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잇는 폐업공지, 우울한 차이나타운
보스톤코리아  2008-11-25, 11:59:51 
야식의 대명사라 일컬어지며 값싸고 맛있는 먹거리를 찾는 인파로 북적이던 보스톤 차이나타운에 문을 닫고 있는 식당들이 줄을 잇고 있다. 보스톤의 차이나타운이 추억의 장소로만 남게 되진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유난히 돈의 흐름에 민감하기로 알려진 차이나타운에 지난해부터 이어진 식당패업은 차이나타운의 현 주소를 알리는 듯하다. 차이나타운에는 지난 해 영업을 중지하고 새 주인을 찾지 못한 채 초라하게 방치되어있는 “한국의 집” 외에도 한 때 차이나타운명소로 이름을 날리던 Ocean wealth, Grand Chow Chow, Pacific BBQ 식당 등이 영업을 접은 지 오래다.

차이나타운에는 현재 일거리가 없어 삼삼오오 모여있는 중국 노동자들만이 한산한 거리에 즐비하다. 하나씩 둘씩 식당과 업소들이 들어서서 한때는 불야성을 이뤘던 차이나타운의 속사정을 살펴봤다.
 

차이나타운의 경기침체원인은 다섯 가지로 추려 볼 수 있다. 천장부지 뛰어오르는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는 세입자의 퇴거와 거주자들의 외곽지역이주, 중국인 투자자들의 차이나타운 투자비용 회수와 해외투자, 영업시간단축, 실업률 상승 등의 악재로 차이나 타운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것.

첫째, 소수의 소유주에 의한 부동산 독점이 빚은 임대료 상승을 감당할 수 없는 소규모자영업자들은 영업을 포기하거나 타 지역으로 사업장을 옮기고 있다. 높은 임대료는 차이나타운에 주거하던 중국인들이 생활비가 저렴한 Quincy, North shore, Malden, Dorchester지역으로 이주를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결국 중국인들을 상대로 한 식당, 점포와 사업장들이 대부분인 차이나타운에 중국인들의 유동인구가 줄어들면 시장이 어려워지게 된 것이다.

둘째, 공동투자가 주를 이루고 있는 중국인들의 사업방식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일부 투자자들이 퇴직 명목으로 투자비를 회수하며 시장의 흐름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네다섯 명의 투자자들 중 한 명만 자금을 회수해도 타격을 얻게 되는데 지금처럼 경제가 어려울 때는 치명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셋째, 차이나타운 내 중국사업가들의 자금이 상당부분 중국본토로 흡수되어 차이나타운의 돈줄을 마르게 한 것도 차이나타운이 기우는 원인 중에 하나로 꼽히고 있다. 차이나타운에 Imperial Fish Restaurant, Apolo, Heila Moon등 여러 개의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알버트 양(Albert Yang)씨도 중국에 거액을 투자했는데 투자비가 회수되지 않아 식당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익명의 한 차이나타운 사업주가 밝혔다.

차이나타운 중심부 타이러 스트릿(Tyler Street)에 소재한 물레방아 식당 주인 토니 왕(Tony Wang)씨는 “전반적인 경기악화도 문제이지만 ‘실세’들이 자금을 외부로 유출시키면서 차이나타운 내 현금이 돌지 않는다. 실질적으로 돈을 쓰는 사람도 없지만 딱히 돈을 벌 길도 없어 다들 힘들게 영업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넷째, 한동안 성황을 이뤘던 차이나타운 야식 영업시간이 새벽 4시에서 새벽2시로 단축되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줄기 시작한 것도 한 원인이다. 자정이 넘은 시간에도 자유롭게 영업하던 차이나타운 술집을 찾아 가던 고객들이 점점 줄어들면서 차이나타운의 아성은 차츰 무너지게 된 것이다.

다섯째, 경기침체가 가져온 패해는 결국 차이나타운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저소득층 노동자들의 실업률을 높이고 결국 그들이 소비를 줄이면서 현금유통의 흐름을 막아버린 꼴이다. 실업자들의 재활을 돕고 중국인들의 정착을 돕고 있는 Chinese Progressive Association (CPA) 리디아 로우(Lydia Lowe) 대표이사는 “높은 실업률과 임대료 인상 등으로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고 있는데, 이에 따른 심리적 불안감도 차이나타운의 경기악화를 가져온 이유”라고 설명했다.

로우 대표는 무리하게 사업확장을 추진해온 슈퍼88의 2개 매장 폐쇄를 예를 들면서 은행대출과 상환의 어려움도 차이나타운의 경기를 침체시킨 한 원인으로 꼽았다. 은행에서 받은 융자로 시작한 사업자의 경우 매출이 떨어지면 융자금을 갚을 대안이 없어 패업 아닌 패업을 해야 할 위치에 놓이게 된다.

이와 같은 우려의 목소리에도 불구Chinatown Main Street 의 커트니 호 (Courtney Ho) 대표이사는 “차이나타운은 변화하고 있다. 크레디트 문제와 영업부실로 인해 문을 닫는 가게도 있지만 몇 주안에 곧 새로운 베이커리가 들어선다”며 “차이나타운은 경기침체보다는 변화의 기류에 있다”고 긍정적인 관측을 했다.

Mainstreet Chinatown 재정컨설턴트 데비 호씨(Debbie Ho)는 “중국인들의 수입상승이 그들을 보조금으로 지은 주택(Subsidized housing) 대상자에서 제외시키면서 외곽지역으로 이동을 부추긴 것도 제2의 차이나타운 형성에 기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어포더블 하우징과 부동산 개발을 추진중인 Asian Community Development Corporation(ACDC)의 제레미 류 (Jeremy Liu)대표이사는 “차이나타운에서 사업을 하는 것은 힘든 일”이라며 비싼 임대료뿐만 아니라 높은 경쟁률 때문에 소규모자영업자들이 살아 남기엔 장애물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소규모자영업자의 사업유치와 지속적인 발전을 돕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법률상의 도움이 절실하다”며 소규모자영업자를 지원할 수 있도록 현재 다양한 법률가들과 상담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레미 류 대표는 “차이나타운의 임대료 인상은 새로운 현상이기보다는 계속 이어진 추세이며 지역개발에 의한 임대료상승은 피할 수 없다”며 저소득층은 외곽지역으로 거주지를 옮기고 있으며 고소득층의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은 반대로 차이나타운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보스톤 차이나타운에는 ACDC, AACA, CPA, Chinatown Main Street 등 많은 비영리단체들이 저소득층 거주자들을 위한 생활보조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소규모자영업자들을 위한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들 단체는 또한 차이나타운 방문객 유치를 위해 스트릿투어와 명소 관광등의 프로그램도 활성화하고 있다. ACDC는 자체 라디오 방송까지 동원해 차이나타운 홍보도 앞장섰다. 하지만 이들의 노력이 과연 기울고 있는 보스톤 차이나타운을 구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수연 editorkim@bost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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