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문외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한 임윤찬의 보스톤 데뷔연주
전원 기립박수, 결국 앵콜곡 연주 후에서야 박수로 환송
한인들, 20세 임윤찬의 BSO 데뷔와 연주에 환호
보스톤글로브, 최고의 BSO 데뷔 연주는 확실, 사상 최고여부는 두고봐야
보스톤코리아  2024-02-16, 20:34:25 
2월 15일 보스톤심포니홀에서 열린 임윤찬의 보스톤 데뷔연주. 사진= Hilary Scott, BSO 제공
2월 15일 보스톤심포니홀에서 열린 임윤찬의 보스톤 데뷔연주. 사진= Hilary Scott, BSO 제공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장명술 기자 =  라흐마니노프가 좋아졌다. 유튜브로 몇 번 들었을 때 좋다는 생각이었지만 사로잡히지는 않았다. 임윤찬(19)의 연주는 그전 크게 관심이 없던 문외한도 라흐마니노프의 팬이 되도록 하는 힘이 있었다. 

2월 15일 임윤찬의 보스톤 데뷔 무대. 보스톤 심포니홀에는 한국 사람들의 바쁜 발걸음이 이어졌다. 물론 보스톤의 음악팬들도 많았지만 한인들의 모습도 거의 절반에 가까울 정도였다. 예상대로 입장을 위해 긴 줄이 이어졌다. 임윤찬의 보스톤 데뷔, 그 역사적인 순간을 목격하는 즐거움이 있다보니 춥고 긴 줄도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보스톤 심포니 홀은 몇몇 석만 비었고 거의 꽉 찬 상태. 임윤찬의 등장부터 관중들은 환호했다. 기대가 과하면 실망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의 연주는 첫 손가락 움직임부터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웨스트포드에 거주하는 박하나씨는 “감히 어떤 표현도 할 수 없다. 그 순간, 그 곳에 내가 있을 수 있었음에 감사하다. 손에 땀이 차고 단 한순간도 피아노의 손움직임에서 손을 떼지 못했다. 눈을 과도하게 집중한 끝에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며 “그간 피아노 리사이틀을 다녀봤으나, 매순간 소름이 돋는 경험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보스톤심포니오케스트라(BSO)의 아름답고 매끄러운 연주와 유명한 러시아 지휘자 투간 소키에프의 매력적인 지휘는 임윤찬의 피아노와 어울려 음악을 더욱 감동적이게 만들었다. 관중들은 숨을 죽였다. 간헐적으로 터져 나오는 기침소리도 연주와 어울려 겨울의 연주회임을 잊지 않게 해줬다. 같은 한국인인 것이 자랑스럽고 기분이 좋아지는 순간이었다. 

장인숙 한인회 이사장은 “심포니홀 연주회 입장하기 전에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긴 줄을 본 순간부터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하고 “연주회를 감상하는 내내 제 가슴이 뛰었고 손에는 잔잔한 땀이 나는 듯 너무나도 감동적이고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장 이사장은 또 “작은 체구에서 심포니홀 전체를 다 흔들 수 있는 그의 천재적인 예능에 모든 관람객들이 숨죽이고 몰두하는 모습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고 말했다. 

뉴튼에 거주하는 김제성씨도 한마디로 “Speechless!”라고 하며 “순수하면서도 화려한 느낌의 연주가 좋았다.” “젊은 임윤찬이 BSO와 협연을 해서 같은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러웠다.” 라고 한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말했다. 

연주회에서 눈을 뗄 수 없으니 딴 생각 할 여유도 없었다. 시간을 송두리째 연주에 집어 넣어버린 듯 그의 연주는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만들었다. 당초 프로그램 북에는 임윤찬의 2022년 반 클라이반 수상곡의 짧은 버전의 카덴자를 연주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지만 15일 목요일 임윤찬은 연주는 긴 버전("ossia")의 카덴자를 연주했다. 

첼로를 전공한 음악인 이승희씨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이 많이 알려져 있는데 난이도 높은 3번을 완벽하게 연주해 주어서 곡이 더욱 알려지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 이 음악을 다시 듣고 싶게 만들었다. 다시 볼 동영상에 저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도록 만들었다. 

그의 연주가 끝나자 모든 사람들은 용수철처럼 일어서 기립박수를 보냈다. 지휘자와 두차례 나와 감사 인사를 보낸 후에도 기립박수가 계속되자 임윤찬은 다시 나와 우아하고 부드럽게 달래는 듯한 앙코르 곡을 연주했다. 벨리니의 오페라 노마의 “캐스타 디바”를 연주하는 앙콜곡이 끝나자 관객들은 커다란 환호와 박수로 임윤찬을 보냈다. 

인터미션이 끝나고 임윤찬이 빠진 무대가 허전한 듯 했지만 소키에프의 지휘와 보스톤심포니오케스트라를 마음 편하고 흥겹게 즐길 수 있는 무대가 이어졌다. 군데 군데 빈자리가 보였는데 임윤찬의 연주만 듣고 떠난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보스톤글로브 AJ 머다나 기자는 리뷰에서 “BSO의 평일 공연이 만석이었던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날 공연 무대의 임윤찬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지휘자, 오케스트라 단원)은 그의 혜택을 본 것”이라고 적었다. 

글로브는 “임윤찬의 연주가 사상 최고였나(Greatest of all time?)”고 묻고 “이는 누가 쉽게 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BSO와의 최고 데뷔 무대였던 것은 분명하다. 그는 떠오르는 별 그 자체다. 창공의 가장 빛나는 별이 되길 원한다면 그는 가능할 것이다. 두고봐야 하지만 그가 계속 정진해 수년안에 이곳이 이르기를 바란다”고 평했다. 

임윤찬은 18일까지 유명한 러시아 지휘자 투간 소키에프의 협연으로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콘체르토 No.3를 연주한다. 

이곡으로 임윤찬은 2022년 밴 클라이번 인터내셔널 피아노 경연대회에서 최연소 금메달리스트에 등극했으며 그의 공연 동영상은 1천3백50만 뷰를 기록할 정도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전까지 최고 조회수는 우크라이나 출신의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1903~1989)가 연주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콘체르토 3번이었다. 

연주회가 끝나고 심포니홀을 나서니 축복처럼 눈이 내렸다. 물론 예상한 눈이었지만 그래도 직접 맞으니 기분이 좋았다. 마치 첫눈을 만난 것처럼. 

아내와 함께 임윤찬,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 보스톤의 겨울, 눈을 동시에 즐겼다. 평생의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가 해결되는 순간이었다.  


보스톤심포니오케스트라

임윤찬의 보스톤 데뷔 연주모습. 사진=Hilary Scott , BSO 제공 

관중들의 환호에  인사하는 임윤찬과 보스톤심포니 오케스트라. 사진 = Hilary Sco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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