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짧고, 야술은 길다
보스톤코리아  2012-09-24, 12:40:53 
80년대 후반의 대학은 본인이 상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대학의 목표인 순수학문 탐구를 하기 보다는 기술을 습득하고, 취업을 준비해야 하는 학원과도 같은 분위기였다. 나름의 철학을 갖고 스스로 작업을 진행하기엔 역량이 부족한 것이 많았다. 이러 저런 어려움과 방황 속에서도, 예술이라는 범주로 모인 다양한 전공의 선후배 자리에서 나누었던 얘기들은 학업을 이어나가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흔히 술자리에서 ‘인생은 짧고, 야술은 길다’고 얘기하곤 했는데, 예술을 꼬아서 발음하다 보니 야술이 되었다. 이번 컬럼에선 사진을 예술의 영역으로 이해하면서 본질을 찾아보고, 작업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만들어 나가는 고민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

원래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은 고대 그리스의 유명한 의학자인 히포크라테스가 그의 잠언집의 맨 첫머리에 쓴 말이다. 히포크라테스라고 하면 의학의 성인으로, 누구나 의사가 되는 사람은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하게 되는데, 사실 그가 예술이란 말을 쓴 것은 아니고, 의술을 얘기한 것이 영어에서 아트(Art)로 번역한 데서, 예술로 잘못 전해진 것이다. 어찌되었건 멋진 말이다.

여러 가지 카메라 바디와 렌즈, 복잡한 기능들만 생각하지 말고, 가끔은 좀 더 원론적인 예술적 측면에서의 사진, 그리고 자신의 색깔을 찾아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보통 사람들은 사진을 볼 때 기술에만 관심을 갖는다. 혹은 대상에만 관심을 갖는다.

이는 사람의 외모와 언변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것과 같다. 가장 중요한 메시지에 관심 갖는 법을 모른다. 트랜드를 무작정 따라가거나 여러가지 잔기술들을 배우기 급급하기 보다는 자신의 사진에 대한 취향, 사진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더 중요하다. 가령 사진기를 이해하고, 멋진 사진을 촬영하는 것은 수개월만으로 충분하다. 그 다음은 사진 본질에 대한 방황과 고민의 반복일 것이다.

사진을 좋아하다 보면 사진 기술서를 넘어서 사진의 역사를 탐하다가 사진의 인문학적인 접근이나 미학적인 접근을 담은 책을 찾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처음에는 DSLR로 사진 잘 찍는 법을 설명한 책이나 웹페이지를 탐닉한다. 이러한 과정은 사진이라는 긴 여행의 입구 까지만 셔틀버스를 태워서 데려다 줄뿐이다. 그리고 카메라 조작법을 다 익힌 후에는 자신만의 사진을 하기 위해서 사진에 대한 인문학적인 접근법을 담은 창의적인 사진을 찍는 방법을 담은 책을 찾게 된다.

그러나 대부분이 생활 사진가들은 사진을 왜 찍냐고 묻지 않고 사진을 잘 찍고 싶었을뿐, 더 이상의 고민은 하지 않는다. 사진을 왜 찍을까? 라는 철학적인 물음을 한다는 자체가 사진에 대한 긴 여행의 빗장을 여는 주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인식의 풍경은 본다라는 사진의 가장 기본적인 시선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린 같은 눈을 가지고 같은 것을 바라본다고 해도, 그 느낌은 각자 다 다르다. 눈으로 보는 시선과 마음으로 보는 시선이 다른 이유는 우리의 경험과 우리 마음의 시선이 각자 다르기 때문이다. 오감을 통한 감각은 비슷하지만, 이성과 감성에 의해서 바라보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마음의 장면에서는 사진이 담지 못하는 사진 이미지 속 혹은 이미지 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진을 많이 보고 즐겨찾기 하다 보면 한 장의 사진을 보면서도 사진 안에 담겨 있는 피사체는 물론 프레임 밖에서 이루어지는 많은 이야기를 들춰낼 수 있는 혜안을 가지게 된다.

사진을 찍을 때는 내가 사물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기분으로 임해야 한다. 조용히 바라보고 있던 어느 순간, 또는 갑자기 한 사물이 내 안에서 어떤 의미로 살아날 때가 있다. 그때 사진은 찍힌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결정적 순간'이다. 무엇을 찍을까 이전에 사물이 어떻게 보이는가를 먼저 찾아내야 한다. 다른 어떤 예술도 시간을 잡아낼 수 없다. 사진만이 시간을 잡아내 시각화할 수 있다.

누군가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을 한량이나 하는 것으로 비아냥거려도, 자존으로 묻어 버리자. 중요한 것은 이왕 사진을 시작했다면, 이 말을 통해 작가적 마인드를 가져보자.

사진은 예술이 아니어도 의미 있는 것이다. 사진은 기록적 가치만으로도 존재의 이유가 있다. 그래도 가끔은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을 생각해 보자.


Nabis Studio Creative Director 양성대 ozic@hotmail.com

* 디지털카메라와 포토샵, 그래픽 디자인에 대한 개인튜터링을 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부분은 문의해 주세요. (617.756.5744 ozic@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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