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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은 처벌하고 범죄는 용서하는 나라
보스톤코리아  2012-04-15, 01:46:34   
<편집국에서>

누가 봐도 이기는 선거였다. 민주당의 텃밭에서 민주당의 대표적 연방상원의원인 고(故) 에드워드 케네디 의원의 후임을 뽑는 보궐선거였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후보 경선에서만 승리하면 현금 자동인출기처럼 승리가 자동 인출 될 것으로 대부분이 믿었다. 미모의 여성으로 매사추세츠 주 법무장관인 마타 코클리가 경선에서 승리하면서 이런 확신은 더욱 굳어졌다. 진보의 거성 케네디 의원이 암으로 사망했던 2009년의 일이다.

세상 일은 모르는 법, 언론에서 거의 주목받지 못하던 공화당도 보궐선거 후보를 선정했다. 그의 이름은 스캇 브라운. 당시 매사추세츠 하원의원 출신으로만 알려졌을 정도로 무명이었다. 하지만 진보의 잔치로만 여겨지는 것에 잔뜩 불만을 품은 보수가 그를 중심으로 집결했다. 마침 오바마에 반기를 든 티파티는 전국에서 돈을 모아 보냈다. 이에 발맞춰 스캇 브라운의 친 서민형 선거방식도 진보 텃밭의 민심을 흔들었다.

미국민들이 선호하는 픽업트럭으로 무려 20만 마일을 달려 선거구를 돌았다는 그는 부지런한 후보의 전형을 보여줬다. 셔츠와 타이 위로 반 코트를 입은 모습도 친근했다. 더구나 그는 마타 코클리와의 후보토론회에서 남긴 명언으로 흔들리는 표심을 끌어들였다. “연방 상원의원석은 케네디 가의 것도, 민주당의 당연직 석도 아니고 바로 유권자 즉 국민의 것(People’s seat)”이란 그의 발언은 파장을 일으켰다. 불가능해 보이던 30% 열세가 뒤집혔다.

마타 코클리 후보는 초반 크게 앞서가는 여론조사에 업혀가는 형세였다. 극히 수동적인 선거자세로 언론은 물론 유권자들에게도 도도했다. 마치 상원의원이 된 듯 했다. 그녀에게서 등을 돌리는 유권자가 하나 둘 생기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변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날렸을 뿐만 아니라 케네디 의원의 유언으로 처리하려던 오바마 전국민 건강보험안의 상원 처리 기회도 날렸다.

4월 11일 한국 총선을 보면서 마타 코클리와 스캇 브라운의 선거전이 떠올랐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보수당인 새누리당이 예상을 뒤업고 압승을 거뒀다. 새누리당에는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연이어 터진 대통령 측근비리,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 등 악재가 가득했다. 여기에 청와대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은 결정타처럼 보였다. 이명박 정권 심판론이 선거의 가장 큰 화두가 된 듯했다.

구원투수로 등장한 박근혜 대표는 서둘러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다. 당명도 한나라에서 새누리로 바꿨다. 이명박 대통령의 탈당을 권유하지는 않았지만 MB 정권과 적절한 거리두기를 시도했다. 모든 잘못은 뱀 허물 벗듯 한나라에 넘기고 본체는 빠져나와 새누리로 변신했다. 박근혜라는 이름 석자를 앞에 두고 모든 것을 집중했다.

민주당은 선거전부터 마치 선거에 이긴 것처럼 행동했다. 박원순 서울 시장의 승리를 기점으로 민심이 완전히 야권으로 기울었다고 보고 능동적인 자기 혁신없이 정권심판론에만 집중하기 시작했다. 부산을 <낙동강 벨트>라고 하며 15석 확보를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공천과정에서의 잡음과 모바일 경선으로 인한 자살 사건 등이 이어지면서 점차 국민들의 신뢰를 잃어갔다.

새누리당은 수도권과 호남지역을 제외한 영남, 충청 강원 전지역에서 압승을 거두었다. 올 초반부터 야권의 승리라는 공식에 분노한 보수 유권자들이 강하게 결집했고, <박근혜>의 이름을 중심으로 야권의 작은 약점에 보수언론과 더불어 융단 폭격을 퍼부은 결과 일궈낸 승리다.

