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오현숙 기자 =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마찰을 빚어온 애리조나 주 이민법에 대해 연방대법원이 부분 위헌판결을 내렸다.

연방대법원은 지난 25일 불법이민자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내용으로 하는 애리조나 이민법 'SB1070'에 대해 5대 3으로 부분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미국 역사상 가장 가혹한 이민법으로 평가되는 이 법은 효력을 잃게 됐으며, 이 법의 폐지를 주장해온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올 11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승리’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이날 대법원이 위헌결정을 내린 애리조나 이민법 조항은 '이민등록 서류 휴대 의무화'와 '불법 체류자 취업금지', '불법체류 의심자에 대한 영장없는 체포' 등 모두 3개 조항이다.

엔서니 케네디 대법관은 판결문에서 "연방정부는 헌법에 의해 이민을 감독할 상당한 권한을 갖고 있다"고 밝히며 “애리조나가 불법 이민자들로 인해 초래된 문제로 고충을 겪는 것은 이해할 만하지만 연방법에 저촉되는 정책을 취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날 판결은 앨라배마, 조지아, 인디애나, 유타주 등이 제정한 비슷한 법률의 위헌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대법원은 애리조나 이민법의 또다른 핵심조항인 '불법체류 의심자가 다른 범죄 혐의로 검문을 받을 경우 주 경찰관이 체류신분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조항에 대해서는 만장일치로 합헌결정을 내렸다. 이는 애리조나 이민법에서 가장 쟁점이 된 조항이어서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는 평가다.

오바마 대통령은 25일 대법원 판결 직후 성명을 발표하고 "애리조나주 이민법의 주요 조항을 폐지시킨 대법원 결정을 환영한다"며 "이번 판결로 의회는 총체적인 이민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또 그는 "외모에 따라 의심을 받아서는 안된다"며 "시민적 권리를 저해하는 방식으로 애리조나 이민법이 시행돼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일정 요건을 갖춘 젊은 불법 이민자에 대한 추방 조치를 중단한다고 밝힌 뒤 이민정책이 올해 대선의 핫 이슈로 부각되고 있어 이번 판결은 백악관 수성을 노리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방대법원의 판결로 애리조나주 이민법에 반대했던 오바마 대통령이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표를 끌어모으는데 유리해졌다고 전했다.

그러나 롬니 후보는 이번 판결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이 불법 이민 문제를 다루는 데 실패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롬니는 "대통령이 행동하지 않아 주 등 지방 정부가 움직였고 법원까지 가세했다"면서 "국가 이민 전략을 초당적 방식으로 주도할 대통령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결정" 이라고 말했다.

애리조나 이민법은 지난 2010년 잰 브루어 주지사의 서명을 받았으며 이에 대해 오바마 행정부는 애리조나 주 정부가 연방정부 권한을 침해했다며 대법원에 제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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