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코스모스
보스톤코리아  2018-12-10, 10:37:47 
화씨 10도 쯔음이었을거다. 그날 새벽은 깨질듯 차가웠다. 한편 올려 쳐다본 하늘은 투명했다. 별은 쏟아질듯 밝았고, 샛별이 사진처럼 반짝였다. 그건 분명 금성이었다. 아주 오래전 한국 심야라디오방송 프로그램 이름이 떠올랐다. 별이 빛나는 밤에. 

내게는 과학논문이 먼저다. 논문과 레포트를 읽고 쓰는게 일터에서 하는 일이다. 논문과 레포트는 딱딱하기 그지 없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 감정이나 정감이 끼어들 틈이 없다는 거다. 과학논문은 사실은 사실대로 연구결과는 결과대로 그냥 기술記述해 놓았기 때문이다. 

코스모스. 수십년전에 나온 책이다. 이 책은 원서로 읽어 볼까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일단 책이 무척 두껍다. 게다가 책표지는 검은 색이다. 또한 천체 물리학이라 지레 겁을 먹었기 때문이다. 하긴, 광대한 우주를 얇은 시집詩集 한권 분량으로는 모든걸 다 보여 줄 수는 없을게다. 그러니 핑게낌에 원서는 포기했다. 차라리 번역서를 구해 읽기로 했던 거다. 

두꺼운 이 책은 일반독자를 겨냥했다. 그러니 내게 알맞을 거라 미리 짐작했고 안도했다. 그런데, 받은 번역본도 원서처럼 여전히 두꺼웠다. 그나마 한국어 번역이니 일단 첫장을 넘겼다. 천체 사진이 눈을 잡았다. 하지만 아니 왠걸. 책은 예상치 않게 술술읽혔다. 폰트는 굵었고, 더블 스페이스로 눈이 피곤하지 않았던 거다. 과학도 이렇게 풀어 쓸 수도 있겠다 싶었던 거다. 소설처럼 읽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책을 읽으며, 어쩌면 다 읽지 못할 것 같았다. 가을이었기 때문이다. 김현승 시인이다. 별을 생각으로 깍아 보석으로 만든다 했다. 그게 어디 가을 뿐이랴. 겨울밤 별은 더 빛난다.

가을은 
머나먼 하늘에서 
차가운 물결과 같이 밀려온다. 
꽃잎을 이겨 
살을 빚던 봄과는 달리 
별을 생각으로 깍고 다듬어 
가을은 
내 마음의 보석을 만든다. 
 (김현승, 가을 중에서)

우주에는 은하가 1000억개, 은하에는 저마다 1000억개의 별이 있다고 했다. 태양도 그 많은 별중 하나의 별이다. 물론 별들은 적어도 하나 이상의 행성을 거느린다. 지구는 물론 태양의 행성중에 하나이다. 지구같은 별은 또 얼마나 많을 것인가? 

인상깊던 한 구절이다.  ‘(우주) 그 공간은 참으로 괴이하고 외로운 곳이다. 그곳에 있는 행성과 별과 은하들이 가슴시리도록 귀하고 아름다워 보인다.’ 글이 별들 보다 더 아름답다. 참, 하늘하늘 피는 꽃 코스모스 꽃말이 뭐더라? 순정이며, 조화라 했던가? 소녀의 순정이라면 가을에 사뭇 어울린다. 하지만 책 코스모스는 겨울밤에 어울릴것이다. 별은 역시 겨울 밤하늘일테니 말이다. 별이 빛나는 보스톤 겨울밤인데, 우주는 조화롭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창세기 1:1)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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