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화려한 독주는 이제 끝
보스톤코리아  2008-02-03, 10:50:47 
21세기는 美, EU, 中 3강 시대


20세기 후반 정점에 올랐던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가 21세기에 들어 미국과 EU그리고 중국의 3강 체제로 재편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 이유로는 지난 10년간 미국에 큰 부와 힘을 안겨 주었던 세계화(globalization)가 그 진행과정 속에서 오히려 세계 경제와 정치의 중심을 분산시키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지적됐다.
워싱턴의 ‘뉴 아메리카 재단’의 파라그 칸나(Parag Khanna) 연구원은 지난 1월 27일 뉴욕타임스에 ‘패권에 작별을 고하기(Waiving Goodbye to Hegemony)’라는 도발적 제목의 기고문을 실었다. 이 글에서 칸나 연구원은 "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더라도, (이제껏) 미국이 쥐고 있었던 주도권이 약화되는 것과 미국·유럽연합(EU)·중국이 서로 세력 경쟁을 하는 3극(極) 체제의 도래를 막을 수는 없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이제는) 미국·EU·중국 3강이 서로 견제하면서 각자의 계획과 질서에 잘 맞는 제2세계 (the second world) 국가들을 경쟁적으로 끌어 모으는 21세기의 새로운 지정학 게임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이 새로운 지정학 게임은 기존의 국제 정치와 경제를 규정짓던 지리 관념을 벗어난다는 데 특징이 있다. 실제, 미국이 독점적 영향력을 행사하던 남미 시장에 중국과 유럽의 진출이 급격히 늘고 있다. 역으로 베트남과 라오스 등 중국의 영향권 아래 있던 동남아 국가는 미국과 경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의 맹방 역할을 하던 중동 국가들도 유럽과 중국 쪽으로 경제 협력의 폭을 넓히고 있다.
칸나 연구원은 이 같은 변화의 주요 원인을 제 2세계 국가들이 전략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세계화에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전의 경제 패러다임에서는 인도·브라질·러시아·터키·태국·베트남·사우디아라비아·말레이시아 등의 국가들은 단순히 '신흥 시장'으로 간주되곤 했다. 그러나 현실세계에서 이들 국가는 수동적 시장의 위치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당면한 정치·경제적 현안들을 풀고자 정치와 경제 협력 파트너를 전략적으로 선택하였다. 결국, 이러한 다양한 경제협력과 외교의 채널들을 통해 세계질서의 축 역시 다변화되게 되었다.
제2세계 국가들의 시각에서 볼 때 EU는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 시장, 안정적 유로화 등의 장점이 있다. 중국은 급성장하는 시장, 많은 인구, 튼튼한 제조업 기반, 세계 각지에 퍼져 있는 화교 네트워크, 풍부한 천연자원 등이 매력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0년간 세계질서의 단일 축 역할을 해왔던 미국의 입지는 많이 약해지고 있다.
칸나 연구원은 21세기 새로운 세계질서에 미국이 잘 대응하려면 미국이 '국익 우선주의'를 극복하고 지구촌의 보편적 가치를 중시할 것, 민간 외교에 더 많은 지원을 할 것, 아시아의 인재를 적극적으로 유입할 것, 국가 안보 문제에 큰 변화를 줄 것, 다른 국가들과 대화의 기회를 늘릴 것 등을 제시했다.
뉴욕타임스를 통해 소개된 칸나 연구원의 글은 최근 미국 정치계의 혼란과 경제 불황 등에 맞물려 많은 이들에게 큰 공감을 불러내고 있다. 특히 그의 통찰은 최근 급속도로 팽창하는 EU와 중국의 영향력을 균형 있게 관찰했다는 점과 제 2세계 국가들의 역동성이 세계화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공정하게 다루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을만하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 체제 이후 부활하고 있는 러시아가 국제세계에 끼칠 영향과 미국과 남미 국가들의 복잡한 관계 등은 글 속에서 충분히 성찰되고 있지 않다는 한계를 보여주었다.

김진혁  kjh@bost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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