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이런 미국생활은 없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앗아간 보스톤 한인들의 일상
보스톤코리아  2020-03-19, 20:01:53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코로나바이러스 불안감이 팽배한 가운데 사재기 열풍은 여전히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월댐 코스크의 텅빈 육류 선반이 을씨년스럽다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코로나바이러스 불안감이 팽배한 가운데 사재기 열풍은 여전히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월댐 코스크의 텅빈 육류 선반이 을씨년스럽다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장명술 기자 =  오늘이 낯설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미국을 잠식해 들면서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미국을 만나고 있다. 어제에서 오늘을 보고 내일을 예측하던 우리들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일상을 잡아먹고 불확실성이라는 불안감을 배설하고 있다.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하는 주식은 하루가 다르게 바닥으로 곤두박칠 치고 있다. 주식은 경제의 바로미터고 내일의 먹거리에 대한 신호다. 주식이 출렁이면 먹거리도 출렁이고 삶도 파도를 만난다. 매일 아침 한산한 거리와 차에서 듣는 주식폭락 뉴스는 코로나바이러스 협주곡이다.

3월 17일 화요일 아침 10시는 조용했다. 베이커 주지사가 공, 사립학교 휴교령과 25인 이상 모임을 금지한 첫째 날이다. 우버 운전자 알렉스는 평상시와 비교해 50% 정도 고객이 줄었느냐는 질문에 “4시간 동안 손님 3명을 태웠다”고 말한다. 하루에 5시간 우버 운전을 하는데 44불을 벌었다. 평상시에는 $150-$200 가량의 수입을 올렸단다. 

보스톤글로브에 따르면 3월 17일 하루 2만여명이 실업급여를 신청했다. 이 수치는 2월 한달동안 신청했던 실업급여 신청자수를 넘어선다. 바이러스도 문제이지만 우리의 생활 터전이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다. 

17일 전화로 BU 2학년인 김다원씨를 만났다. 예년이라면 봄방학을 마치고 이제 중간고사를 준비하는 시기다. 김다원씨는 대신 18일 한국으로의 출국을 앞두고 짐을 챙기고 있었다. 김씨에 따르면 상당수의 한국 및 중국학생들이 귀국하는 선택을 하고 있다. 학교 외부에 사는 학생들은 방 렌트 계약 등으로 한국행을 못하고 있기도 하다. 

10일 하버드, MIT 등을 비롯해 대부분의 학교는 교내수업을 중단하고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했다. BU는 봄방학이 끝난 이번 주부터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BU에서는 아직 공식적으로 언제까지 기숙사를 비우라는 요구를 하고 있지 않지만 학생들은 굳이 미국에 남아 있을 필요성을 못느낀다. 

김다원씨는 “일단은 미국상황이 더 안좋아질 것 같고 한국은 조금 나아지고 있으며, 기숙사에서 격리돼서 할 수 있는 게 없다. 엄마와 함께 지내는 것이 나을 것 같아 귀국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특히 김씨는 “유학생들 사이에서 동양인 마스크 끼고 나가면 안좋은 눈길을 받을 수 있고, 실제로 그런 사례도 있고 해서 무서워서 안끼고 나갔다. 공항갈 때는 확실히 끼고 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마스크에 대한 미국인들의 부정적인 인식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착용하는 사람들이 아시안 학생들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다. 마스크 착용이 아시안 혐오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어 아시안 언론인 협회와 아시안 유명 연예인들이 혐오 중단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마스크에 대한 미국인들의 부정적인 인식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착용하는 사람들이 아시안 학생들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다. 마스크 착용이 아시안 혐오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어 아시안 언론인 협회와 아시안 유명 연예인들이 혐오 중단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학생들이 없는 보스톤도 상상하기 힘들지만 영업을 못하는 식당들도 의외이긴 마찬가지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만든 풍경이다. 

레스토랑의 휴업 명령은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사람들이라면 이미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고. 올스턴의 서울설렁탕 박천우 사장은 “몆 주 전부터 레스토랑디포에서 일부 품목 사재기가 시작됐다. 조만간 사재기가 전방위적으로 일어나고 정부 정책들도 강해질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한인 식당에서는 쌀이 정말 많이 필요한데 특히 쌀이 바닥난 것을 보고선 “이러다가 영업하는 것을 규제하거나 영업을 하려 해도 못하지 않을까 생각이 됐다”는 것이다. 

