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어울려 사는 가족이 최고의 유산이다' - 좋은 습관은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 XV -
보스톤코리아  2015-10-05, 11:01:02 
중추절이라고도 일컫는 추석은 문자 그대로 풀이하면, '가을 저녁 또는 가을의 달빛이 가장 좋은 밤'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한국의 한가위 추석을 온 세상에 알리듯, 지난 일요일 33년 만에 찾아 온 '슈퍼 문 월식(Super Moon Eclipse)'은 반짝 반짝 빛나는 별들과 함께 근 한시간을 넘게 매사추세츠의 가을 밤을  절세의 명작으로 그려냈다. 이 감명깊은 한가위의 밤을 보며, 한국에 계시는 부모님, 형제, 친우들과 같이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움과 그리움이 느껴지면서, 같이 어울려 살아가는 가족의 중요성이 성큼 다가왔다. 

한국사회는 일제의 압박, 해방, 6.25를 위시한 극심한 사회혼란을 겪으면서 생존 자체에 위협이 가해지는 시기를 겪었다. 전쟁으로 남북한 둘로 갈리면서, 북한에 두고 온 부모와 형제들을 평생 그리워하며 사는 이산 가족이 생겨났다. 서분네 할머니는 스물 한살 어린나이에 갓 시집을 갔다가, 모처럼 친정을 방문하던 날 6.25가 터졌다. 남한으로 피난 갈 때, 금방 따라갈테니 며칠 뒤에 만나자던 어머니를 끝내 만나지 못했다. 안타까운 이별을 끝으로, 서분네 할머니는 어머니를 평생 그리워 하며 살아왔다. 이제 팔순을 훌쩍 넘으신 할머니는 매일 저녁 한강에 나가셔서, 그리움이 쌓인 '한'을  강물에 띄우곤 하신다. 

아이 셋을 키우는 동안, 한국은 급격한 변동의 시기를 겪었다. 50년대를 지나 1962년부터 본격적인 산업화의 추진, 70년대 새마을 운동의 출현은 한국 산업 자본주의와 경제적인 부의 획득의 중요성 등 물질주의를 부추겨 갔다. 산업화가 활성화되면서 대가족이 아닌 핵가족의 친밀화가 두드러지게 중요화되면서 '내 가족만 잘 되면 된다'는 '핵가족 개인주의'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서분네 할머니 가족도 예외는 아니였다. 생존욕구가 어느정도 해결이 되면서, 세 아이들의 사회적 성공과 출세를 부추겼다. 학업을 통한 지위상승의 가능성, 부자의 경제력의 힘이 가족의 친밀한 유대와 결속보다 중요하다고 키운 것이다. 그 결과, 아이셋은 모두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성공을 하였다. 하지만, 할머니 곁에 살고 있는 자식은 하나 뿐이다. 두 자식은 해외에서 살고있어, 보고 싶어도 자주 만나지 못한다. 할머니를 모시고 살고 싶어하는 자식을 마다하시는 이유는 아이들이 자라면서 남겨 둔 추억이 담긴 집을 차마 떠날 수가 없으시기 때문이다. 할머니가 가끔 하시는 넋두리가 있다. "출세가 무엇이고, 성공이 무어라고, 유학까지 보내며 아이들을 타국에 보냈는지, 옆에서 살면 얼마나 좋아."

에이브러엄 매슬로우(Abraham Maslow) : (1908-1970) 인간의 욕망에 대해 학계 최초로 학문적인 연구를 시도한 심리학자이다. 매슬로는 개인의 행동을 결정짓는 동기요인으로 다양한 7단계 욕구 체계를 이야기한다. 크게 결핍욕구와 성장욕구로 설명한다. 결핍욕구: 1. 생리적 욕구-식욕,수면욕,성욕 등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에 대한 욕구 2. 안전의 욕구-위기와 위협으로부터 보호 공포, 무질서, 제약 등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 3. 애정 및 소속의 욕구-타인과의 만족스러운 관계의 욕구로 사회적 욕구 4. 자존의 욕구-자신감과 성취감을 맛보고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존경의 욕구 성장욕구: 5. 인지적 욕구-모르는 것을 이해하고 탐구하고자 하는 욕구로 호기심, 탐험, 의미추구의 욕구 6. 심미적 욕구-자연과 예술에서 질서, 조화, 미적 감각을 추구하는 욕구 7. 자아 실현의 욕구-자신의 발견과 잠재력을 실현하고자 하는 욕구로 '하고자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을 꿈꾸는 욕구이다. 결핍욕구는  동기요소가 내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외부적인 곳에 있고,  결핍 욕구가 채워져야 성장욕구를 채우려 한다.