청와대는 선거 결과를 두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것이다. 거짓말과 불법을 행했음에도 국민은 우리 편이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겉으로 드러난 총선의 결과는 불법과 거짓말보다 새누리 당과 <박근혜>에 방점이 찍혔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국민의 선택이니 그 길로 가는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민간인 불법사찰과 은폐, 매수라는 중범죄 자체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가치를 흔드는 일이었다. 청와대 국무총리실 검찰, 법원, 언론 그리고 한나라당 국회의원까지 방조, 묵인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음에도 도대체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는 식이다.

정권의 이러한 실정에도 보수 성향의 국민들은 보수정권, 또는 지역적인 이유로 또는 야권에 대한 불신 때문에 슬그머니 용서해 주었다. 물론 이들은 여당 내의 야당 박근혜의 당선으로도 충분히 정권을 심판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논문 베끼기 후 전면 부인(문대성), 제수 성폭행 미수 후 전면 부인(김형태) 등 같은 당 후보의 다른 범죄도 눈감아 준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범죄에는 관대했던 국민들이 20대 초반 인터넷 성인 방송에서의 막말에는 들고 일어났다. 심지어 나 꼼수 김용민은 자신의 발언을 인정하고 사과까지 하지 않았는가. 막말은 처벌하고 범죄는 용서한 국민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하다. 막말을 처벌할 것이면 범죄는 가중 처벌했어야 한다.

이제 공은 새누리당과 박근혜에게로 넘어갔다. 앞으로 대선까지 7개월 동안 박근혜 대세론 굳히기에 들어갈 것이다. 총선으로 민심의 향배를 읽었으니 불법과의 단절보다는 승기를 연장해 나가고 싶을 것이다. 선거의 여왕을 비롯 박근혜를 위한, 박근혜의, 박근혜의 의한 선거라는 평가를 음미하고 싶을 것이다. 그리고 대선 승리를 목전에 둘 수도 있다.

세상일은 모르는 법, 불법을 용인하는 사회는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을 뒤늦게야 확인할 것이다. 대통령은 민주당의 것이나, 박근혜의 것이 아니라 바로 국민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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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목록    [의견수 : 2]
 푸르름 2012.04.17, 20:19:02  
깅그리치가 클린튼의 여성문제를 국회의원선거 광고에 썼다가 선거에 참패하고 자리에서 물러 났던 기억이 납니다. 양심있는 사람들은 남을 비난하는 말들을 삼가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자기 자신도 돌아보지 않고 목청을 높이는 게 흔히 있는 일이지만 실제로 조용히 실력을 행사 해야 할 때는 또 준엄하게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긴 이미 그런 성숙함을 보인 미국인들 조차 오바마 건강보험 그리고 부자들 세금내기 독려에 대한 보수 정치인들이나 보수 토크쇼인들의 험담들에 합세하는 것을 보면 이번에도 그러한 조용한 올바름을 볼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이번에는 한국인들이 더 성숙함을 보여 줄까요?
IP : 67.xxx.250.224
 대한민국! 2012.04.15, 19:39:49  
편집장 님의 글은 약간 편협한 감이 없지 않습니다. 민간인 사찰은 이번 정권이 잘못한 것이 분명하나 사실 대부분의 사찰 목록은 노무현정권 시대에 작성된 것으로 판명이 나지 않았습니까? "막말을 처벌하고 범죄를 용서"한 국민이라니요. 물론 문대성 의원와 김형태 의원의 문제는 앞으로 다뤄져야 할 일이고 이에 대해 박근혜 의원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대처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에 앞서 대한민국에서 범죄를 처벌할 기관은 검찰이고 법원인데 곽노현 현 교육감의 명백한 범죄를 묵인하다시피 하고 있는 법원이야말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합니다. 물론 이 글은 편집장님의 의견을 피력하는 사설이기는 하지만 보스톤 지역을 대표하는 사이트의 대문글로서 지나치게 치우친 부분이 있다 생각이 되어 몇 자 적는 것입니다. 진보 진영은 김용민 막말사건 이외에도 이정희 경기동부연합사건, 제주"해적"기지발언사건 등 보수진영 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의 분노를 살만한 행동을 분명히 하였고, 그 결과로 이번 총선에서 참패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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