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 다시 벌어지나?
보스톤코리아  2006-07-23, 23:01:29 
▲ (상) 이스라엘 공군기들이 16일 아침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의 인구 밀집지대에 있는 헤즈볼라 본부를 폭격했다.
▲ (하)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베이루트 미카일 교차로에 공습을 한 뒤 14일 레바논 시민들이 포격을 받은 뒤 생긴 커다란 웅덩이 주위에 모여 들고 있다.

레바논 사태로 중동 지역 위기감 최고조... 중동 정치 지형 격변 전망...

이스라엘은 지난 달 25일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의 자국 병사 납치 사건에 대한 응징으로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을 공격한 데 이어, 지난 12일에는 레바논 내 시아파 정당인 헤즈볼라가 자국 병사 2명을 납치한 것에 맞서 레바논에 대한 전면 공세에 돌입함으로써 자국에 적대적인 이슬람권의 2대 정치세력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는 형국이 됐다.
G8 정상들이 16일 사태 해결을 위한 4개 항을 분쟁 당사자들에게 촉구키로 합의하고, 비교적 중립적 입장에서 설 수 있는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 유럽연합(EU) 국가들의 중재 노력이 배가되고 있지만 팔레스타인 무장세력과 헤즈볼라를 상대로 한 이스라엘의 침공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장기화 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세계에 전운의 불길한 조짐이 드리워 지고 있다.

◀ 중동 사태의 문제 발단
이번 분쟁의 직접 당사자들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서로에게 들어주기 힘든 요구을 하고 있다. 이스라엘 군인 2명을 납치한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되어 있는 아랍인 재소자들의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이 석방을 요구하는 수감자들은 이스라엘을 공격한 혐의 등으로 투옥된 사람들이다. 즉, 이들 수감자는 팔레스타인이나 헤즈볼라의 관점에서는 저항투사들이지만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안보를 위협한 테러리스트들이다.
에후드 울메르트 이스라엘 총리가 수감자들과 납치된 자국 병사의 교환석방 가능성을 처음부터 일축하고 무리하게 군사공격을 선택한 것은 이런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이스라엘은 무장세력의 이 같은 요구를 수용하게 되면 유사 사례가 빈발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스라엘 병사를 납치한 헤즈볼라는 자신들이 내놓은 수감자 석방 요구가 받아들여지기 전에는 납치한 이스라엘 병사를 내주지 않겠다는 확고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인민저항위원회(PRC), 이슬람군대, 하마스 계열의 이제딘 알-카삼 여단 등 3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가 지난 달 25일 이스라엘 병사 1명을 납치한 뒤 내건 요구 조건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 이스라엘의 국내적 이유
레바논 전역을 사정없이 공격하는 이스라엘은 분명 과거와 다르다. 과거 이스라엘은 인질 협상이 실패하면 무력을 동원했지만 이번에는 바로 공격을 시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배경에는 '군사 경험이 없는 나약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벗어보겠다는 에후드 울메르트 총리의 의욕에다가 '영원한 후견인'인 미국이 결코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이스라엘을 부추긴 이유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미국의 대 테러 전쟁은 결국 하마스, 헤즈볼라 등 급진 이슬람 무장세력도 목표로 삼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악의 축'으로 꼽은 이란과 시리아가 지원하는 헤즈볼라를 강하게 밀어 붙여도 미국이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스라엘의 계산이다.
20년 전, 레바논내전(1975~1990) 와중에 레바논을 침공한 이스라엘의 전략적 목표는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무력화와 친 이스라엘 정부 수립이었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가 요르단에서 쫓겨나 베이루트에 둥지를 틀었을 때, 이스라엘과 미국은 ‘테러집단’으로 낙인찍은 이 기구를 쫓아내고,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을 레바논 정부를 수립하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했다. 그렇지만 이스라엘은 결국 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이스라엘의 공격은 종파에 따라 분열된 채 불안하게 공존해온 레바논을 하나의 국가로 살아남지 못하게 할 가능성을 조성하고 있다고 <인디펜던트>는 분석했다.

