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동호회에서 만난 2세들
보스톤코리아  2011-08-08, 14:57:53 
(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 김가영 기자 = “부모님께 원하는 바를 설명하기가 종종 어려웠다. 내 어설픈 높임말과 엄마의 콩글리쉬가 섞이면 얘기는 자주 다른 방향으로 새곤 했다. 영어가 유창한 아빠가 중간에서 통역을 해주시곤 했지만, 아쉬웠다. 내 한국어 실력이 나아진다면 엄마와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리라 믿는다.”보스톤 내에 가장 활동이 활발하다는 한국어 동호회에 들렀다. 그곳에서 여러 이민 2세대를 만났고, 그 중 제임스(32)씨가 유독 남다른 한국어에 대한 열의를 묻는 질문에 답한 말이다.

부모와 자식이 서로 다른 언어로 말하고, 생각하며, 세상을 바라본다는 건 이 땅의 이민 2세와 그 부모들이 가진 슬프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그래서 제임스씨는 오늘도 손수 만든 단어장에 적어둔 150개의 한국어 단어를 읽고 또 읽는다. 누군가 시킨 것도, 딱히 당장 필요해서도 아니다. 그저 이 길이 결국은 한국인인 자신을 증명하고, 뿌리를 지켜나가는 한 방법이라 여겨서다.

보스톤 토박이 팀(39)씨 역시 부모님은 물론이고, 역시 미국에 계신 친지와 아버지 주변 분들과의 의사소통을 위해서라도 유창한 한국말 실력은 필수라고 했다. 다행히 부모님과는 늘 한국어로만 대화해 왔던 지라 일상생활 시 큰 불편함은 없다고. 다만 자신과 달리 한국어 배우기에 소홀했던 형제들과 부모님과의 부족한 대화를 안타까워했다. “내 경우엔 부모님께서 한국 교과서를 직접 공수해 가르치실 정도로 열성적이셨다. 하지만 여동생에겐 그러지 못하셨고, 그 결과 동생은 지금까지 부모님과의 대화를 어려워한다.”

물론 이민 2세 모두가 이 같은 대의적(?) 명분을 위해 한국어 공부를 시작한 건 아니다. 캐나다 밴쿠버 출신으로 재작년 보스톤으로 온 조슈아(26)씨는 부모님 조차 18살 무렵에 이민 온 탓에 집안 내에서의 의사소통엔 전혀 문제가 없었던 케이스. 다만 이곳 저곳에서 만난 한국 유학생들과의 언어 장벽을 넘어 보고 싶었다.
“난 사실 드믄 편에 속한다. 한국인들은 서로 다르다고 느끼면 어울리려 노력하지 않는다. 유학생은 유학생끼리, 이민 2세끼리는 그들끼리만 몰려다닌다. 그런 게 싫어 일부로라도 한국 교회까지 찾아 다니며 두루두루 만나려고 노력한다. 물론 이 역시 한국어 실력이 바탕이 되지 않곤 힘든 일이다.”조슈아씨의 말이다.

그럼 이들은 어떤 방법으로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을까. 팀씨는 ‘대화 파트너’를 사귀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고 생각했다. 한국어 동호회에 가입한 것도 이 ‘대화 파트너’를 만들기 위해서였다고. 제임스씨는 한국어 강좌에 등록해 본격적으로 배워보기를 권했다.

“한국 드라마를 시청한다거나, ‘대화 파트너’와의 연습 역시 분명히 도움이 되지만, 문법이나 단어의 경우 약간은 강제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MIT에서 운영하는 무료 한국어 클래스 같은 것도 참고해 볼만 하다.”그러면서, “내 나라는 한국이다. 미국에 살면서 많은 혜택을 누렸지만, 나이가 들수록 난 결국 한국인이구나, 하는 생각이 강해진다. 언젠가 자식을 갖게 되면 꼭 우리는 한국인이라고 일러 줄 것이다.”라며 덧붙였다.

아쉬운 건 아직 성인을 위한 변변한 한국어 교육 시설이 없다는 것이다. 있다 해도 부모님과의 대화를 통해 어느 정도의 수준을 갖춘 2세들에겐 너무 쉬운 레벨이라는 것. 한국어 동호회 내 분위기 조차 한국어 학습의 장이라기 보단 친목 성향으로 흐르고 있다.

한국을 그저 부모님의 나라 정도로 생각해 한국어를 배울 시도 조차 하지 않는 2세들이 대부분인 것도 한국어 학습에 열의를 보이는 또 다른 2세들의 사기를 꺾는 요인이라고 했다. 뒤늦게나마 뿌리를 찾으려 노력하는 2세들을 위해서라도 한국어 교육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gykim@bost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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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목록    [의견수 : 1]
관심
2011.08.10, 22:36:34
한국어 동호회에 대한 정보가 없네요. 알려 주세요. 감사합니다
IP : 146.xxx.88.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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