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톤 마라톤을 준비하는 사람들
보스톤코리아  2011-04-11, 17:31:51 
(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 김현천 기자 = 오는 4월 18일 월요일 개최되는 2011보스톤 마라톤에 참가하는 한인 마라토너는 전체 참가인원 26,830명 중 137명으로 집계 됐다. 2010한국 국적의 마라톤 등록자 152명에 비해 약간 줄어든 수준이다. 하지만 참가자의 면면은 더욱 다양해졌다.

그들 중에는 여자의 몸으로 사막을 횡단한 주부, 보스톤 마라톤 참가 자격을 획득한 부인을 따라잡기 위해 2년 간 고군분투한 남편과 그 부인, 마라톤 단체로부터 지원을 받고 참가하는 선수 수준의 마라토너 등 제 각각 마라톤에 대한 사연을 갖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전통적인 보스톤 마라톤에 참가하는 것에 대해 기대와 동경, 그리고 자부심을 표했다.

사막을 횡단하는 홍현분 씨 모습
사막을 횡단하는 홍현분 씨 모습
 ▶개량 한복에 태극기 달고 달리는 홍현분 주부
사막을 횡단하며 죽을 고비를 수 차례 넘긴 홍현분(51세, 주부) 씨는 타인에 의해 그 험한 길을 갔다면 용서가 안될 만큼 극도로 험난한 과정을 겪었다.

자신이 먹을 일주일 치 식량을 메고 섭씨 50도가 넘는 뜨거운 사막을 1주일만에 횡단하고 나면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대부분 울음을 터뜨린다는 것이 홍 씨의 말이다. 거리 250Km, 배낭 최소 무게 15Kg이다.

모래 태풍에 날아가 모래에 파묻히는 등 죽음의 위기를 수 차례 맞게 되는 사막 횡단에 대해 “극도로 긴장 되고 상상을 불허한다”는 것이 홍 씨의 말이다.

홍 씨는 2002년 마라톤에 입문해 지금까지 9년 간160회 마라톤에 참가했다.

2006년과 2007년, 각각 사하라 사막과 고비 사막 서바이벌 횡단에 성공한 홍 씨는 이후 한국 내 마라톤 중 연 4일 풀코스 달리기에서 2등으로 완주했다. “사막에서 살아 남기에 성공하니, 그 정도는 누워서 떡 먹기더라”는 것이 홍 씨의 말이다.

이후 2009년 스위스의 융프라우 마라톤, 2010년 뉴욕 마라톤에 참가해 온 홍 씨는 “2011년 보스톤 마라톤 참가를 앞두고 가슴이 설레인다”고 말했다. 또한 보스톤 코스에 언덕이 많다는 정보를 듣고 매일 동네 야산을 오르내리며 달리고 있다는 홍 씨는 이번 마라톤에서 개량한복을 입고 등에는 태극기를 달고 달릴 계획이다.

홍 씨는 “달릴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마라톤은 인생과 같다”고 말했다. “길고 긴 터널과 같은 코스를 달릴 때 힘들어 멈추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 한 걸음 한 걸음이 쇳덩이보다 더 무거워 옮기기도 힘든 순간이 반드시 온다”며 “멈추지 마, 완주하면 웃을 수 있어 라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독한 면이 필요하다”고 힘 주어 말했다.

김이수 사법연수원장 부부도 나란히 참가할 예정이다
김이수 사법연수원장 부부도 나란히 참가할 예정이다
 ▶부인 따라 잡기 성공한 김이수 사법연수원장 부부
“우리는 그걸 굴욕이라고 표현해요.”
김이수 사법연수원장(58세, 사법시험 19회)이 자신보다 2년 뒤늦은 지난 2010년 보스톤 마라톤 출전 자격 기록을 통과한 것에 대해 부인 정선자(57세) 씨가 장난기를 잔뜩 섞어 놀리는 말이다.

김 원장부부는 마라톤을 하며 사이가 더 돈독해 졌다고 말했다. 일산에 거주하는 이 부부는 요즘 매일 호수공원 주위를 달리며 보스톤에 올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중이다.

“마라토너라면 한번쯤 달려보고 싶은 코스가 보스톤 마라톤”이라며, 전통 있는 그 현장에서 뛴다는 것 자체가 감동이라는 이들 부부. 시종일관 들려주는 수화기 속 유쾌한 웃음 속에 탄력이 느껴졌다.

호수공원이 이들 부부에게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호수 공원을 조깅하던 부인 정 씨가 2002년 마라톤을 시작했고, 이어 2004년에는 김 원장이 뒤를 따른 것. 늘 부인 정 씨가 김 원장보다 기록에서 앞서자 김 원장은 “다리에 쥐가 난다”, “달리기가 체질에 안맞는 것 같다”는 등의 이유를 대며 포기하려고도 했다.

하지만 2008년 부인 정 씨가 보스톤 마라톤 자격 기록을 통과하자 김 원장은 “먼저 다녀 오라”고 권하는 한편, 더욱 분발해 연습에 임했다. 김 원장은 마침내 2010년 자격을 획득했고, 이어 더욱 실력이 향상 돼 요즘은 부인의 기록을 추월하기까지 한다. 부인 정 씨는 이를 두고 “인간승리”라고 표현하며 유쾌하게 웃었다.

