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아들
보스톤코리아  2008-06-02, 22:49:00 
김영애 (브루클라인 거주)


세월이 화살과 같이 빠르게 흘러간다는 얘기가 있는데 정말 맞는 것 같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매일 같은 생활이 반복되니 하루는 긴 것 같은데 벌써 아들은 타주에서 대학 1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1년전 처음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아들보다 내가 더 걱정이 되었다. 멀리 떨어져 혼자 잘 해낼지 항상 내가 많이 챙겨 줬는데...... 먹을 것은 잘 챙겨 먹을까. 빨래는 제대로 잘 해 입을까. 그런데 잘 지내고 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날 보스톤에는 비가 오는데 남쪽엔 폭풍우가 와 갈아타야 할 다음 비행기에 맞춰 비행기를 바꿨고 조금 늦은 줄 모른다고 전화가 와 TV일기예보 채널을 보니 정말 길게 세로로 폭풍우 설이 있다.

과연 이런 날씨에 비행기가 제대로 뜰까 걱정하면서 무사히 돌아오길 기다리는데 예상했던 시간보다 1시간이 지연된 새벽2시에 들어오는데 가방이 하나밖에 없다. 다른 가방은 공항에서 실수로 바꿔 타야 하는 비행기로 바꾸지 않아 도착을 안해 서류를 작성하느라 늦게 왔단다. 가끔 TV뉴스에 공항에서 많은 가방을 잃어버리고 못 찾았다고 하는데 옷만 들어있는 가방이지만 만약 못 찾으면하는 생각이 드니 기분이 찜찜하지만 아들이 무사히 돌아온 것에 감사해야지 하면서 장시간 미루던 얘기를 나누고 잤다. 다음날 일하는 가게로 아들은 전화해서는 엄마 내 가방 찾았다며 오늘밤 보내준다고 한다. 입에서 저절로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나온다.

아들은 대학 1학년 1학기를 학교에 적응하랴, 교수가 가르치고자 하는 게 무엇이고 시험방식이 또 어떤지 파악하랴...... 조금 힘들었다. 고등학교 AP가 대학수준이고 AP시험에서 만점을 받고. 교수랑 상의해서 아들에게 맞는 수준을 택했지만 가르치는 방식 수준이 고등학교랑 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들은 다른 주로 떠나기 전 일주일에 한번은 꼭 전화하기로 나와 약속했다. 내가 하기보다 아들이 편안한 시간에 평일에는 공부하랴, 친구 사귀랴 바쁜지 매주주말이면 잊지 않고 전화를 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이 있듯 평일에 하는 아들의 전화소식은 열심히 공부했는데 시험을 못 봤다. 교수가 가르치는 방식이 마음에 안 든다. 친구들이 나와 생각이 다르다... 푸념 섞인 소리. 지금 아들은 우간다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대학 1학년 1학기에 아들의 장래희망에서 필요로 하는 과학에서 아들이 좋아하는 A를 못 받았다. 그래서 여름방학동안 공부해놓으면 대학 2학년은 조금 쉽지 않을까 하고 알아보니 기숙사까지 하면 만불 돈이 넘었다. 아들은 많은 돈을 들여가면서 더운 여름에 학교에 있는 것보다 공부는 대학 2학년까지 더 열심히 하기로 하고 봉사활동을 하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알아보니 몇 군데는 스페인어가 필요하지만 우간다만 영어가 필요했다. 아무리 가난한 나라지만 내돈 들여 비행기표 끈고, 먹고 자는 것, 우간다공항에서 내려 병원까지 6시간을 달려가는 수송비, 기부금....... 이런 돈을 들여가면서 멀리까지 아냐도는지 의문이 가서 아들에게 항의하니 돌아오는 답은 엄마 가난한 나라잖아 한다.

단체가 아니고 개인이 원해 가는 봉사활동이라 개인이 모든 서류를 작성해야 되니 생각대로 척척 잘 진행될 지도 의문이 가고. 내 생각엔 미국 사람들이 하는 모든 일이 슬로우 모션이라.  비자를 받기 위해선 꼭 예방접종을 받은 서류가 필요한데 학교 병원에서 우간다 가기 3주전 날짜밖에 없다니 백신을 주문하는데 한달이나 걸리나.

요사이 하루가 다르게 기름값이 올라가 비자를 받기 전에 미리 비행기표를 샀는데 만약 비행기표를 사 놓구 비자가 안 떨어지면 어떻게 하지 아들에게 얘기하니 아들은 느긋하게 모든 게 잘될 거야 걱정 마. 설마 자기나라로 봉사활동 가는데 비자를 안줄 수 있어 한다. 아들은 예방접종을 받은 다음날 돈을 더 들여 하루 만에 받는 비자로 신청하고, 발송되는 편지봉투도 하루 만에 받는 걸로 해 일주일한에 비자를 받는 것도 모르고 난 나대로 날짜를 계산해 보니 우간다 가기 일 주일 전엔 아들 학교는 여름방학이 시작되어 집에 와야 되는데 우간다 대사관 사람들이 빨리 빨리 일처리를 안하면 날짜가 부족한 것같아 아들 서류가 어떻게 되었나 우간다 대사관에 전화하니 아들이름을 찾아보겠다고 다시하라 다시하라 하길 7번만에 대답은 아들이름이 없단다. 난 기어이 일이 났구나 하고 부랴부랴 아들에게 전화를 하니 나 글쎄 잘 된다고 했잖아. 비자는 일주일 전에 받고 지금은 집으로 돌아가려고 짐 싸고 있어 한다. 풍선에 바람이 빠져 찌그러진 기분 맥이 탁 풀려버렸다. 하필 지나 주에 아들은 마지막 시험을 치느라고 전화를 못했다.

보름간 병원에서 일하지만 병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올까? 내 생각엔 내 아들은 항상 남을 먼저 생각하고 좋은 쪽으로만 생각하니 내가 보기엔 어리숙하게 보여 이 험한 세상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걱정이 되어 그저 많이 보고, 느끼고, 경험하고...... 좀 영악해졌으면 한다.

우간다로 가기 전날 밤 짐을 같이 싸면서 아들! 2학기 성적은 교수가 뭐 준다고 얘기 안했어 하니 아들은 묵묵히 컴퓨터를 두드리더니 작은 거실을 뒹굴며 좋나라 하면서 엄마 내가 형들과 같이 공부해서 A 받았어 한다. 그렇게 좋아하니 아들은 내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 우리학교는 점수 짜게 주는 학교로 20번째야 하며 좋아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아들 건강하게 잘 지내다 와라. 그리고 네가 좋아하는 나라! 한국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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