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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눈물을 흘릴 때
보스톤코리아  2010-12-20, 16:30:22   
편 / 집 / 국 / 에 / 서 :

동서양을 막론하고 남자가 눈물이 많은 것을 크게 반기지 않는다. 남자는 태어나서 세 번 운다는 말이 있다. 태어날 때,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그리고 나라가 망했을 때, 그만큼 눈물을 아끼라는 의미다.

탐 버틀러 버튼의 책 “내인생의 탐나는 심리학”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여성은 남성보다 더 강한 감정적 압력을 받으며 이에 좀더 강하게 반응하고, 이를 좀 더 강하게 표현한다. 그렇다면 남자가 울 때는 그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남자의 눈물의 무게가 서양에서도 무겁다는 반증이다.

그래서 남자들은 잘 울지 않도록 교육 받아 왔고 울어도 눈물을 참는 경우가 많다. 즉 감정을 억지로 억제하는 것이다.

사람을 대표하고 이끄는 정치인의 눈물은 미국에서 한 때 금기시 됐다. 1972년 대통령 선거 민주당 경선에서 폴란드 출신 에드먼드 머스키는 연설 도중 부인 이야기를 하다 눈물을 흘려 퇴출당했다. 부인이 술먹고 욕을 했다는 언론보도를 반박하기 위한 연설이었는데 그는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눈오는 날 눈이 눈에 들어간 것이라고 반박했지만 결국 언론은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 침착하고 이성적인 것으로 알려진 그에게 눈물은 나약함의 상징이 되어버렸던 것.

올해 워싱턴으로 떠난 샘윤의 눈물은 잘 잊혀지지 않는다. 지난해 9월 보스톤 시장 선거에서 패배 후 수락연설을 하는 그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방울이 되어 흐르지 않게 하려고 마음을 다잡는 그의 모습을 보며 오히려 그의 지지자들이 눈물을 흘렸다. 감동적이긴 했지만 어떤 면에서 나약함을 내보이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그러나 힐러리 국무장관의 눈물은 파괴력이 있었다. 2008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현 국무장관은 오바마에 비해 유리한 고지에 있었다. 그러나 첫 경선지였던 아이오와에서 오바마가 예상을 뒤엎고 압도적으로 승리했고, 힐러리는 존 에드워즈에 이어 3위로 뒤쳐졌다.

아이오와 코커스에 이어 1월 7일 치러지는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도 기세를 탄 오바마에게 우세하리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선거를 하루 앞둔 힐러리는 한 지지자의 따뜻한 질문에 그만 눈물을 글썽이고 말았다. 이것이 전파를 타면서 지지자들의 동정표가 되살아 났고 결국 힐러리에게 뉴햄프셔 승리를 안겼다.

최근 존 베이너 차기 하원의장의 눈물이 화제다. 그는 지난 12일 방영된 ‘60분’ 방영분에서 글썽이는 정도가 아니라 그냥 울어버렸다. 술집 주인이었던 아버지의 12번째 자녀로 태어난 가난한 집 출신인 베이너 차기 의장은 줄담배에 술과 골프를 좋아하는 보수 강경파 의원. 로비스트들과 어울리는 것도 좋아한다. 이 정도면 ‘마초’이미지가 떠오르기 마련이다. 그런 그가 눈물을 보였다. 한두 번도 아니다.

'60분' 카메라 앞에서 그는 더 이상 초등학교를 방문하지 않으며 놀이터에 있는 어린이들을 쳐다볼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흐느끼느라) 말을 잇지 못했다. 왜 우느냐고 묻자 “미국의 어린아이들이 나처럼 어메리칸 드림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정말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를 인터뷰 한 CBS 레슬리 스탈은 “(그의 우는 모습을)사람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했다. 레슬리는 “나는 그가 좋다. 그는 너무 진실했고, 억지로 만들어 내는 사람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즈 칼럼니스트 티모시 이건의 시선은 다르다. “베이너의 과거 20년간 의정생활 투표 기록을 보면 대부분이 노동자들을 돕는 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그의 투표에는 장기적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려는 사람들에 대한 공감이 전혀 없다. ”라고 지적한다.

최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미국내 부의 불균형은 사상최대.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사회가 유럽스타일의 계급 사회로 점차 변화하는 위험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을 정도다. 미국내 빈곤층이 자신의 생애 안에 중상층으로 이동할 수 있는 확률은 5%이하다. 대졸자의 취업율도 4명 중 1명에 불과하다.

베이너 차기 의장이 만약 평생을 빈곤층을 위해 노력해 왔던 인물이라면 그 눈물을 이해할 수 있다. 저소득을 위한 의료보험의 폐지, 실업보험 연장 반대, 부유층의 증세 결사 반대 등 반서민의 대명사인 정치인이 바로 그다. 빈곤층의 중산층 진입을 막던 그가 가난한 학생들 생각하며 울었다. 이게 진실한 눈물인가.

국회에서 이라크 파병동의안을 위해 연설할 때도 3천명의 미국인이 고인이 됐다며 울었다. 그런 그가 올해 그라운드 제로 구출 작업 및 복구작업을 하다 다친 사람들을 돕는 법안에는 반대했다.

같은‘60분’에 출연했던 밥 돌 상원의원이 아버지를 떠올리며 울었고, 부시 대통령이 9.11에 희생된 사람들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흘렸다. 남자가 눈물을 흘리는 것에 전혀 반대할 생각이 없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것이 좋을 수도 있다. 오바마 대통령도 당선 하루 전 할머니의 죽음에 공개석상에서 눈물을 흘렸다.

다만 그 눈물이 진실한 감정을 담았느냐 하는 것이다. 묵묵히 흐르는 남자의 눈물. 멋있지 않는가. 그러나 그것이 위선적인 ‘악어의 눈물’이라면 아니다. 레슬리는 아마 눈물만 보았나 보다.

장명술 l 보스톤코리아 편집장 editor@bost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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