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날의 단상 (Where is your husband?)
보스톤코리아  2006-06-04, 16:39:52 
홍순영(한미역사문제연구소위원)

5월은 꽃의 계절이다. 창문 밖에 무성하게 자란 라일락 꽃 향기가 늦은 밤 창문 틈 사이로 스며들어 집안이 꽃 향기로 가득한 느낌마저 든다.
번잡한 도시나 한적한 주택가 마당가엔 이국에서나 볼 수 있는 붉은색, 흰색, 연분홍 색깔의 이름 모를 꽃들이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다. 꽃을 보는 마음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아름답다는 느낌에서 꽃의 세계에 빠져들게 마련이지만 그렇다고 인간의 눈 속에 비쳐지는 꽃의 아름다움이 그냥 아름답다는 감정보다는 자연의 섭리가 꽃으로부터 시작되고 있음을 가르쳐 주는 것 같다.
식물의 생태학적 진행이 꽃으로부터 시작되고 인간이 먹는 곡식이나 과실도 꽃으로부터 얻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꽃의 미학적 철학은 인간들이 부쳐놓은 뜻 말에 불가하다. 그럼에도 인간들은 꽃 속에 부쳐진 뜻을 좇아 꽃으로 사물을 나타내려하고 꽃으로 자기의 마음을 전하려고 한다.
나라를 상징하는 꽃이 있듯이 연인에게 사랑의 마음을 전하는 일도 꽃송이나 꽃다발로 전해지면 많은 사람들이 글 감이 되어 시나 수필, 소설로 쓰여지고 있다.
어디 그 뿐 인가. 예전에 잘생긴 남자를 호남이나 미남으로 불렀으나 지금은 꽃 미남으로 남자의 생김새를 꽃으로 묘사하고 있다. 세상만사가 그렇듯 꽃이 피면 꽃을 시샘하는 바람도 불게 마련이다.
얼마 전 나와 지인 몇 사람은 뉴햄프셔 어느 분의 상가를 방문조문을 드리는 기회가 있었다. 20여 일째 내리는 호우는 70년만의 기록으로 우리 일행이 달려가는 그 날도 비는 그치지 않았다. 우리 일행이 조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어느 중국인 식당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날따라 어머니날이 되어 식당 안은 어른, 아이들로 한참동안 붐빈 상태였다. 우리 일행이 자리잡은 식탁 옆 좌석에는 남미계로 보이는 젊은 여인들과 어린 아이들이 둘러앉아 음식을 먹으면서 우리 일행을 돌아보며 가벼운 눈 인사를 해왔다. 그들이 식사를 마치고 나갈려는 찰라였다.
우리일행가운데 P씨가 Where is your husband (너희 남편은 어디 있느냐)라고 물었던 말에 남편에 대한 대답보다는 나는 네 아이의 어머니라고 대답하면서 자기 아이들을 손짓하며 가리키는 순간 뒤따라 오던 그녀의 딸 아이가 My mother has no husband, but she has four boyfriends라는 솔직하고도 재치 있는 대답에 우리 일행과 그들 연인들과 웃음의 대화를 나누었던 일이 잊혀지지 않을 기억으로 남게 되었다. 그러면서 생각되는 일은 어머니 날을 제정하고 어머니의 은공을 기리는 뜻은 세계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가정에서의 어머니의 역할이 크기 때문이라는 인식을 새롭게 했다. 우리 일행이 들렸던 중국인 식당 입구에 싸여 있는 중국계 신문 대기원시보(한자)에도 재모친절지제 축전세계적모친 행복쾌락(한자)이란 제호의 기사로 어미니날을 특집으로 다루고 있었다.
전세계가 어머니날을 제정하고 어머니에게 위로를 드린다는 내용과 가정은 사회구성의 중심이루고 어린이들의 양육에는 어머니의 역할이 무시될 수 없다고 어머니 날의 역할을 드높이는 축하잔치를 벌리고 있는 가운데 미주 내 한인교회와 사찰에서도 어미니들에게 빨간 카네이션 꽃을 달아주고 어머니의 은덕을 기리는 잔치를 벌이고 있다.
얼마전 장한 어머니로 미국의 중요 언론과 한국계 언론은 한국계 혼혈인 하인스 워드 (Hines Ward)를 미 프로풋볼(NFL) 최우수 선수(MVP)로 기른 하인스의 어머니 김영애씨에 대한 기사로 가득 메웠다. 아들을 영웅으로 키운 강한 어머니 김영애씨는 눈물로 떠난 조국땅을 다시 밟았지만 울지는 않았다고 한다. 아들과 떨어져 살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떠났던 조국을 금의환양으로 다시 밟은 김영애씨의 한국방문은 분명 다른 모습의 방문이 되었다. 김영애씨는 자기가 흘린 눈물은 바다보다 깊다고 술회하면서 아들로부터 받은 약속 (promise to mother)을 선물로 받은 방한이라고 기뻐하면서 눈물 대신 환한 웃음을 보여주는 강한 어머니상을 보여 주었다. 워드 또한 어머니는 나의 전부라며 내가 아무리 잘해드린다해도 어머니가 나에게 해준 것을 갚을 길이 없다고 했다.
워드가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 까지에는 어머니 김영애씨의 자식을 위한 희생의 뒷바라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영애씨야 말로 강한 한국인의 여인상을 세계인의 마음속에 자랑스럽게 심어 주었다고 하겠다. 미주 한인들의 짧은 이민사에서 우리들의 2세 자녀들이 자랑스럽게 주류사회에 진출하고 있는 이면에는 자녀 교육을 위해 헌신한 어머니들의 희생이 있다.
지난주 North Easton에 거주하시는 이상옥씨가 Boston Korean지에 올린 어머니를 기리는 감동적인 시가 어머니 날의 의미를 새롭게 인식시키고 있어 다시 옮겨본다.
폭풍우 같은 세월 속을 헤쳐오신 어머니여. 자녀를 위해 기도하던 두 손에는 사랑이 있고, 홍조치던 볼가에는 깊은 주름 패여있네. 붉게 물든 앞동산을 바라보는 어머니여...중략...
세상에 어머니들이여 어머니는 분명 여자보다는 강합니다. 세상에 아버지 들이여 다시는 Where is your husband라는 말은 듣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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