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없는 세상
보스톤코리아  2012-01-23, 12:04:53 
많은 전문 사진작가들은 사진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한동안 표준렌즈만 사용할 것을 추천한다. 이번 컬럼에선 표준렌즈의 특징과 필요성에 대해 알아보자. ‘결정적 순간’이란 용어를 창시한 거장 앙리까르띠에 브레송은 카메라를 ‘눈의 연장’이라 표현하며 표준렌즈를 즐겨 사용했다.

전문가들이 이처럼 표준렌즈를 중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사람의 눈높이에서 사람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이 우리에게 가장 편안한 프레임을 선사해주기 때문이다. 표준렌즈에 의해 맺힌 화면의 원근감은 사람이 느끼는 원근감에 가장 근접하다. 화각 역시 표준렌즈의 화각이 사람의 시각과 가장 흡사하기 때문에 브레송은 자신의 눈의 연장으로 표준렌즈를 선택했던 것이다.

캐논의 경우, 현재 EF 50mm f/1.2L USM 렌즈와 EF 50mm f/1.4 USM 그리고 EF 50mm f/1.8 USM II 등 세 종의 50mm 렌즈를 생산하고 있다. EF 50mm f/1.2L USM 렌즈는 L 렌즈다운 고화질과 뛰어난 아웃포커스 능력을 자랑하는 최고의 표준렌즈다. EF 50mm f/1.8 USM II 렌즈는 경량의 무게와 아주 저렴한 가격을 자랑하지만 한 단계 밝은 EF 50mm f/1.4 USM과 비교하자면 약간 아쉬운 느낌이 든다. 가격과 렌즈의 무게 등을 고려해 볼 때, 추천하는 표준렌즈는 EF 50mm f/1.4 USM이다.

EF 50mm f/1.4 USM 렌즈는 EF 시스템에서 가장 기본적인 ‘표준’ 렌즈이다. 이 뛰어난 렌즈는 f/1.4의 밝기에는 물론이거니와 광각-개방 시에도 사진이 매우 선명해서 어떠한 조명하에서도 만족스러운 촬영이 가능하다. 즉 낮은 조명 조건 하에서도 제 몫을 톡톡히 해내는 렌즈이다. 또한 극히 작은 마이크로 USM과 AF 모드 시에도 여전히 풀타임 수동 포커싱이 제공되는 컴팩트하고 매력이 많은 EF 시스템에서는 유일한 렌즈이다.

보통 광각이나 망원, 표준줌도 좋겠지만, EF 50mm f/1.4 USM은 예상외로 여행할 때에도 적합한 렌즈라 생각한다. 290g라는 무게는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단지 무게 때문에 표준렌즈를 이용하지는 않는다. 광각렌즈의 힘있는 앵글이나 망원렌즈의 압축된 원근감을 바탕으로 제작한 사진들에 비해 표준렌즈로 촬영한 사진들은 항상 우리로 하여금 꾸미지 않은 마음으로 세상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편리한 줌렌즈 두고 왜 사서 고생을 하지?’ 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사진의 기본경험은 너무나 많다. 수년간 취미로 사진활동을 했지만 표준렌즈의 장점을 경험해 보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반드시 해보도록 하자. 줌렌즈라면 50미리에 고정을 해주고, 마찬가지로 거리를 바꾸면서 촬영을 해보자. 압축과 해제를 적용하면서 렌즈의 거리감을 익히자.

압축과 해제 촬영 방법이란, 멀리(해제)서 다가가면서 촬영을 시작해 나중에는 바로 코앞(압축)까지 가서 피사체를 찍어보고, 다시 뒤로 물러나면서 화면을 넓게 잡아 보면서 촬영을 하는 것이다. 이때 수직 수평을 잘 맞추는 훈련도 병행하면 더욱 좋다. 처음 사진 배울 때 이 부분을 쉽게 생각하고 트레이닝을 소홀히 했다면 당장이야 모르겠지만 렌즈의 거리감, 앵글감각, 크로핑과 트리밍까지 영향을 주게 된다.

표준렌즈로 인물촬영시, 렌즈밝기가 좋아 조리개를 1.4 (또는 1.2)까지 개방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와 같은 밝은 표준렌즈는 가까운 거리에서 오픈 조리개로 촬영을 하면 망원렌즈를 사용한 것처럼 심도가 얕고 확실한 아웃포커스가 감칠맛이 난다.

아직 사진기초가 튼튼하지 않다면, 눈을 현혹하는 광각 혹은 쉽게 땡겨서 촬영하는 줌렌즈는 잠깐 접어 두고, 표준렌즈로 기본기를 다지자. 왜곡 없는, 그리고 거짓 없는 세상을 보자.

Nabis Studio Creative Director 양성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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