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과 규장각 도서의 수난
보스톤코리아  2013-12-09, 11:39:51 
(지난호에 이어서)
장서각의 이조실록을 6.25당시 북한이 탈취하여 갔을 것이라는 의심은 연세대학교의 민영규 교수의 말을 듣고 짐작이 갔던 것이다. 

 1963년 봄의 어느날이다. 민영규 교수가 병환이라고 하여 연세대학교 이보형과장과 함께 문병을 갔다. 그때 민영규 교수가 병석에서 일어나 이런말 저런말을 하다가 6.25전란때에 당한 일들을 말씀하셨다.

6.25전쟁이 일어난 여름의 어느날 정세를 알아보기 위해서 승려처럼 승려복으로 변장을 하고 북아현동 쪽으로 나가 보았다. 이때 인부 몇사람이 지개에 큰책을 짊어지고 애기능 쪽으로 넘어오는 것을 보았다. 그때는 그것이 무슨 책이며 또 어디로 가지고 가는지는 몰랐다. 지금 생각하니 그것이 이조실록이 아니었나 생각된다고 하셨다. 

연세대학교의 민영규 교수가 6.25시 목격했다는 그 사실을 혁명 검찰부에서 증언으로 채택했는지는 알지 못한다. 1970년대까지 북한에서는 이조실록에 대한 말이 일체 없었으니 사실을 알 방법이 없었다. 

혁명정부에서 조사하던 “ 국보의 해외유출건” 은 확실한 증서를 얻지 못해 유예되고 만 것 같다.

장서각의 이조실록을 북한에서 탈취하여 평양으로 가져 갔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게된 것은 필자가 1972년 미국에 와서 하바드대학교 옌칭도서관에 근무할 때 이다. 

당시 옌칭도서관에서는 북한 간행의 도서구입이 어려워 홍콩이나 일본의 서점을 통해서 구입해 왔다. 나는 북한 도서의 목록을 작성하다가 북한 노동당의 기관지 <천리마>라는 잡지에서 “하나의 문화재를 놓으시고“ 라는 홍기문의 글을 읽고 장서각의 이조실록을 6.25 전란시 북한에서 탈취하여 평양으로 가져 갔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그때 하바드대학교에 와서 한국의 역사를 연구하고 있는 어느 교수 한분에게 그 사실을 말한 기억이 있다. 그러나 과문한 탓인지 북한이 이조실록을 탈취해 간데 대한 글이나 논문은 아직 보지 못했다. 

이제 그 사실을 확실히 하기 위해 6.25 전란시 김일성의 특명을 받고 1950년 7월 초 서울에 와서 장서각의 이조실록을 북한으로 가져 간 홍기문의 증언을 들어 보기로 하자.
…… “슬기로운 우리민족은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와 찬란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라는 서두로 시작한 그의 논술은 당시의 일을 다음과같이 말해주고 있다.

1950년 7월초 서울이 해방된지 며칠 안되는 어느날이었다. 어버이 수령님께서는 이날 교육부문의 몇몇 일꾼들을 최고 사령부로 부르시었다……리조실록을 구출하기위해 동무들을 서울로 파견하려고 합니다……민족의 귀중한 재보를 우리공산주의자들이 구원하지 않고 누가 구원하겠습니까. 어떤 일이 있어도 꼭 구출해와야 하겠습니다. 그러시면서 역사책인 리조실록의 구출을 친히 명령하시었던 것이다.  얼마후 그 이께서는 송수화기를 들으시더니 어느 한 지휘관을 찾으시었다.

……그이께서는 리조실록을 구출해 오는데 수송기재가 필요하여 그런다고 하시면서 군용차를 보장하여 주라고 하시었다. 그러시고는 또다시 다른 지휘관을 찾으시어 서울주둔 부대에서 리조실록의 수송을 보장하도록 한데 대한 명령을 내리시었다.……그이께서는 빈틈없는 대책을 세워주시고도 마음이놓이지 않으시어…….

서울까지 나갔다오는데 걸리는 것이 없겠는가를 하나하나 따져 보시고 종이를 꺼내시어 활달한 필치로 모든 기관과 군부대들에게 리조실록 구출사업을 잘 보장하여 주라는 것을 쓰시고 친히 수표(싸인)까지 하여 주셨다. “ 
(인민들 속에서(15) 노동당출판. 1977 참조 )   

위의 글은 6.25 전란 당시 김일성의 특명을 받고 서울에 와서 장서각의 이조실록을 탈취해간 홍기문의 글이다.

홍기문은 8.15해방 전 무산계급의 작가로 자칭하던 좌익분자로 소설 <임꺽정>의 저자 홍명희의 아들이라는 것으로 안다.
(다음호에 계속)


백린 
(보스톤코리아 컬럼니스트
역사문제 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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