서분네 할머니가 생존해야 했던 시기는 기본욕구를 채우는 것도 힘이 들었던 시기다. 21세기를 맞이하여, 동족상잔인 6.25전쟁으로 폐허가 된 한국이 50년만에 선진국대열에 섰다. 이렇게 눈부신 경제성장을 하면서, 매슬로우 결핍욕구를 채웠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의 성장욕구의 진행이 참 더디다. 지난친 교육열, 일등주의는 여전히 자신의 꿈보다는 타인이 원하는 꿈을 선택하여,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존경을 받으려는 욕구에 고착되어 있는 느낌마져 든다. 한국 학부모의 교육열은 사실, 한국을 선진국 대열에 올라서게 한 토대가 되었다. '엄마의 정보력, 동생의 희생, 할아버지의 재력, 그리고 아버지의 무관심'이라는 대한민국 자녀의 성공 방정식은 (한겨레 2013) 우리나라의 만15세 학생은 OECD 34개국 중에서 수학 1위, 읽기 1∼2위, 과학 2∼4위를 차지하게 한 원동력이라 말을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녀에게도 돈보다 학벌을 물려주는 게 최고의 유산이다"라는 공감대가 한국 문화에 있다. 모두들 너무나 각자의 일에 성실한 한국사회의 문화에는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다보니, 사람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밑바탕이 되는 가족간의 애정 및 소속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수 있다.  

보통 미국은 '개인주의'이고, 한국은 '집단주의'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실상, 미국에서 살다보면 미국의 '개인주의'는 사실 가족을 중시여기는 가족 중심의 문화에 밑바탕을 둔다. 타인의 눈을 의식한다기 보다, 부모의 주파수는 아이들과의 교류에 맞추어져 있다. 유병률 특파원은 자신의 칼럼을 통해, 한국 아버지와 실리콘밸리 아버지의 차이를 말한다. "미국의 '창조경제'는 정부의 슬로건이 만든 것이 아니라 1950~1960년대 '가정'에서부터 이미 시작되었다. 전후(戰後) 경제적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던 미국 중산층 아버지들은 퇴근하면 곧바로 집으로 돌아와 자녀와 시간을 보냈고, 자신의 관심과 자녀의 관심의 주파수를 맞추었다. 자신의 관심과 다르게 주파수가 맞지 않아도 존중하며 꿈꾸게 했다. 이런 전통은 몇 번의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국사회에 이어지고 있다. 회사에서는 '스몰 런치(small lunch)'를 하면서 집중적으로 일하는 대신, 집으로 돌아온 뒤에는 자녀들과 '빅 디너(big dinner)'를 하며 교감을 나눈다."

대가족이 주류였던 한국의 '집단주의'와 핵 가정이 주류가된 현제 한국의 '집단 주의'는 큰 차이가 있다. 가족의 교류보다 일의 성취도가 더 중요해진 현재의 집단주의는 가족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보다, 공부 잘하는 것이,  성공하는 것이, 잘 버는 돈이 더 중요해 진다.  공부 잘하기 위해 오는 스트레스,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가족에게 마구 풀면서 짜증을 내는 일에 미안하지가 않다. 오히려, 당연하게 받아주어야 할 희생이라 생각한다. 이 이율배반적인 양상은 가족에게는 늘상 예의가 없고, 화가 나있고, 타인에게는 너무도 다정하고 부드럽다. 이런 가족 관계가 계속되는 한, 매슬로우의 결핍요구를 벗어나기 힘들다.

주재원으로 보스톤에 2년을 머무르면서, 커플 테라피를 요청한 류박사는 미국의 가족 중심 문화가 처음에는 너무나 거북했지만, 가족과 시간을 많이 나누게 되면서 자신이 얼마나 가족에 무심했는지 깨달았다고 했다. 무심했던 자신 때문에 부인이 그토록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왔는지 몰랐다고 했다. 한국으로 떠나며, 미국의 가족 중심 문화를 계속 지켜나가며 살아가는 한국 가족이 부럽지만, 자신도 일보다 가족을 사랑하고 아끼는 일을 우선으로 하는 태도를 지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에 살고있는 한국 가족은 우리 한국 아이들은 미국의 가족 중심의 문화에서 성장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서분네 할머니는 기꺼이 말씀하신다. "학벌이 아니라, 같이 어울려 살아가는 가족이 최고의 유산이야!" 서분네 할머님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두 자식에 전해주고 말았음을 알고 계신다.  다음 번 슈퍼 문 월식 2033년에는 대가족이 함께모여, 하늘에 펄쳐지는  절세의 명작을 같이 나누자. 그렇게 최고의 유산을 우리 아이들에게 대대로 전해주도록 노력해보자.


양 미아  Licensed Psychotherap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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