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에 건양다경 (建陽 多慶)이 웬말인가
보스톤코리아  2011-04-18, 14:14:17 
구정이 설 명절이지 정초란 무슨 말인가. 새해에 정초가 두 번 있다는 말인가. 그리고 구정 초에 “건양다경”은 또 웬말인가.

지난 2월 4일이 입춘이었다. “건양다경”은 입춘시가 분명하다. 입춘은 대한과 우수 사이에 오는 계절로서 1년 24계절 중 그 첫번째의 절기이다. 이 입춘은 대체로 양력 2월 4일에 오는 것이 보통이다. 이 입춘부터 봄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입춘은 설 명절을 전후해서 있는 축일이라 명절은 아니지만 집집마다 새 봄을 맞는 준비로 집 내외를 청결하게 소제하고 봄을 환영한다는 축사(祝詞)의 문자를 써서 대문이나 문설주에 붙이는 것이 고래로부터 있어온 입춘의 행사였다.

입춘을 맞이하여 새봄을 축복하는 축사의 시(詩)를 춘연(春聯) 또는 춘첩(春帖)이라고 한다. 그런데 지난 2월 4일의 TV 한국 채널을 보니 글씨를 잘쓴다는 분이 나와서 큰 붓에 먹을 잔뜩 묻혀 가지고 한지에다가 “입춘대길 건양다경(建陽 多慶)이라고 써 보이는 장면을 방영해 주는 것이다.

그런데 그 분이 과연 “입춘대길 건양다경”이 무엇을 뜻하는지, 그 의미를 잘 알고 쓰는지 의심스러웠다.
몆몇 년 전이다. 이조 중종 때의 명신이며 신진 사림파의 영수인 조광조(趙光祖)가 등장하는 사극에서 “입춘대길 건양다경”이라는 춘첩이 붙어 있는 큰 저택의 대문이 화면에 나타나는 것을 보았다. 아마도 조광조의 사제라고 하며 보여 지는 것 같았다.

대체 “건양다경”이라는 그 문자가 역사상 무엇을 뜻하는지 그 의미를 알고 그 같은 장면을 만들어 촬영하였는지, 아니면 “건양다경”이라는 문자가 마음에 들어서 그렇게 써 붙이고 촬영했는지 얼른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입춘대길 건양다경”은 희망의 새 봄을 축복하는 시가 분명하다. 먼저 춘연과 춘첩에 대한 것부터 알아보기로 하자. 봄은 날씨가 따뜻하고 해가 점차 길어지며 새싹이 나오고 꽃이 피고 새가 우는 희망의 계절이다.

그래서 이조 때의 승정원 (承政院)에서는 당하의 문신 (堂下의 文臣)으로 하여금 대제학이 내는 운자(韻字)에 따라 5언 또는 7언 절구(絶句)의 경축 시를 지어 올리게 하여 그 중 우수한 작품을 뽑아 왕궁내의 전각의 기둥과 문설주에 써 붙이게 하였는데 이를 춘연 이라고 한다.

춘연에는 다음과 같은 7언시들이 있다. 춘광선도 길인래 (春光先到吉人來)
연함오복 강남래 (燕含五福 江南來)
“봄빛이 먼저 이르니 반가운 사람이 오고. 제비가 오복을 물고 강남에서 온다”

중국계의 신문인 대기천시보(大紀天時報)에 보니 금년 즉 신묘년의 대표적 춘연명시라고 하여 다음시가 소개되어 있다.

호거 웅풍재 (虎去雄風在) 토래 희기농(兎來喜氣濃)
“법이 가니 웅장한 바람이 있고, 토끼가 오니 기쁜 기운이 무르익는다.”
그런데 웅풍(雄風)이라는 문자는 작가가 이른 봄 몽고의 고비사막에서 불어오는 황사의 바람을 연상하고 그리 표현한 것 아닌가 보아진다.

어쨌든 모두 다 입춘 시기에 적절한 명작들이다. 민간에서도 입춘이 되면 봄을 환영하는 축사의 문자를 써서 대문이나 문설주에 붙이는 것이 전래의 풍습이 었다. 이를 춘첩이라고 하는데 축사의 문자는 대체로 입춘대길을 첫째 구절로 하고 그 댓구로 경축을 의미하는 문자를 붙이는 형식이다. 즉 입춘대길만복래 (立春大吉 萬福來)또는 입춘대길 만사성 (立春大吉 萬事成)등 여러 형식이 있을 수 있겠다.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經)은 전에 민간에서 새봄을 경축하는 뜻으로 붙였던 춘첩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 춘첩의 문자는 새봄을 축복하는 시라고 하기보다 오히려 건양다경이라는 연호를 세우고 양력을 사용하게 되니 참으로 경사스럽다는 것을 표현하는 문자인 것 같이 보인다.

한 국가나 민족이 그 연호를 바꾸는 것은 그 나라의 역사적 변천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조선은 갑오경장을 시작할 무렵인 1894년 5월 그 연호를 개국 503년 이라고 했다. 그런데 만 1년 반도 채 못되는 1985년 11월 김홍집 내각은 선언하기를 다음해 즉, 1896년 새해부터 음력을 폐지하고 양력을 사용한다고 공포했다.

건양다경이라는 춘첩은 국가가 음력사용을 폐지하고 양력을 사용하고 그 연호를 건양이라고 하였으니 모두 다 이를 경축하자는 뜻에서 입춘 때에 민간에게 그 문자를 써서 대문에 붙이게 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양력 사용을 경축하는 “건양다경”이라는 문자는 그렇게 간단히 말할 수 없는 깊은 의미와 그에 따른 엄청난 역사적 시련을 겪어야 했던 갑오경장을 기억해야 하겠다.

조선이 음력 사용을 폐지하고 양력을 처음 사용한 것은 갑오경장 때이다. 조선의 독립과 근대화를 목표로 한 1894년의 갑오경장은 조선의 사활에 걸친 실로 중대한 역사적인 과업이었다.

그런데 그 갑오경장이 민비의 살해와 단발령의 강행, 그리고 양력 사용의 시행 착오로 하여 역사에 큰 상처를 남기고 만 것이다.

그러면 갑오경장은 왜 조선의 근대화에 꽃을 피우지 못하고 오히려 역사에 참담한 상처만을 남기고 말았던가. 문명 개화와 근대화를 위한 정치개혁에는 그에 상당하는 피의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일까. 한말의 역사에는 여러 면에서 의문을 제기하였다. 이왕 얘기가 나왔으니 다음에 갑오경장에 대한 것을 좀더 자세히 알아보기로 하자.

백린
(보스톤코리아 컬럼니스트
역사문제 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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