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을 영원으로
보스톤코리아  2013-07-08, 14:58:35 
사진은 순간을 영원으로 기억하게 한다. 이는 사진의 여러 매력 중에서 으뜸이다. 순간을 다루는 사진이란 ‘결정적인 순간’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사진작가 앙리 까르띠에 브뢰송의 작품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가 된다. 이번 컬럼에서는 순간을 다루는 사진에 대한 올바른 접근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순간 혹은 찰나에 대한 개념을 이해해 보자. 아주 짧은 시간을 때로는 찰나라고 한다. 이 말은 산스크리트어로 순간이라는 말의 발음을 옮긴 것으로 75분의 1초(약 0.013초)로 짧은 시간을 의미한다고 한다. 

1878년 영국의 사진작가인 마이브리지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그 당시 사람들이 궁금해했던 달리는 말의 발동작을 촬영했다. 이를 위해 그는 50대의 카메라를 일렬로 늘어놓았다. 그 결과 달리는 동안 네 발이 동시에 땅에서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믿고 있던 당시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네 발이 모두 땅에서 떨어져 공중에 머무는 순간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사람들은 이보다 더 빠른 동작을 포착하기 위해 점점 더 빠른 카메라를 만들었다. 최근에는 1초에 2억 장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카메라가 등장해 시속 2700㎞로 날아가는 총알이 공중에 정지한 것과 같은 선명한 모습의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고속 카메라를 이용하면 총알이 물체를 뚫고 들어가는 모습을 정밀하게 분석해 더욱 강력한 방탄복 개발이 가능하다.

여기서 좀 생각을 해보자. 셔터스피드가 가장 빠른 고성능의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좋은 사진이 나올까? 그러면 순간을 영원으로 간직할만한 내용이 프레임에 잡힐까? 꼭 그렇지 않다. 순간을 잘 포착했다는 것은 하나의 표현이지 사진에 있어서의 결론은 아니다. 세상을 보는 나름의 눈을 갖고, 빛을 보며 의미가 부여되는 사진이 되어야 한다.

가령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소녀가 예뻐서 그 순간을 프레임에 담았다. 그것만으로 좋은 사진인가? 자전거들이 길거리에 늘어져 있는 모습, 그저 정지된 장면은 안 좋은 사진인가? 사람들은 유독 빠른 움직임의 피사체를 사진으로 담은 것에 대해 우선적으로 후한 점수를 주곤 한다. 그러나 그것은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그 순간의 의미가 있어야 한다. 이런 것은 어떨까, 자동차들이 달리는 도로 옆 가로등에 기대어 있는 자전거 한대. 강렬한 속도와 성질의 대비가 주어지면서, 인생을 빠르게만 살고 있는 사람들을 질타하는듯한 이야기가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공유될 수 있지 않을까?

사진이란 것은 하나의 프레임 안에 그 모든 것이 잘 배치되어, 많은 사람들이 그 의미를 공감하게 만드는 미장센(mise en scène )의 성격을 갖는다. 미장센이란 무대 예술에서 많이 쓰는 말인데, 무대 위에 인물이나 소품 등을 의미에 맞게 상징적으로, 비유적으로 잘 배치하여 놓는 것이다.

그리고 문학적으로 생각해보면, 사진은 소설이 아니라 시다. 압축적이고 상징적이어야 한다. 도대체 사진이 무엇을 얘기하는지 모른다면 문제가 있다. 작가의 장황한 설명을 듣고 사서야 이해가 되는 사진은 무의미한 사진이다. 

사진 속에서 이미 작가와 감정을 공유하고, 설명을 듣고 나면 그 모호한 감정이 뭐였는지 깨달으며 더 감동받는 그런 것이 좋은 사진이라 할 수 있다. 시를 읽었을 때 대충이라도 감수성을 자극 받아야지, 설명을 듣고 나야 무슨 시인지 아는 그런 난해한 시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 

물론 읽자마자 무슨 의미인지 바로 해석 가능한 시는 그 자체만으로는 좋은 시라고 얘기 할 수 없다. 그 사진에 더불어 느낌, 감성, 바람, 여유, 설렘, 긴장, 위험, 불길, 욕정 등 어떤 감성적인 느낌이 배어 있어야 하겠다. 순간포착을 잘 한 사진에 사람들은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뭘 순간 포착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순간적으로 빨리 담아야 하는 사진과 시간이 충분하여 마음대로 담을 수 있는 사진 중에 더 어려운 사진은 순간포착이 아니라 시간이 많을 경우이다. 사진은 순간을 잡는다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프레임에 담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순간만 쫓기 보다는 기회가 왔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는 눈을 기르고, 순간을 감싸고 있는 영원의 공간을 프레임으로 담아보자. 그때 비로소 순간은 영원으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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