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고 싶은 날
보스톤코리아  2007-09-29, 16:42:26 
며칠 전부터, 집안의 옷가지들을 하나씩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아니, 다른 가족의 옷이 아닌 바로 내 옷가지들을 꺼내기 시작했다.옷장을 열어보면 짝꿍의 옷은 구석에 걸린 몇 가지의 옷들인데, 이 몇을 빼면 남은 많은 옷의 주인은 누구일까?  "어찌 이리도 많이 쌓아 올렸을까?" 하는 마음에 잠이 오질 않는 것이다.

일을 빨리빨리 하지 못하는 탓에, 늘 가까이 지내는 아주머니의 손을 빌려 함께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주머니랑 옷도 나눠가면서 때로는 잔소리도 들어가면서 그렇게 옷 정리를 한다. 속으로는 혼잣말을 하면서 "휴우~~시어머님 잔소리도 싫어 듣지 않았는데, 시어머니..." 면서 말이다. 사들이기 좋아하고, 버리지 못하는 성격에 쌓아두는 버릇이 생겼다. 처음의 이유는 옷을 좋아하는 탓에 버리지 못했고, 두 번째 이유는 아까워서 버리질 못했다. 물론 남을 주면 잘 입을 옷가지들이지만 그래도, 좀 입을 수 있는 옷가지들이 쉽게 던져지지 않아서였다.

그리고 몇 년 전부터는 옷 사는 일이 줄어들었다. 물론, 내가 하는 일에 바쁘기도 했지만 보이는 것에 신경이 무뎌진 이유도 있었다. 편안하고 간편한 차림에 익숙해지다 보니 세탁소에 옷을 맡기는 일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어릴 적 친구 세탁소 비지니스를 하고 있다. 헌데, 이 친구 세탁소에는 1년에 한 번씩만 세탁을 보낸다. 그 이유는 언제나 '돈을 받지 않는 무료서비스'때문이다. 늘 친구 남편께 미안하고 고맙기에 맡기질 못하는 것이다. 또한, 가까이 지내는 동네 친구 하나도 세탁소 비지니스를 한다. 오래전에는 세탁비가 가계부에서 큰 비용을 차지했었는데, 어느 날부터 세탁물 맡기는 일이 줄었다. 동네 친구 부부는 내게 말을 건네온다. "요즘, 비지니스가 슬로우(slow) 하다”고 웃음 섞인 농담을 해온다. 이유는, 내가 맡기는 세탁물이 줄어든 이유가 이유라는 것이다.

이렇듯, *--웃음--* 한 번 화들짝 켜 올리는 날이면 행복한 날이 된다. 이렇게 몇 년을 지내다 보니 정말 옷에 대한 미련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저 많은 옷가지를 미련 없이 내어놓아야겠다고 몇 번을 마음을 먹어보면서도 이렇게 시간을 보내온 것이다. 며칠 전 아는 아주머니와 옷가지들을 꺼내놓기 시작했다. 나를 잘 아는 아주머니는 "야, 이거 아껴도 입지 않을 옷이야!" 하시며 꺼내놓고 계셨다. 모르는 척 꺼내는 김에 또 더 꺼내자 싶어 마음을 고쳐먹고 말았다. 그렇게 일을 며칠하고 나니 온몸이 아프고 힘에 겨워 몸살이 났지만 내심 참 잘했구나 싶었다.

그 옷가지들을 꺼내 놓으며 마음속의 욕심들을 하나씩 꺼내보기 시작한 것이다. 모두가 '욕심'에서 시작된 것들임을 깨닫는 귀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깊은 마음을 만나니 몸과 마음이 함께 아파져 왔다. 지난날 내 자신이 힘겹다고 느꼈던 일들이 염치없이 쑥쑥 불거져 나오는 것이었다. 속상하다고 느껴질 때면 혼자서 여기저기 방황하며 작은 물건들을, 옷가지들을 사들였던 옛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났다. 지금의 나 자신의 모습과 오래전 나 자신의 모습이 함께 한 자리에서 만나게 된 것이었다. 내게는 또 다른 경험의 시간이었다. 지난 시간 속에 아픔이라고 느꼈던 마음이 보이는 순간이었다. 서서 바라보는 또 다른 나는 그 아픔을 안은 나에게 따뜻한 '사랑의 마음'을 전해주는 것이 아닌가. 놀라움이었다. 또한 마음 깊은 곳에서 차오르는 평안함이 있었다.

한 가정을 꾸민 결혼한 여자의 다수가 가끔 경험을 할 테지만, 결혼 전과 결혼 후에 오는 결혼 생활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한다. 사랑하는 남편과 함께 또 사랑해야 할 사람들(시댁 가족)이 곁에 있음으로 때로는 받아들이기 벅찬 일들이 있었다. 지금 가만히 생각하면 어찌 그리도 어리석고  몰랐을까 싶을 만큼 힘겨운 때가 있었다. 내게는 너무도 벅찬 일이라고 생각하며 힘겨워했던 한 여자가 있었다. 힘겨울 때마다 내 탓보다는 남의 탓을 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섭섭했던 마음을, 서운했던 사람을, 모두를 떠나보내겠다고 다짐을 했다. 가슴에 남았던 혼자만의 쓰린 아픔들이 남아있다면, 용서 못 할 사람들이 가슴 언저리에 아직 남아있다면 이제는 용서를 하리라. 가슴에 묻은 찌꺼기 하나라도, 먼지 털 하나라도 깨끗이 씻겨지길 기도하며 보냈다. 자신 스스로 자신에게 위로를 해주면서...

하지만, 아직 남은 옷가지 몇들을 마저 꺼내 놓으려 한다. 무겁지 않을 만큼에서 자유로이 훨훨 날 수 있도록 가벼운 마음과 몸이고자 한다. 문득, 버리고 싶은 날이 있다. 어느 날, 문득...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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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 칼럼니스트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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