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청여남송靑如南松
보스톤코리아  2024-04-22, 11:32:04 
오타니가 한국을 방문했다. 미국 프로야구 개막전 경기를 치루기 위해서 였다. 그를 보고자 하던 팬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대단한 환대를 받았다고 하던가. 그에게 줄 선물도 준비했는데 황금색 임금의상이라 했다. 황금색이라면 황제를 의미한다. 음행오행설에 따르면 황색은 중앙이라는 거다. 

1900년대 초반일게다. 조선은 국호를 조선제국으로 바꿨다. 고종임금도 황금색으로 어의御衣를 바꿔 입었다. 그동안은 붉은색 밖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바. 하긴 붉은 색은 힘과 생명력의 상징이라 했던가. 대신 중화中華는 될 수없었다고 했다.

일터에서 이다. 직장 동료가 카드를 전해 줬다. 카드속엔 영어는 물론, 한글과 한문도 같이 했다. 출신별로 각자가 할말을 적었는데, 한문漢文문구가 인상적이었다. 복여동해 수비남산 福如東海 壽比南山.  젊은 중국인들은 전통한자를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데, 그 친구의 볼펜글씨는 그럴듯했다.  

글귀를 본적이 있던가 아물거렸다. 인터넷을 뒤적여 글내용을 찾았다. 윗사람에게 보내는 축원의 글귀라 했다. 복은 동해바다 물과 같이 흘러 들어오고, 수명은 남산 푸른 소나무 같으시라. 복이 넘치며 소나무 처럼 장수하라는 덕담인게다. 한편 글귀는 한국 애국가 가사와 그럴듯 하게 겹친다. 동해물과… 마르고… 남산위에 저 소나무….

글귀는 고마웠다만 입맛은 달지 않았다. 오래살라며, 나이타령이라니. 쩝~. 청여남송靑如南松으로 바뀌 읽기로 했다. 내 나름 해석을 붙인다. 푸르기가 남산위 소나무 처럼 될지니. 추사선생의 세한도의 발문이다. 

한겨울 추운 날씨가 된 
다음에야 
소나무 잣나무가 
더디 시들음을 알 수 있다.
(세한도 발문에서)

황금색 어의을 입은 고종황제도 생일엔 복여동해와 수비남산이란 축하 말을 들었을까? 만수강녕萬壽康寧이란 인사는 받았을 수도 있겠다. 

깃을 황금으로 입힌 비둘기 같도다 (시편 68:13)

덧붙임: 한류 ( K-wave, 韓流)의 영향인가. 요사이엔 출신국적을 불문하고 한글을 제법들 잘쓴다.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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