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 불
보스톤코리아  2010-11-01, 12:17:03 
절이나 성당에 가면 예식 전에 촛불을 켭니다. 왜 촛불을 켤까 생각해 봤습니다. 흔히들 촛불은 회생(回生 )이라고 하는데 살아있는 삶 생명(生命 )을 뜻하지 않나 싶습니다.

우리 옛날 시에 “방안에 켜는 촛불 둘과 이별하였건대 겉으로 눈물 지고 속타는 줄 모르는고...”라는 귀절이 있습니다.

얼마나 애절하고 가슴이 아팠으면 그리 아련할까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엄한 선생님 같아요. 이렇게 살아라 하고 말없는 말이 들리네요.

그 모습 속에는 속세 삶 속에서 고통 받는 이를 위해 밤낮으로 스스로를 갈고 닦는 수도자의 모습이 있고 득도(得道 )를 위해 용맹 정진하시는 스님의 모습, 신앙을 위해 목숨 바치신 치영자 순교자의 숭고한 모습이 보이고 십자가에 매달려 고통에 일그러진 예수님의 모습도 보이고 스스로를 위해서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몽땅 태워 온 세상 만물을 위해 빛과 따뜻함을 주고 있는 태양의 모습, 성체 안에 숨어 계신 주님의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습니다. 무언가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인가를 희생해야 합니다. 주고 받는 것이 이 세상의 이치인데 그것을 넘어서는 것이 있더군요. 조건 없는 사랑이 아닐까요. 그래서 아직도 이 세상이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텅 빈 충만, 깨달음의 극치 득도(得道 ), 도교에서 말하는 무위자연(無爲自然), 기독교에서 말하는 조건 없는 사랑도 그 안에 있습니다.

주님의 말씀대로 “나”를 버리고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는 하명(下命 )도 그 안에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내 (속세(俗世 )의나)가 아닌 나 (깨달은 나)를 발견한다면 더 이상 두렵거나 근심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이 세상 태어날 때 신청서 내지 않았으니 떠난다고 아쉬움이 남지 않을 거고, 처음부터 받은 것이 없으니(空手來 )줄 것도 없고(空手去 ), 시간과 공간 중력의 지배를 받지 않으니 오욕칠정(五慾七情 )에 얽매이지 않을 거고 털끝처럼 가볍고 시원해서 영적 자유를 만끽하지 않을까요? 그게 진정 자유인 것 같습니다. 다만 마음속에 주님과 모든 이에게서 받은 도움의 손길에 대한 감사의 뜻만 지나고 가면 됩니다.

미움에는 양쪽에 칼날이 있답니다. 그래서 남을 미워하면 나도 상대방도 다칩니다. 버리세요. 헛된 욕망도 따지고 보면 그 끝이 냄새가 나게 되었더군요. 시작될 때 뿌리에 도끼를 대세요 더 커지기 전에요.

혼란의 끝은 절망이고 파탄이고 비극입니다. 마음의 평화를 얻으시려면 가만히 촛불을 보고 계세요. 생각도 버리시고 그냥 그렇게 서있는 먼 산보듯 말입니다. 가끔 어머니가 누워계신 공동묘지에 갑니다. 아 결국은 이렇게 되는구나 승자도 패자도 없는 허무(虛無 ) 만 있고 있는 것은 무아(無我 )만 있더군요.

촛불 안에는 거룩히 살다가신 성인성녀님의 모습, 태양, 그리고 주님의 모습도 보이고 메시지가 들립니다. 너희도 이렇게 살아라, 촛불처럼 네 몸을 태워 세상을 밝혀라, 내 몸과 내 피를 마시고 너도 네 몸과 피를 내가 한 것처럼 남에게 너의 살과 피를 내 주어라, 머물지 말고 물과 바람처럼 살다 가라하는 말씀이 들립니다.

아무리 바쁘시더라도 장미꽃 한 송이 보시고 그 냄새를 맡으세요. 그리고 구름 따라가는 달도 보시고 새들의 지저귐도 들으시고 나무들의 숨소리 졸졸 흘러내리는 산골샘 소리도 들으세요. 그러면 가슴이 내려 안고 마음의 평화가 자리 잡으실 겁니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꾸밈(人爲 )의 세계에 빠져 진정 나를 잃어버리고 헤매이고 있습니다. 제가 시(詩 )한수 얻었습니다.

다시 버린 줄 알았는데 돌아보니 미련(未練)이 꼬리 되어 달렸네
그마저 자른다면 아쉬움이 남을 것 같아 그냥 내버려 두렵니다.
왜냐하면 몸이 없어지면 그림자도 없어질 테니까요.
세상에서 바보처럼 살고 있지만 촛불을 보면서 배웁니다.
억지로 크게 만들지 마시고 따뜻한 미소, 훈훈한 말 한마디……
거기에 태양도 있고 주님도 있는 것 같아요.

다 태워 없어지더라고 잠시라도 세상을 밝혔다면 살아간 보람이 있지 않을까요. 이제 촛불을 켜십시다. 바람이 부니 낙엽이 떨어지네요. 밖에 나가봐야겠습니다.

서일
뉴햄프셔한인회장(역사문제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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