보스톤 마라톤을 위해 15주 동안 계획을 세우고 1주일에 4~5일, 1일 1시간씩 연습했다는 김 원장 부부는 기록 보다는 완주에 목표를 둔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책상에 오래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마라톤만큼 좋은 운동이 없다”며 지난 7년 동안 마라톤을 통해 건강과 집중력, 지구력을 함께 얻었다고 말했다.

“요즘 호수 공원 주변을 뛰는 젊은 사법연수생들이 부쩍 늘었다”고 말하는 김 원장은 보스톤 마라톤에서 한국 사람이라는 표시를 어떻게 할까 고민 중이다.

사하라사막 마라톤을 포함 200여회의 마라톤 참가와 2시간 33분 3초의 기록을 보유한 강호 씨
사하라사막 마라톤을 포함 200여회의 마라톤 참가와 2시간 33분 3초의 기록을 보유한 강호 씨
 ▶선수 수준 기록 보유자 강호 씨
11년 전 IMF 한파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내던 중 신발장의 낡은 운동화가 눈에 뜨여 동네를 한바퀴 돈 것이 계기가 되어 마라톤에 입문하게 된 강호 씨(48세, 회사원). 그는 이번 마라톤 참가 기록이 2시간 33분 3초로 선수 수준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평택마라톤조직위의 전적인 후원으로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강 씨는 지난 2003년 사하라사막 마라톤(Marathon Des Sables)을 포함하여 지금까지 200여 회에 이르는 마라톤에 참가했다.

강 씨는 지난 2월, 러시아로 파견 되어 블라디 보스톡에서 근무 중인 건축 기술자이다. 바쁜 업무 일정과 마땅한 연습 장소가 없는 환경 속에서 동계 훈련을 거의 하지 못했다는 강 씨는 지난 해 10월 대회에서 입은 부상도 아직 채 낫지 않은 상태이다.

그런 이유로 보스톤 마라톤을 앞두고 걱정이 태산이다. “시험을 앞둔 수험생의 심정으로 벼락치기라도 해야 할텐데…”라며 조급한 심정을 드러낸 강 씨. “러시아의 호텔에 묵고 있는 강 씨는 야외 조건이 연습하기에 맞지 않아 스피드 훈련이나 고강도의 템포런(Temporun)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날짜만 다가 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강 씨는 마라톤의 좋은 점에 대해 “정직해 진다”고 말한다. “결코 지름길이나 왕도가 따로 있지 않기 때문에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내기 위한 과정에서 정직해야만 하는 운동”이라는 것.

또한 “마라톤을 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며 땀에 흠뻑 젖어 앞서거니 뒷서거니하면서 돈독한 우정을 맺게 되는 마라톤이야말로 SNS(Social networking service) 시대에 맞는 운동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7년째 마라톤에 참가하고 있는 박귀남씨
7년째 마라톤에 참가하고 있는 박귀남씨
 ▶7년째 참가하는 그때 그 사람
보스톤 지역에 거주하면서 7년째 마라톤에 참가하고 있는 박귀남(57세, 주부) 씨는 이번 마라톤을 위해 6개월 계획을 세우고 훈련을 해왔다.

“1주일에 6일, 매일 2시간씩 달리는 것은 기본”이라고 말하는 박 씨. “하지만 올 겨울에는 눈이 많이 와 연습이 좀 규칙적으로 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박 씨는 50세 되는 해 “뛰어 보자”는 마음이 들어 마라톤을 시작했고, 초기에는 봉사 시간으로 자격을 갖춰 출전했다. 그러나 3년 전부터는 기록을 통과해 자격을 얻어 출전하기 시작했고, 어느새 마라톤에 입문한 지 7넌이라는 세월이 되었다.

박 씨는 나이든 층보다는 젊은 층 참가자들이 많이 늘어야 한다는 바램을 전했다.


hckim@bost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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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목록    [의견수 : 2]
Bostonkorea
2011.04.20, 03:14:40
ㅎㅎ 미국시간으로 내일 정오 정도 올라갈 것 같습니다. 제가 다른 기사에 밀려 지금 정리중에 있습니다. 미국시간 새벽 3시 30분입니다. 참 2시간대는 최석기 님 이외에 강 호님도 기록하셨답니다^^
IP : 108.xxx.51.80
로즈마리
2011.04.19, 19:18:35
보스턴은 화창한가요? 여긴 한국시간 4월 20일 오전 8시 18분 벚꽃이 화사한 아침입니다.
익산시청 마라톤동호회 회원 9명동 이번 보스턴마라톤대회에 참가하여 완주하였답니다^^*
http://hiksanin.blog.me/20126399721
한국인 참가자 중 유일하게 익산시청 보석박물관에 근무하는 최석기 씨가 서브3를 하여
보스턴코리아와 인터뷰를 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기사는 언제쯤 올라오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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