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마지막 국정연설의 핵심은 ‘경제’
보스톤코리아  2008-02-03, 10:51:10 
지난 1월 28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그의 8년 임기 중 마지막 국정연설을 했다. 최근 미국의 경기 불황을 반영하듯 올해 그의 연설의 화두는 '경제'였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오후 9시 미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행한 여덟 번째 국정연설에서 "현재 미 경제가 불확실한 시기를 지나고 있다"라며, "지난주 민주·공화 양당이 행정부와 합의한 1,50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신속하게 입법화해 달라"라고 요청했다. 또한, 부시 대통령은 "한국·콜롬비아·파나마 3개국과 FTA가 발효되면 ... 이들 국가에 더 많은 미국 제품을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의회에 FTA를 조속히 비준해 줄 것을 촉구했다.
현 정부의 이라크 정책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에서 알 카에다가 계속 활동을 하고 있어 (미군이) 할 일이 남아 있다"라며 이라크 조기 철군 반대 입장을 못 박았다. 그는 이란의 핵개발 시도에 대해서는 "검증 가능하게 핵 농축을 중단하면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라고 말했으나, 북한의 핵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은 부시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매년 빠지지 않는 단골 주제였기 때문에 북한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올해의 국정연설은 신선한 느낌마저 들었다. 부시 대통령은 2002년 연설에서는 북한을 '악의 축,' 2003년에는 '억압 정권'과 '무법 정권,' 2004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정권 중 하나,' 2005년에는 '핵 야망을 품은 나라', 2006년에는 '짐바브웨·미얀마와 같은 수준의 비민주주의 국가'라고 지칭했다.
부시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늘 빠지지 않던 북한에 대한 비판도 그 강도가 2007년부터 약해지기 시작했다. 2007년 부시 대통령은 북한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 '핵무기 없는 한반도를 위해 주변 국가들과 함께 일하는 중'이라고 하였다. 올해 그는 북한 핵 문제나 인권 문제를 전혀 입에 올리지도 않았다. 이에 대해 미국의 언론들은 부시 대통령이 임기 안에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자 대북 정책에 인내심을 가지고 국정연설에 임했다고 지적했다.
부시 대통령의 국정연설은 그의 도발적 발언 때문에 매해 미국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시선을 끌어왔다. 부시 대통령은 2001년 2월 27일 취임 1개월 만에 가진 첫 국정연설에서 감세안을 제시하며 국내 경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 해 9월 11일에 발생한 테러사건은 이후 부시 대통령이 국정연설을 통해 적대국들을 강한 논조로 비판하게 하는 전환점 역할을 하였다.
9·11 테러 이후 첫 국정연설에서 부시 대통령의 언어는 '전시연설'처럼 자극적 표현으로 점철되었다. 그는 "지금 미국은 전쟁 중"이라며 북한·이라크·이란 3개국을 '악의 축'으로 지목했다. 2003년 국정연설은 이라크에 대한 선전포고의 느낌마저 들었다. 부시는 "사담 후세인이 무장을 해제하지 않겠다면 미국은 그를 무장해제 할 연합군을 이끌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2개월 후 미국은 독자적으로 이라크전을 시작했다. 재선을 위해 뛰어야 했던 2004년 국정연설에서도 부시 대통령은 "(테러의) 위험이 사라졌다고 믿는 것은 편안함을 주겠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오판"이라며 공격인 어조를 계속 이어갔다.
재선에 성공한 2005년 부시는 사회보장제도 개혁을 화두로 국내 문제로 회귀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라크전 상황 악화는 그의 국정연설을 다시 전시연설로 바꾸었다. 2007년까지 그의 국정연설은 이라크전과 미군 증파의 당위성을 변호하는 장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사상 유례없는 지지율 하락과 작년 하반기 미국을 강타한 경제난은 부시 대통령이 그의 임기 마지막 국정연설의 화두로 '경제'를 삼을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그는 이날 연설을 미국의 경제가 현재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음을 시인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했고, 연설 내내 경제난 해결을 위해 의회의 협조를 부탁했다.
백악관에 의하면 부시 대통령의 연설에 박수가 72번 나왔다. 그러나 실제 연설에서는 공화당 일부 의원들만 애써 박수를 치며 분위기를 이끌려고 노력했고, 민주당 의원들은 박수를 거의 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미 언론들 역시 부시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비판적인 평가를 내렸다. 뉴욕타임스는 부시 대통령의 연설이 미래에 대한 희망찬 비전이 없는 옛 연설의 요약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로이터 통신 역시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전, 이란과 파키스탄과의 외교문제 등을 해결하지 않고 임기를 마치게 되어 후임 대통령으로부터 큰 비난을 받게 될 것이라며 비꼬았다. CNN 방송은 부시 대통령이 현재 공화당 대선 후보들이 유세 참석을 거부할 만큼 인기가 추락해 있어 이번 연설이 큰 정치적 영향력을 갖기는 어려우리라 전망했다.

김진혁  kjh@bost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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