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에 담아라
보스톤코리아  2013-07-22, 11:59:21 
사진이 빛으로 그리는 그림이라는 말은, 사진을 찍거나 배우는 사람이라면 이젠 지겨울 법하다. 하지만 그만큼 사진을 확실하게 설명해주는 말도 없을 것이다. 사진을 찍다 보면, 평소에 스쳐지나 가던 햇빛의 세기와 각도, 그림자의 방향, 구름의 위치, 커튼을 통해 들어오는 감성적인 빛을 탐구하곤 한다. 이번 컬럼에서는 빛에 대한 고민을 해보도록 하자.

사진을 시작하면 먼저 기계에 관심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나 또한 그랬지만, 이제 사진을 시작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기계보다는 빛을 먼저 공부하고 느껴 보라고 조언을 해주고 싶다. 빛을 모르고 느끼지 못하면 그 어떤 카메라도 똑같은 결과물만 가져다 줄뿐이다.

빛은 어느 곳에나 있다. 방향성을 느낄 수 있는 경우도 있고, 프레임 전체에 빛이 골고루 퍼져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경우도 있다. 대개의 경우 프레이밍을 할 때, 빛이 프레임에 어느 정도 포함되는 지를 순간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인 경우, 텐트를 치고 앉아 어떤 종류의 빛을 어느 정도 담을 지를 고민하고 앉아 있을 수는 없다. 때로는 개구리가 잠자리를 낚아채는 순발력 또한 필요하다.

빛의 종류에 따라 프레이밍이 달라질 수 있는데, 이 역시 많은 경험과 시행착오를 겪어야 자유롭게 표현이 가능해진다. 한가지 빛을 여러 방식의 프레이밍으로 구성해보고, 이를 비교 분석하여 잘못된 점을 수정 보완해 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무래도 사진에 있어서 빛을 얘기하자면, 인물 사진을 빼놓을 수 없다. 아마 많은 사진분야들 중에서 인물 사진 만큼 빛이 중요한 사진도 드물 것이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변하는 빛은 인물 사진의 또 다른 재미다. 낮에 충분한 빛을 느끼며 빛의 변화를 관찰하고 느끼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플래시나 조명 장치가 갖추어져 있다면 이를 활용하면서 자연공과 인공광을 비교해 보면서 빛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쌓을 필요가 있다. 

모델의 표정이 아쉽지만, 빛이 좋아서 그 사진이 좋은 경우도 종종 있다. 빛이 어둠을 밝히듯이, 빛은 사진의 완성도적인 면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역할도 한다. 표정까지 완벽하면 더욱 좋겠지만, 빛 자체만으로도 채워진 느낌의 결과물이 나오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빛을 보고, 표정을 잡고… 그래서 인물사진이 어렵다고 느껴지는 듯하다.

실내에는 항상 유리창이 있다. 그리고 그 유리창은 강한 빛을 한번 걸러준다. 그냥 투명한 유리가 얼마나 큰 효과를 줄지 의문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사진은 역시 찍어 보면 안다. 유리창으로 한번 걸러진 빛은 실내 전체에 부드러운 빛을 전해준다. 길거리에서 바로 때려주는 빛과는 사뭇 다르다. 실내 사진의 경우, 특별한 조명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면, 유리창 근처가 좋은 자리이다. 피사체에 들어오는 창문의 빛을 이용하면서 어두워진 얼굴을 반사광원을 이용해서 처리하면 분위기 있는 사진이 나온다. 반사광원의 발원지는 가까운 테이블이나 바닥, 혹은 보고 있는 책이 될 수 있다.

인물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면 역광의 로망을 빼놓을 수 없다. 굳이 반역광이든, 측면광이든 수학처럼 정석이 있는 것이 아니니 응용해서 배경과 조화롭게 촬영해 보자. 

참고로 사진의 프레임 중에 70%이상이 중간톤 이상의 노출을 가지는 사진을 보통 하이키 사진이라고 한다. 하이키 사진을 노출 오버 사진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지 않다. 노출오버는 하이키를 위한 촬영방법 중 하나이지, 노출오버가 하이키 사진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비싸고 좋은 DSLR도 샀는데, 사진이 맘에 안들다. 어느정도 공부를 해서 조리개를 알고 감도를 알고 셔속을 이해하고, 외장스피드라이트의 사용법도 알았건만, 맘에 드는 멋진 사진은 좀처럼 안 나온다. 

이유는 빛에 대한 이해와 활용이 부족해서이다. 사진을 봐도 단순히 사진의 프레임 안만 수박겉핥기로 보고, 사진의 프레임 밖에 숨겨진 비결들까진 생각이 미치지 않아서이다. 빛이 몇 개인지, 어떤 빛인지, 빛의 분위기라든가, 공간을 이루는 빛에 대한 접근을 전혀 하지 않기 때문이다. 빛은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준다. 빛 그 자체가 이야기이기도 하고, 빛을 이용해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수없이 많은 빛과 마주치고 그 빛을 담아 보기에 영락없이 부족함을 느끼다 보면 어느새  사진에 더욱 빠지게 되는 것이다. 빛을 느끼고, 빛을 프레임이라는 그릇에 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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