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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등으로 달리는 보스톤 마라톤
보스톤코리아  2011-04-25, 15:25:42   
편 / 집 / 국 / 에 / 서 :

보스톤 마라톤 종료 지점에서 시계 차에 망원 카메라 포커스를 맞추곤 깜짝 놀랐다. 2시간 1분대. 적어도 결승지점까지는 2시간 2-3분대에 진입하리라. 신기록이란 생각이 번뜩 뇌리를 스쳤다.

지오프리 무타이는 2시간 3분 2초로 세계기록을 세웠지만 국제적 공인은 되지 못했다. 보스톤 마라톤의 내리막길이 국제 공인에 비해 길다는 것. 그러나 세계의 그 누구보다 빨리 26.2마일(42.195Km)을 뛴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과정은 쉽지 않았다. 케냐 출신의 우승자 무타이는 비자가 승인이 늦어 코스답사도 못한 상태로 뛰었다. 그와 막판까지 선두 다툼을 벌인 같은 케냐 출신 모세스 모삽은 한 번도 마라톤 풀코스를 뛰어 본 적이 없는 선수였다. 모삽은 올림픽 1만 미터 결승에 진출한 중장거리 선수, 3위를 차지한 게브레메리엄도 올릭픽 5천 미터 경기에서 아쉽게 메달을 놓친 선수다.

4위의 라이언 홀(미국)도 초반부터 레이스를 펼치는 선수다. 결국 이들은 초반부터 경주에 돌입해 매 마일 숨쉴 틈 없이 코스를 달린 것이다. 무타이는 “가능했던 일이지만 결코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보스톤 마라톤 레이스 디렉터 데이브 맥길리브러리 씨는 그 많던 관중이 모두 떠나고 로드 블럭조차도 제거된 한 밤중에 마라톤 종료 점에 골인했다. 지난 해 그의 공식 기록은 9시간 15분 20초. 꼴등이다.

보스톤 마라톤 레이스에 관계된 모든 것을 책임지는 그는 마라톤 선수들을 출발시키고 차에 타서 각종 도로 상황 등을 점검하고 마라톤 골인 지점의 시상식 및 선수관리까지 확인을 다 마친 후 다시 합킨톤으로 떠난다.

대부분 선수들의 마라톤이 종료하는 시점인 오후 3시에 가족, 친지 그리고 경찰들과 함께 마라톤 레이스를 시작한다. 올해 56세인 그가 지난 23년 동안 해왔던 그만의 마라톤 레이스다.

경찰이 그를 에스코트하며 빨간 불인 교차로 등지에서 그의 레이스를 돕는다. 비록 수많은 관중들의 열정적인 환호는 없지만 그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고 경찰은 사이렌을 울려 그의 완주를 축하한다.

이처럼 보스톤 마라톤에는 숨겨진 사연들이 있다. 뛰는 사람 모두에게는 몇 보따리 분량의 이야기 거리들이 있다. 눈 내리는 날의 훈련이며, 부상, 재기, 처참한 고통, 그리고 끝내는 완주에 이르는 이야기는 하나하나가 감동이다. 그래서 보스톤 마라톤에서는 1등부터 꼴등까지 모두가 자랑스럽다.

보스톤 마라톤은 많은 한국인들에게 잊혀진 대회다. 2001년 이봉주선수의 우승이래 한국의 엘리트 선수들에게서는 몇 년째 외면당하고 있다. 많은 한인들조차 보스톤 마라톤을 외면하기도 한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1등만 기억토록 길들여져 있다. 경쟁과 성장이 덕목이다. 1등의 노력과 그 영광을 결코 과소평가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1등에게도 숨겨진 사연이 있고 피를 깎는 훈련과 노력이 있다. 항상 1등이란 결과를 얻는 사람에게는 그만큼의 응분의 대가가 주어지며 그래야 한다.

보스톤 마라톤은 하나의 축제다. 뛰는 사람, 응원하는 사람 모두가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커다란 행복이다. 자신과 유사한 아마추어가 고통을 참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골인하는 것을 보고 관중들은 그와 일심동체가 되어 응원하면서 기쁨과 행복을 느낀다. 마라톤 1위가 골인하는 시간보다 일반인들이 골인하는 순간에 관중이 더 많이 모이는 것은 이런 차원에서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보스톤 마라톤이 벌어지고 있는 순간 오세훈 서울시장이 하버드를 방문해 케네디 스쿨 주최로 강연회를 가졌다. 서울시를 창의적으로 운영한 결과 도시 경쟁력이 9위에서 5위로 상승했다는 것이 강연 내용이다.

사실 이 강연내용은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오세훈 시장의 드벌 패트릭 주지사와 만남도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대권 행보에 관심이 쏠렸다.

대권도전 질문을 받은 오 시장은 “정치환경은 늘 유동하는 것이고 또 모든 정치 환경이라고 하는 것이 내가 뜻한 바대로만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또 성장 잠재력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분석에도 불구하고 복지 포퓰리즘이 난무하고 있는 현실에서 보면 큰 책임감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입장이다 라는 정도로 말씀을 드린다”라고 답했다.

복지로 서민의 인기에 영합하는 것 보다는 경제 성장에 중점을 둬야 하기 때문에 자신이 책임감을 느낀다는 말이다. 오 시장에게서 대안을 듣고 싶었는데 자신이 책임감을 느낀 대통령이 되는 것이 대안이라고 말하고 있다.

서울시 아니 한국의 삶이 인생 마라톤이라면 일등부터 마지막까지 모두가 자랑스러워하는 축제여야 한다. 한국인으로 산 것이 진정 자랑이 될 수 있도록. 꼴등으로 달리는 보스톤 마라톤 레이스 디렉터처럼 오 시장도 꼴등으로 한국의 인생 마라톤을 달려보면 확 달라지지 않을까.

보스톤 마라톤에 처음 참가한 한일석씨는 뛰는 사람, 응원하는 사람 모두에게 너무 편리하게 마련된 질서정연한 시스템이었다고 극찬했다. 역사가 나를 부르는 책임감을 거론하기 전에 복지와 경제성장의 타협점을 찾아 시스템 구축을 제시하는 것이 대선 후보의 진정한 모습이다.


장명술 l 보스톤코리아 편집장 editor@bost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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