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험준 산령 - Arizona편 1
보스톤코리아  2008-03-23, 23:03:14 
Arizona를 지나 San Diego로 갈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북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Arizona의 서쪽 끝에 있는 Yuma에서 Colorado River를 건너는 순간, 영화 'Wild River'의 멋진 배경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Colorado River에서 Rafting 강사였던 아내와 어린 아들 세 식구가 Rafting Boat를 타고 비교적 안전한 물길을 따라 여름휴가를 즐기던 중, 도움을 청하는 두 남자와 본의 아니게 동승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들은 살인을 저지른 흉악범들이며, 육로의 검문을 피해 강을 타고 멕시코로 도망칠려는 수배자들이였다. 강의 지형과 물길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래프팅 강사였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부터는 더욱 집요하게 협박과 폭력으로 멕시코까지의 동행을 강요한다. 절대절명(絶對絶命)의 위기감과 사투를 벌이며, 거친 물살을 이용한 지략으로 가족을 구한다는 story이다.

험한 계곡을 휘어감는 힘찬 물살과 태산 같은 바위산 주위에 분재(盆栽)처럼 다소곳이 자란 침엽수(針葉樹)들의 멋진 배경이 돋보였던 영화였기에 동부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험준산령의 강을 따라 상류쪽을 답사하기로 마음을 정한 것이다. Yuma 부근의 통행이 허가된 도로를 제외하고는 계곡의 진입로가 없어 난감해 있을 때, 마침 지나가는 차를 가로막고 도움을 청했다. 사냥꾼인듯한 중년의 남자는 첫인상과는 달리 쉴새 없이 떠벌이며, 이 강의 지형을 20여 년을 사냥했기 때문에 부처님 손바닥 안이라며 자랑이 대단하다. 일반인 출입이 용이하지 않은 이 곳 보다는 북쪽의 Paker에서 California쪽으로 다리를 건너면, 상류에 있는 Lake Havasu city까지의 계곡이 경사가 심하고 골이 깊어, 낙차가 큰 강물이 흐르기 때문에 래프팅을 많이 하며, 비포장도로지만 Boat를 실어나르는 길이 트여있어 답사가 용이할 것이라고 일러준다.

RT 95(N)로 올라가는 주변에는 전봇대 보다 더 큼직한 선인장과 잎이 작고 가시가 많은 나무들이 자라는 건초지가 많다. 만년설이 경이로운 미국의 마천루인 Elbert 산(14,433 Ft)을 비롯해 길게 뻗은 산맥의 영향을 받은 서부의 사막들은 극서극한(克暑極寒)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끝이 없을 것 같던 선인장 군락도 사막을 벗어나며 사라지고, 엽록색의 갈밭으로 변하더니, 드문드문 전봇대가 보이는 작은 마을 Lake Havasu city가 시야에 들어온다. 래프팅을 즐기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인해 인적도 없을 듯한 조그마한 마을은 온통 축제 분위기이다. 자유분방한 젊은이들의 건강한 놀이를 구경하며 몇 안되는 숙소를 둘러 보았지만, Bunker House(합숙소)가 많은 이 곳은 독방을 구하지 못해 일반 차량에서 숙식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 한적한 곳에 여장을 풀었다. 계곡에 정신이 팔려 Telescope Fry 낚시대 하나만 들랑 들고 급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계곡을 향했다.

하늘과 맞닿은 바위 벼랑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수직절벽이며, 영화장면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진다. 계곡을 꽉 메운 낙차 큰 폭포의 물소리는 절벽을 치고 나와 산자락을 뒤 흔든다. 온통 정신이 없다. 원색의 우의를 입은 젊은이들을 태운 보트는 곤두박질치는 물살에 못이겨 질러대는 비명소리가 용소에 들어서는 배마다 아비규환(阿鼻叫喚)이다. 보는 것 만으로도 오금이 절인데, 용감하게 도전하는 젊은이들이 대견스럽다. 어렵사리 가파른 언덕을 올라 한참을 돌아서니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들풀의 바람소리, 작은 물새소리는 물론 작은 물방울 소리까지 어우러지는 조용한 호수, 'Swan Lake'가 떠오른다. 멀리 상류쪽 여울지는 물가에 낚시꾼이 보여 반가운 마음에, 오솔길 조차 없고 허리까지 차는 풀숲을 헤치며 힘들게 올라갔다. 휘어진 강 뒤 편에는 세 명이 더 있었다. 허공을 가르는 Fly 낚시줄 소리가 계속 되지만, 한참을 지켜 보아도 송어를 올리는 사람이 없다.

필자도 준비한 Fly 바늘을 포기하고, 풀밭에 다니며 풀벌레를 찾았다. 어린 시절 고향인 영월 동강에서 꺽지(흑돔처럼 생긴 작은 강고기) 낚시 할 때 쓰던 꼬네(돌틈에 산란한 물나방의 애벌레)가 문득 생각났기 때문이다. 나무에 기생하는 털이 많은 풀벌레를 잡아 민낚시 바늘(아무런 장식이 없는 외바늘)에 끼워 던져 보았다. 순간, 작은 물살이 이는가 싶더니 노란 Fly줄이 솟구친다. 무지개빛 송어가 물살을 차고 튀어 오르는 것이다. 거친 물살을 헤치며 살아온 놈이라 힘이 장사다. 먼저 왔던 낚시꾼들이 모여들며 보여준 풀벌레를 보고는 아연실색(啞然失色)이다. 자기들은 Wisconsin에서 왔는데 자기네 동네에서 쓰던 Fly 바늘을 사용해 보았지만 한번도 입질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똑 같은 종류의 물고기라도 사는 곳의 먹이감에 익숙해 전혀 다른 모양이나 냄새에는 경계하거나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늦게 깨달으며 탄식하는 그들은 작은 이론(理論)을 간과(看過)했다는 좋은 경험이 됐을 것이다.

아리조나 2편이 이어집니다

최석천 (전문 낚시인)
최석천씨는 뉴욕지역에서 낚시 가이드와 미주, 남미, 유럽 등지에서 전문 낚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문의 330-774-6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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