◀ 중동 주변 국가들의 태도
핵 문제로 미국과 대치하고 있는 이란, 수십 년간 레바논을 간접 통치하다 지난해 수세에 몰리면서 철군했으며, 라피크 하리리 전 레바논 총리 암살 배후로 비난받는 시리아는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더 강하게 공격하길 바라고 있다. 그럴수록 중동에 반이스라엘, 반미 정서가 퍼져 자신들의 입지가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시리아와 이란 정부는 16일 이스라엘이 자국 영토를 공격하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즉각 보복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한편, 이번 사태는 이스라엘의 레바논/팔레스타인 침공을 명확히 비판하지 않거나 헤즈볼라에 이번 사태의 책임을 돌린 이집트, 요르단, 사우디 아라비아 등 일부 아랍권 정권들에게는 심각한 국내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는 사태로 예견되고 있다. 이집트를 비롯한 아랍권에 광범위한 조직망을 갖고 있는 무슬림형제단은 이스라엘을 상대로 싸우는 하마스와 헤즈볼라에 지지입장을 밝히면서 이스라엘을 수동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이들 아랍권 정부들을 강력히 규탄하고 나서 이들 국민들의 반정부 투쟁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 국제 사회의 대처
G8 정상들은 16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이번 사태를 촉발한 무장세력의 이스라엘 병사 납치와 이 사건에서 비롯된 결과들을 지난달 25일 시점 이전으로 돌려놓는 내용의 사태해결 방안에 합의했다.
이 4개 항은 가자지구와 레바논에서 납치된 이스라엘 병사의 석방, 이스라엘에 대한 헤즈볼라와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의 로켓 공격 중단, 이스라엘의 대 레바논 군사작전 중단과 가자지구 조기 철수, 이스라엘이 체포한 하마스 각료와 의원들의 석방이다. 그러나 G8 정상들은 애초 이번 사태가 야기된 뿌리인 팔레스타인 재소자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음으로써 무장세력의 이스라엘 병사 석방 가능성을 봉쇄했다.
중동 문제 전문가들은 분쟁 당사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서방 국가들의 이중잣대가 사태 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직후 이스라엘이 이 전쟁을 통해 점령한 지역에서 철군할 것을 촉구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 242호가 채택됐다며 지금까지 이스라엘의 거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 이 결의에 비춰보면 무장세력의 이스라엘 병사 납치는 정당한 저항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번에 팔레스타인 무장세력과 헤즈볼라가 민간인이 아닌 군인을 납치한 것은 그런 점까지 계산해 펼친 저항작전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미국의 개입여부
<뉴욕타임스>는“미국은 이스라엘의 공격을 통해 헤즈볼라를 무력화시킨 다음에 레바논 남부에 이스라엘을 보호할 ‘완충지대’를 설정하고, 레바논 국경을 감시할 다국적군 파견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헤즈볼라를 무장해제시킨 다음 친서방 레바논 정부를 세우는 것이 미국-이스라엘 동맹의 일차 목표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현재 이스라엘 및 아랍 동맹국들과 이란/시리아가 헤즈볼라를 재무장시키지 못하도록 레바논 국경과 베이루트 공항을 국제 감시하에 두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미국은 국제여론에 밀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에 정전을 요구하기 전에,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시설들을 최대한 파괴할 수 있도록 일주일의 시간을 줬다고 영국 <가디언>이 19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국은) 앞으로 일주일 동안 (이스라엘이) 공격을 계속하도록 허가한 것이 분명하다”는 한 유럽 고위관리의 발언을 전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중동 방문을 계속 미루고 있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이 지금 상태에서 정전과 다국적군 파견에 반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큰 그림에서 헤즈볼라 ‘제거 작전’은 시리아와 이란을 겨냥한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분쇄를 통해 골칫거리인 이란의 영향력 약화를 한꺼번에 노리고 있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시리아와 이란의 중동내 입지를 약화시킨다면, 미국의 이라크 전략과 전세계적인 ‘테러와의 전쟁’에도 중요한 이익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치피 리브니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납치된 병사 2명이 문제가 아니다. 이스라엘은 이란, 시리아, 헤즈볼라, 하마스 등 중동 전역의 큰 위협과 맞딱뜨리고 있다”고 강조한다. 전미유대인위원회의 에란 레르만 이스라엘국장은 AP에 “이번 군사작전은 급진 이슬람주의에 대응하는 결정적 순간이며, 섣부른 조기 철수는 전략적 실수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레바논은 어떤 나라인가?

25년간의 긴 내전과 이스라엘군의 잦은 침공으로 고통을 겪어온 레바논이 또 다시 분쟁의 늪으로 빠져 들었다.
애초 시리아 영토였던 레바논은 1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령으로 편입된 뒤 1941년 독립을 선언한다. 1932년 기준으로 인구의 약 54%를 차지하는 마론파 기독교도와 이슬람 인구의 불안한 동거는 고통의 시발점이 됐다.
1970년 요르단 정부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봉기를 무력진압한 ‘검은 9월’ 사건이 터지자,팔레스타인 난민들은 레바논 남부로 들어와 대 이스라엘 무장투쟁을 벌였다. 위협을 느낀 기독교도들이 자체 민병대(팔랑헤)를 강화했고, 이슬람 주민쪽과 충돌이 잦아지면서 급기야 1975년부터 내전이 일어난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의 무장투쟁을 구실로 이스라엘도 레바논을 침공한다. 1982년 이스라엘군은 기독교 민병대가 베이루트 외곽 팔레스타인 난민촌인 사브라와 샤틸라에서 수천명을 학살하는 것을 묵인했다. 1980년대 초반 이란의 지원을 받은 이슬람 시아파 이슬람 단체인 헤즈볼라가 탄생해 이스라엘에 대한 저항공격을 벌여왔고 이스라엘도 이에 맞대응 했다.
2000년 이스라엘군 철수 이후 잠잠했던 레바논이 이번 사태로 다시금 큰 혼란으로 빠져들고 있다.

헤즈볼라는 어떤 단체인가?

이스라엘 병사 2명을 납치해 이스라엘의 침공을 불러온 헤즈볼라는 레바논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이슬람주의 정당이자 무장단체다.
'신의 당'이란 뜻의 헤즈볼라는 레바논 내전 와중인 1982년 이란의 지원을 받아 창설됐으며, 레바논 최대 종파인 시아파의 지지를 받고 있다. 22년 동안 레바논 남부를 점령했던 이스라엘에 끈질기게 저항해, 2000년 결국 이스라엘군의 철수를 이끌어냈다. 지난해 총선에서 14명의 의원을 당선시키고 연정에 장관을 진출시켰다. 자체 방송국 <알마나르>와 병원을 소유하고 있다. 92년 이스라엘에 암살된 셰이크 아바스 알무사위의 뒤를 이어 헤즈볼라를 이끌고 있는 하산 나스랄라(45) 사무총장은 헤즈볼라의 대중적 영향력을 넓힌 것으로 평가 받는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헤즈볼라를 테러집단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레바논은 물론 중동 전체에서 합법적인 정치세력으로 인정 받는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위협에서 레바논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자체 무장세력을 유지하고 있다.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시리아군이 지난해 미국의 압력으로 레바논에서 철수한 뒤에는 “서구의 간섭에 대항하는 레바논의 단결”을 강조하며 기독교와 수니파 야당들과도 연합하는 등 조심스런 행보를 펴왔다. (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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