  이 ‘척’이 결국 자신의 영혼을 더욱 파괴하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둘째, 많은 피해자들은 성폭력의 원인을 자신 탓으로 생각하고 죄책감에 빠진다. 성폭행으로 인한 피해로 자존감에 손상이 오면서 자신은 이미 무가치한 존재, 구제 불능한 존재, 깨끗하지 못한 존재라고 여기게 된다. 성폭행을 당하면서 피해자의 영혼은 죽임을 당했고 감정이 동결되었다. 그로 인해,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이 가해자가 준 성폭행 때문에 파생되었음을 깨닫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성폭행을 자신 탓으로 돌리고, 즉, 자신이 받은 피해 결과를 볼 수 없고, 자신이 잘못한 것으로 원인을 뒤바꿔 생각하는‘착각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셋째, 성폭행을 당하면서 받은 신체와 정신의 멘붕 상태는 극도의 무기력감과 통제 상실감을 가져온다. 무의식적으로 성폭행이 자신의 책임이라 생각한다. 이 책임전가가 비참한 모멸감보다는 낫고 자신을 통제한다고 착각한다.  자신이 좀더 적극적으로 방어했다면 폭행을 막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자신이 쉽게 행동해서 유혹하는 결과였을 수 있다고 자신을 힐책한다.  자신을 탓하는 것이 성폭행 때 당한 극도의 절망감과 무기력감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넷째, 성폭력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 가까운 친지에게 말했다가 이해를 받기는 커녕 비난과 조롱을 받고 거부당한 경험 때문이다. J양은 사귀던 남친에게 자신이 겪은 성폭행을 털어 놓았다가 결국 버림을 받았다. 그 이후 그와의 성 생활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어머니에게 양 아버지의 성 폭행을 말했다가 오히려 화냥기가 많아 그렇게 되었다며  비난 받은 케서린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영혼 살인'에서 살아나 자신에 대한 수치감, 죄의식을 넘어선 '성폭행’의 생존자들이 있다. 그 중 한분이‘은수연’ 씨다. 그녀는‘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라는 책을 써서 자신의 빛나는 치유 과정을 세상에 알렸다. 필자는 다음 칼럼을 통해 그녀의 책과 함께 치유 과정을 이야기 해보려 한다.


양 미아  Licensed Psychotherapist

Private Practice: 1330 Beacon St. Brookline, MA 02446
37 Fruit St. Worcester, MA 01609,
508-728-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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