서울설렁탕은 3주 매장휴업 명령 기간 동안에도 “문을 닫을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딜리버리와 픽업 영업을 해야 현재 준비되어 있는 식재료를 폐기처분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고 또 식재료는 계속 공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직원들 절반밖에 가동할 수 없어 평상시 50%밖에 일을 못하게 된다. 더구나 매장 운영을 하지 않기 때문에 매장 서빙 스탭들은 모두가 일을 못하게 된다. 

박 사장은 “이제 시작이기 때문에 어떤 상황까지 가게 될지는 아직 모른다. 열심히 일해야 살아가는 사람들인데 일을 하려 해도 일을 못하는 상황이다. 피할 수 없으니 견뎌내야 할 것 같다. 근데, 상대적인 어려움이 아니라 너나없이 다 겪는 일이니까 그나마 위안이다. 몇 년은 가지 않을 것이니 참아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직장인들은 불확실성에서 오는 불안을 느낀다. 엑셀리스에서 시니어매니저로 근무하는 노동완 박사는 이번 주 월요일(16일)부터 집에서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재택근무 3일차인 그는 “화상회의, 전화회의를 하는데 생산성이 떨어지고 집의 일과 섞여 집중도도 떨어진다”며 “앞으로 나아지리라 본다”고 밝혔다. 

처음 경험하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일상에 대한 침범에 대해 노박사는 “불확실성이 두렵다. (백신, 치료제 개발 등)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지만 희망을 지탱하는 데이터들이 전혀 없으니 불안하다. 개인, 업무, 회사,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점점 커진다” 그래서 그는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는 리더십이 아쉽다”고 밝혔다. 

노 박사는 리더십의 부재가 사재기 현상으로도 연결된다고 봤다 “어떤 사람도 나아질 것이라 이야기해주지 않으니 자신의 가족을 방어해줄 사람은 자기 밖에 없다는 것 때문에 사재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노 박사는 자신은 사재기에 관심이 없고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학생은 물론 교수도 학교에 가지 않는다. 라셀 및 노스쇼어 대학(LASELL Universtity-NSC)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한문수 교수는 다음주부터 집에서 온라인 강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학교측의 요구로 온라인 강의를 한 두과목씩 해왔기 때문에 이번 온라인 강의 전환은 크게 어려움은 없지만 역시 대면 강의에 비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라셀대학은 “캔바스나 블랙보드라는 플랫폼”을 사용한다. 전달력, 집중력 모두 한계를 느끼고 결정적으로 학생들과 소통하기가 힘들다. 특히 컴퓨터가 없어 전화기만 있는 학생들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바꿔버린 일상의 한가운데 있는 한 교수는 단지 코로나바이러스만 사라진다고 해서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기 힘들 것이라 내다봤다. 한 교수는 “두려움으로 인해 부작용이 커진다. 사재기라든지. 사람을 기피하는 것, 백인들의 입장에서 외국인에 대한 혐오라든지…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데 (바이러스 정국이) 끝나고 나도 회복에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고 말했다. 

증시 폭락, 생산의 단절 등으로 인한 경기후퇴에 대해 한 교수는 “2007-8년 대침체 이후 회복되는데 8-9년이 걸렸다. 이번에는 회복이 더 길어질까 우려된다. 오랜기간 실업자가 많으면 사회적으로 불안해지는 게 문제가 된다”고 밝혔다. 

한교수는 연방준비은행이 “금리도 제로금리 정도로 인하하고 7천억달러 양적완화까지 하는 금융정책을 쓰고 있는데도 증시가 떨어지는 게 심각하다”며 “금융정책은 이미 다 썼고 이제 트럼프 행정부가 각 가정에 현금을 지급하는 재정정책까지 써서 경제가 살아나지 않으면 큰일이다. 더 이상 쓸 약이 없는 상태가 된다. 따라서 “효과가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3월 18일 미국내 확진자는 8천명이 넘어섰다. 매사추세츠는 256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내일은 분명히 오늘보다 늘 것이다. 미국의 코로나바이러스는 5월 피크를 이룰 것이란 예측이 다수다. 이처럼 우리는 남들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지만 모든 것은 지나간다. 빼앗긴 일상에도 여전히 봄은 오고 있다. 여름도 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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