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카 먹던 시절
보스톤코리아  2006-06-03, 01:11:14 
아버지!
한 뼘 밖에 되지 않는 제 가슴 속인데 얼마나 깊기에 아버지의 그리움이 이토록 크게  터져 나옵니까? 오늘 어버이의 달을 맞아 그리움 속의 아버지를 마주하며 저의 옛 어렸을 때를 회상해 봅니다. 일제를 마감하고 나라를 세우시느라 동분서주 하시며 손님들을 집에서 접대 하실때 저는 항상 아버지 옆에 앉아 재롱을 부렸지요.
아버지!
막내 아들인 제가 그렇게도 귀여우셨습니까?
그때에는 아버지가 무슨 일을 하시는지, 어떤  분들을 만나시는 줄도 모르고 그져 손님이 오시면 아버지 옆에 있을 수 있어 좋기만 했던  그 때.
아버지!
지금도 옛날을 생각하면 아버지의 효성이 제 머리를 스쳐갑니다. 서울에 와도 출장가셨다 오실때면, 꼭  할아버지가 좋아하시는 모나카를 한 보따리 사 오시곤 했지요. 우리는 할아버지에게 모나카 한번 얻어 먹으려고 할아버지의 다리와 어깨를 주물러 드렸고, 그때마다  모나카 하나를 반으로 나누어 수고했다고 반쪽을 주시면 받아들고 뛰어나가 형과 누나들에게 자랑하고 맛있게 먹곤 하였지요. 맛있는 모나카를 얻어 먹기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할아버지 방을 들락거리며 재롱을 부렸지요. 아버지가 계시지 않는 동안에도 할아버지는 말 동무가 있어 쓸쓸하지 않으셨을 겁니다. 바쁘신 아버지가 우리들에게 효도를 해라하고 말로 가르치시기 보다는 아버지의 효성을 보여 주시고 모나카로 우리에게 효도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셨지요.

세상에 효도가 글로 배운다고 되는 것인가요?
마음에서 우러나와 행동으로 표현할 때, 진정한 효도가 되겠지요.
효도 한 번 못한 저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

아버지의 또 다른 이웃 사랑을 회상해 봅니다.
가을이 되어 추수할 때 소작농들의 벼 타작 현장에 저를 데리고 다니셨지요. 자전거 뒷 좌석에 앉혀 오솔길을 달리실 때, 아버지의 허리 춤을 꼭 붙잡고 그냥 즐겁기만 하던 그때 말입니다. 떠들썩한 타작 마당엔 온통 풍년의 웃음소리가 있었고 그져 맛있는 것 많이 먹고 부잣집 도련님 대우 잘 받고 하니 저는 마냥 즐겁기만 했었지요. 어느 날인가, 알곡을 실은 마차를 따라 돌아 오시면서 어린 저에게 가난한 사람을 돕는 방법을 알려 주셨어요., 소작농을 일년 내내 고생을 해도 살기가 어렵기 때문에 그들을 도와주는  방법은 타작하며 빗자루로 슬어 남은 알곡 만 약속대로 나누고 밀려 나간 많은 양의 벼는 농사 지은 사람들의 몫으로 줘야한다고 하셨어요.
얼마나 지혜로운 생각이셨습니까?. 항상 때만 되면, 식객이 들어오고, 바가지에 밥 퍼주시고,,,,
제가 어린 나이의 짧은 세월에 아버지의 그 이웃 사랑을 배웠습니다..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뵈었을 때가 6.25사변이 나던 해 8월 14일 이지요. 해방 후, 나라 건설에 앞장 서셨던 아버지가 공산군에게 반동 괴수로 수배되시고 우리는 괴수 집안이라 모든 것이 차압되고 숨어 살고 있을때, 아버지가 체포되시어 춘천 내무소에 압송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위험을 무릅스고 어머니와 면회하고 말없이 돌아서 한 없이 울고 계시는 어모니와 저에게 “내 걱정 말고 당신은 애들을 잘 키우고, 너는 어머니 말씀 잘 들어라”, 라고 하신 말씀으로, 저에게는 영원히 잊지못할 아버지의  마지막 목소리였습니다.

아버지!
지금 이 시간, 저는 열 살 남짓의 어린 아이가 되었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살았던 그때 그 시절 의 제 자신 말입니다. 지금까지 입으로만 부르던 아버지가 아니고 수 십년을 가슴에 묻어 두었던   아버지를 가슴으로 불러 봅니다. 아버지의 다정했던 사랑, 아버지의 무언의 가르침, 모두가 제 가슴 속에서 쉼쉬고 살아 있습니다. 이제 제가 벌써 머리가 허옇고 애들의 할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제가 애들에게 얼마나 아버지의 가르치심을 전수 했을까요. 좀더 아버지를 닮아야 했던 제가.......,
저 보다도 젊으셨던 아버지.
지금도 아버지가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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