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인생
보스톤코리아  2023-09-07, 14:33:26 
나는 골프 메니아나 실력자는 아니다. 그저 주말에 한번 아니면 한달에 한번 운동삼아 취미삼아 골프를 즐기는 그저 초보자의 티를 약간 벗은 골퍼라고나 할까?  해서 골프에 대한 글을 쓴다는 자체가 어울리지 않는 어색한 일이긴 하다. 

하지만 취미삼아 즐기는 골프와 내가 경험한 미천한 인생 지식이 너무도 연결이 잘 되는 것 같아 내 스스로 느낀 점을 아무 가식이나 과장없이 풀어가 봐야 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 글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 글이 18번 홀까지 이어지길 기대하며....

1번홀 : 골프의 입문
우선 내가 골프를 처음 접하게된 사연 그리고 낮설은 골프채를 쥐고 아무 사전지식 없이 무작정 휘두르던 시절의 이야기 부터 풀어 나가야 할것 같다.

내가 처음 골프를 접하게 된건 미국 유학시절 논문도 어느정도 끝내 놓고 다음의 인생 여정을 준비하면서 약간의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시기에 골프를 먼저 시작한 친구들의 권유, 말이 권유지 거의 협박 수준으로 개 끌리듯 골프 연습장에 끌려나와 생전 잡아보지도 않은 기다랗고 요상하게 생긴 막대기를 막무가내로 휘드르던 것이 내 골프와의 첫 인연이었다.

골프채를 처음 손에 쥐고는 "이게 뭐 그리 대단한 것이라고, 어릴적 골목에서 놀던 자치기 생각하며 공을 힘껏 치기만 하면 될것 아닌가!"하며 너무도 쉽게 생각했던 생각이 든다. 예상은 여지 없이 무너졌다. 움직이도 않고 땅바닥에 아주 얌전히 놓여 있는 공이 제대로 조준도 안된다.  공을 친다고 친것이 공은 가만히 있는데 뒷 땅을 한 움큼 파지를 않나, 공은 건드려 보지도 못하고 허공만 가르지를 않나, 어쩌다 공을 맞추면 소위 '삑사리'라고 전혀 예상치도 못한 곳으로 날아가기는 커녕 떼굴떼굴 구르기 일수니 "이거 만만한게 아니구나!"하며 진땀을 뺏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준비없이 달려들다 큰 코 다친 셈이다.  골프의 기본부터 폼을 가다듬고 우선 공을 때리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하나하나 생각하고 연습하고 훈련하는 것이 필요한 것을 그때 느꼈다.

공에 시선을 집중하고 공을 칠때 까지 아니 공이 골프채에 맞아 자리를 떠나는 순간까지 공이 어디로 날아가는지도 보지 말고 머리를 쳐 박은채 스윙을 하라는 것이 내 친구 아니 변변치 않은 내 골프 선생의 첫 주문이었다.

2번홀 : 사회로의 입문
이제 화두를 돌려 내 첫번째 사회입문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나의 첫번째 직장은 기업경영 컨설팅 회사였다.  당시 흔치 않던 유학파였고 나름 미국에서 선진 경영기법을 배웠다고 자부하며 어깨 힘 빡 주고 호기롭게 부서의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골프채를 처음 잡을 때 처럼 "뭐 별거 있겠어! 배운대로 하면 되겠지"하며 나에게 주어질 거창한 일들을 상상하며 그렇게 사회에 첫 발을 내 딛었다.

하지만 골프 입문때와 마찬가지로 나의 알량한 생각은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 내게 주어진 첫 임무는 소위 '가방모찌'라고 하나? 경력 많은 컨설턴트 따라 다니며 자료조사 해 주고 경영자와 컨설턴트간의 회의 일정, 회의 내용을 조율, 정리하는 간단한 업무 였다.  업무 내용이 이렇다 보니 매일 컨설팅 자료 복사하고 상대 회사와 컨설팅 내용 조율을 위해 팩스 날리고 전화하는 일이 내 업무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참고: 이 때는 인터넷은 물론 컴퓨터도 부서에 한대씩 있는 정도였고 팩스가 그나마 첨단 기기였던 시절이다)

이 정도 일이야 눈 감고도 하겠다 싶어 아무 생각 없이 자료 들고 회사 공용 OA실로 들어 섰다. 어디 도망가지도 않고 얌전히 놓여 있는 복사기 앞에 서서 자료를 복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왠걸 이거 맘대로 안된다. 복사하는 소리가 한동안 요란하더니 갑자기 복사기가 멈춰선다. 페이퍼 잼이란다.

엉켜있는 종이를 빼 줘야 기계가 다시 작동한다고 한다. 뭘로 어떻게 종이를 빼야 하는지 등에 식은땀이 흐른다.  겨우 종이를 빼내 다시 복사기를 돌리니 이번엔 자료 순서가 뒤죽 박죽이다. 고졸 사환 10분이면 하는 일을 한시간째 붙잡고 앉아있다. 팩스는 또 어떤가! 번호 누르고 원고 집어 넣었는데 OK사인이 떨어지지 않는다. 마냥 기다려 본다.  책상으로 돌아와 업체에 전화를 건다. 컨설팅 일정이 안맞는다. 겨우 조정 했더니 이번엔 고참 컨설턴트가 그날 다른 회사 컨설팅이 있단다.  버벅의 연속이었다.

이때 부장이 조용히 내 자리로 온다. "힘들지? 맘대로 안되지?" "내가 왜 너에게 복사하라고 지시했는지 생각해 봤어?" 속으로 대답한다. "그러게 왜 복사나 시키고 있나요? 복사기 기능, 복사기 장애 극복 뭐 이런거 습득하라고?" 하지만 나도 눈치가 있지… 호기롭게 대답한다. "선배 컨설턴트님이 일을 효율적으로 하실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준비하라고 시키신 것 아닌가요?"

부장이 씨익 웃는다. 자료 복사하면서 내용이 무언지 살펴 보았나?, 팩스 넣으면서 어떤 답이 올것인지 예상해 보았나?, 담당자와 통화 하면서 담당자의 성향이 어떤지 파악해 보았나?

이 모든것이 컨설팅 시작을 위한 첫번째 준비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골프의 기본 폼을 가다듬고 골프채를 잡듯이 상대 업체 컨설팅 업무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하나하나 생각하고 준비하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때 느꼈다.

컨설팅 시작 전에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어떻게 하면 원하는 목표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인지 모든 업무를 상대에 집중 시켜라. 지금 이 일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미리 예단하려고 허튼 상상 하지 말고 기본에 충실해라 .이것이 부장의 첫 주문 이었다 마치 골프공이 어디로 가는지 보려고 고개 쳐 들지 말고 기본에 충실하라는 것 처럼….
(다음호에 계속)


박진영 (보스톤라이프스토리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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